달러 반등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기업들, 유로 수익 방어 위한 옵션 전략 확대

뉴욕 월가에서는 최근 유로화 강세가 과도했다는 판단 아래, 미국 주요 기업들이 옵션 시장을 적극 활용해 유럽 매출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가 4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자 일부 기업은 유로 풋옵션을 매입해 환율 변동 위험을 방어하고 있다. 이는 유로 약세(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포지션으로, 해외 수익을 본국 통화로 환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유로화는 4월, 미국 정부의 예상보다 큰 대(對)유럽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달러 대비 3년래 고점 부근까지 급등했다.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서 미국 자산·경제 성장 전망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4월 저점 이후 S&P500 지수가 26% 반등하며 연초 대비 6.4% 상승했고,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했으며, 일부 관세 시행이 연기된 점도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이에 따라 초기 ‘달러 붕괴’ 가설은 도전을 받고 있다.

옵션 시장이 전하는 신호

옵션 가격은 투자자들의 통화 전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시장은 추가적인 달러 약세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이 유로 풋(달러 콜) 매수로 방향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Citizens의 글로벌 마켓 공동대표 에릭 머리스는 “유로 수익을 보유한 기업들은 ‘충분히 올랐으니 이제 하방 위험에 대비하자’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풋옵션 보유자는 특정 만기와 행사가격에 기초통화를 매도할 권리를 갖는다. 통화는 쌍으로 표시되므로, 유로 풋을 사는 행위는 곧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셈이다. 반대로 유로 콜은 달러 풋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숏달러 포지션 청산 움직임

클라러스(ION 산하) 데이터에 따르면 6월 유로/달러 옵션 거래액은 명목 기준 8,03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던 4월 9,070억 달러보다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3주 동안 미국 기업들은 미래 실적 대비를 이유로 유로 풋 매수에 관심을 보이며, 관세 발표 이후 대거 쌓인 숏달러(달러 약세) 포지션을 되돌리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달러 환율의 상단을 1.18~1.20달러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현재 약 1.16달러). 미즈호 아메리카스의 외환 트레이딩 총괄 가스 애펠트는 “옵션 시장이 숏달러 포지션을 상당 부분 정리하고 있다”며 “4월 이후 ‘미국 예외주의가 사라졌다’는 논리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제로 코스트 콜러(Zero-Cost Collar) 각광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자료에 따르면 7월 들어 유로 콜 대비 유로 풋 수요가 급증했다. 장외(OTC) 시장에서도 6월 유로 콜 비중이 58.73%로 4월 60%에서 감소했고, 유로 풋은 41.26%로 늘었다.

U.S. 뱅크의 FX세일즈 책임자 폴라 커밍스는 “헬스케어 부문 고객들이 6월 말부터 제로 코스트 콜러를 도입해 2년물까지 수익을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 코스트 콜러는 콜옵션 매도(프리미엄 수취)로 받은 금액으로 풋옵션을 매입해 비용을 제로(0)로 만드는 구조다.

사례를 보면, 1년 후 유로를 달러로 전환하려는 기업이 단순 선도환율로 1.188달러를 고정할 수도 있지만, 콜러를 이용하면 상단 1.2518달러, 하단 1.1338달러의 환율 밴드를 설정할 수 있다. 2월 말에는 동일 구조가 1.0991~1.0049달러 구간이었기 때문에, 지금이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런던 듀크스&킹 공동창업자 크리스 킹도 “미국 기업 입장에선 스폿 환율이 호의적이고, 장기물 금리 격차(수익률 곡선) 혜택까지 겹쳐 장기 헤지 프로파일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달러-유로 매크로 변수

올해 들어 달러는 유로 대비 12% 하락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을 8월 1일로 연기했으며, 대(對)EU 무역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환율 변동성은 추가 확대될 수 있다.

한편, 영국 헤지자문사 채텀 파이낸셜의 EMEA 대표 재키 보위는 “달러가 역사적으로 낮은 지금, 단순히 선도환(포워드)을 이용해 현금 흐름을 달러로 전환하는 게 가장 이득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미국계 대형은행 파생상품 부문 책임자는 “현재 콜러 구간이 오랜만에 기업 친화적인 위치에 있다”며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팁: 어려운 용어 해설

  • 풋옵션(put option) : 특정 통화를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환율이 내려가면(통화가 약세면) 이익.
  • 콜옵션(call option) : 특정 통화를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환율이 오르면 이익.
  • 제로 코스트 콜러 : 콜옵션을 팔아 받은 프리미엄으로 풋옵션을 사, 초기 비용을 ‘0’으로 만드는 헤지 전략.
  • 선도환(Forward) : 미래의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계약. 환위험을 제거하지만, 큰 변동성이 발생하면 기회손실이 생길 수 있다.

향후 미국 관세 정책, 유로존 경제지표, 연준(Fed)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교차 작용하며 달러·유로 변동성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환노출이 큰 다국적 기업은 옵션·포워드·콜러 등 다양한 공세적·방어적 도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