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시장이 달러 인덱스 반등의 직격탄을 맞아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 ICE 12월물 코코아(CCZ24)는 0.73% 내린 52달러,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CAZ24) 역시 0.10% 떨어진 5파운드로 마감했다.
2025년 7월 29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가 1주일 만의 저점에서 반등하며 강세로 돌아선 것이 코코아 시장의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달러가 강세일 경우 달러 표시 상품인 코코아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다.
거래 초반까지만 해도 코코아 가격은 공급 부족 우려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ICE가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모니터링 재고가 242만 443포대(15년 만의 최저치)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분이 모두 지워졌고, 숏 압력이 확대됐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뉴욕 코코아 가격은 4주래 최저치, 런던 코코아는 6개월 반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서아프리카 지역에 내린 비가 작황 개선 기대를 키우면서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특히 주요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 충분한 강수량이 관측됐다는 점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나이지리아의 7월 코코아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1% 급증한 1만 7,456톤에 달했다.”
세계 6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공급 확대 소식도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반면 불과 일주일 전인 22일에는 지나친 건조로 인한 피해 우려로 뉴욕 코코아가 2개월여 만의 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민간 기상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Maxar Technologies)는 “최근 한 달간 코트디부아르·가나에 뚜렷한 강수 감소가 발생해 토양 수분이 평년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수·토양 수분·병해충 변수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고 있다.
최대 생산국 코트디부아르의 공급 감소도 주목된다.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 항만 반입 물량은 170만 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급감했다. 이는 세계 공급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규모다.
가나 코코아위원회(Cocobod)도 지난 8월 20일 2024/25년도 생산 전망치를 70만 톤에서 65만 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가나의 2023/24년도 수확량은 악천후와 ‘팟부리 병’ 확산 탓에 23년 만의 최저치인 42만 5,000톤으로 추락한 상태다.
반면 세계 5위 생산국 카메룬은 2023/24년도(8월~7월) 생산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26만 6,725톤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메룬의 증산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 해석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여전히 ‘깜짝’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전미제과협회(NCA)는 7월 18일 “북미 2분기 코코아 분쇄(grinding)량이 10만 4,781톤으로 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쇄량은 원두를 가공해 코코아 버터·분말을 생산하는 공정량으로, 실질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다. 같은 날 아시아 코코아협회도 2분기 분쇄량이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밝혀 예상(-2.0%)보다 양호했다. 유럽 코코아협회 역시 7월 11일 “유럽 2분기 분쇄량이 전년 대비 4.1% 증가해 시장 예상을 깼다”고 발표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8월 30일 2023/24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46만 2,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생산 전망치도 4,461만 톤에서 4,330만 톤으로 하향했으며, 재고/소비비율이 27.4%로 4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배경 설명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은 투자자가 보유한 매수(롱) 계약을 매도해 포지션을 줄이거나 없애는 행위를 의미한다. 매수세가 약해지거나, 가격 하락이 예상될 때 빈번하게 발생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등에서 원자재 선물거래를 주관하는 글로벌 거래소다. 코코아·커피·설탕 등 ‘소프트(softs)’ 상품 가격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분쇄량(Grindings)은 가공용 수요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원두를 깨고 갈아 초콜릿·코코아 제품의 기본 원료인 버터·리큐어·분말을 만들 때 소비된 물량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기후 조건과 질병, 그리고 주요 산지의 방대한 인프라 공백이 장기적 공급 부족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코코아나무는 병충해에 취약하고, 재배 면적 확대에도 3~5년의 성목 기간이 필요해 단기간 공급 증대가 어렵다.
반면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단기적 가격 압력은 불가피하다.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 원유·에너지 가격 변동, 신규 헷지펀드 자금 유입 여부 등이 코코아 선물 변동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서아프리카 기상 패턴과 주요 협회 분쇄 통계, 그리고 달러 지수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위험 관리 전략(손절·증거금 관리)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