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만기 ICE 뉴욕 코코아(CCK25)는 4일(현지 시각) 전일 대비 -76달러(-0.95%) 하락한 반면, 5월 만기 ICE 런던 코코아(CAK25) 역시 -49파운드(-0.78%) 내렸다. 달러 가치 상승이 원자재 전반의 매도 압력을 키우며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은 지난 7주간 방어적인 흐름을 보였으며, 3월 21일에는 4개월 반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이는 전 세계 공급 전망이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월 28일 발표에서 2024/25 시즌 글로벌 코코아 공급이 142,000톤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공급 과잉 전망이다.
ICCO는 또한 2024/25 시즌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4.84백만 톤(4.84 MM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예측은 시장 참가자들이 공급 부족 우려를 덜게 만들며 가격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고 회복세도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내 코코아 재고는 1월 24일 21년 만에 최저치인 1,263,493포대까지 줄었다가, 4월 첫째 주 1,806,361포대로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다.
“재고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투기적 매수세가 크게 약화됐다”는 뉴욕의 한 원자재 트레이더의 평가가 나온다.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작황 우려가 하락폭 제한
세계 최대 생산국인 아이보리코스트의 중간 수확(mid-crop)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은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요소다. 중간 수확은 해마다 4월께 시작되는 작은 규모의 수확으로, 올해 예상 수확량은 40만 톤으로 작년(44만 톤)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아이보리코스트의 수출 속도 둔화도 가격을 지지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3월 23일까지 농가가 선적한 물량은 1.43백만 톤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나, 12월의 35% 증가율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화됐다.
수요 둔화 경고
수요 측면에선 부정적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초콜릿 제조업체 허쉬(Hershey)와 몬델리즈(Mondelez) 경영진은 고가 부담이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몬델리즈 최고재무책임자(CFO) 루카 자르멜라(Zarmella)는 2월 4일 “북미 등 일부 지역에서 코코아 소비가 감소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2월 18일에는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초콜릿 가격이 최대 50%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쉬 역시 2월 6일 실적 발표에서 “높은 원재료 비용 때문에 레시피를 조정해 코코아 함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업들의 발언은 가격 부담이 실제 수요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Q4 그라인딩(분쇄) 지표도 수요 약세를 증명한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1월 9일 4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5.3% 감소한 331,853톤으로 4년 만의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아시아도 같은 기간 0.5% 감소(210,111톤)해 4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북미 역시 1.2% 줄어든 102,761톤에 그쳤다.
다른 공급 변수
나이지리아는 2월 27일 1월 코코아 수출이 전년 대비 27% 증가한 46,970톤이라고 보고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으로, 늘어난 수출량은 공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나에서도 생산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가나 코코아청(Cocobod)은 12월 두 번째로 2024/25 시즌 생산 전망을 하향해 617,500톤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8월 전망치(650,000톤) 대비 5% 줄어든 것이다.
ICCO는 2월 28일 2023/24 시즌 글로벌 코코아 공급 부족이 441,000톤으로 60여 년 만에 가장 컸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백만 톤에 그쳤으며, 재고/분쇄 비율은 27%로 46년 만의 최저치였다.
“공급 부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내년 흑자 전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런던 소재 애널리스트는 평가한다.
용어 해설: 그라인딩(Grinding)·선물가격
‘그라인딩’은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매스, 버터, 파우더로 가공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라인딩량은 실제 가공·소비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선물가격’은 장래 일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인도·인수하기로 약정한 가격으로, 공급·수요 전망과 투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와 재고 증가, 수요 둔화를 근거로 추가 약세 가능성을 언급한다. 다만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 주요 국의 작황 변동성이 큰 만큼, 기상 이슈나 병충해 발생 시 급격한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2024/25 시즌이 실질적인 공급 흑자로 전환되려면 ICCO 추정치가 실현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상 변수·물류 차질·현지 정치 리스크가 잠재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코아 시장은 “공급 회복 vs. 수요 위축”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실물 흐름과 기업 실적 코멘트, 환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