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인도분 WTI(티커: CLG26) 선물은 0.13달러(-0.22%) 하락 마감했고, 2월 RBOB 휘발유(RBG26) 선물은 0.0053달러(+0.31%) 상승 마감했다.
2025년 12월 31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 원유 및 정제유 가격은 12월 30일(미국 시각) 혼조세로 마감했다. 유가는 장중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는데, 이는 달러 지수(DXY00)가 1주일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점이 주요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가 원유 가격에 대해 전반적으로 약세 신호로 작용했다.
한편, 하방 압력이 제한된 배경에는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러시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OPEC+의 추가 증산 유보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OPEC+ 대표는 정기 화상회의가 열릴 예정인 오는 일요일(월간 화상회의)에도 추가 공급 확대를 중단(일시 보류)하기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해 원유 가격의 하한을 지지했다.
시장 영향을 준 주요 뉴스 및 데이터
미·중 수요 동향과 지정학적 요인은 혼재돼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은 정유 및 재고 보충에 힘입어 전월 대비 10% 증가한 일평균 1,220만 배럴을 기록해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Kpler 데이터는 집계했다. 이는 원유 수요 측면에서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지정학적 긴장 역시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미국은 지난 주 나이지리아 내 이슬람국가(ISIS) 표적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으며, 이는 나이지리아(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원국)의 테러 위협 대응 차원에서 진행됐다. 또한 미국은 베네수엘라 유출 의심 제재 유조선에 대해 봉쇄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을 미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대서양으로 향하게 했고, 미군은 해당 선박을 그림자 감시한 뒤 바베이도스 인근에서 탑승을 시도했으나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시장 데이터 공급 측면에서는 Vortexa 집계가 주목된다. Vortexa는 적어도 7일 이상 정박(또는 정체)한 유조선에 저장 중인 원유 물량이 12월 26일로 끝나는 주에 전주 대비 15% 증가한 1억2,933만 배럴(129.33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해상 대기 물량 증가로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시사할 수 있다.
또 다른 공급 제한 요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4개월간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약해 글로벌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으며, 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사실이 보고됐다. 아울러 미·EU의 대러시아 석유 관련 제재는 러시아의 수출 축소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공급정책·예측 동향
OPEC+는 11월 30일 성명에서 2026년 1분기(Q1) 동안 생산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일평균 +137,000 배럴의 증산을 단행하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배경에는 신흥하는 세계적 잉여 공급 우려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원유 공급 과잉을 일평균 400만 배럴 수준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OPEC은 2024년 초에 단행했던 2.2백만 배럴/일 규모의 감산을 점진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에 있으며, 현재까지는 그중 1.2백만 배럴/일을 추가로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10,000 배럴/일 감소한 29.09 백만 배럴/일로 집계됐다.
시장 수급 전망의 보정도 이어지고 있다. OPEC는 3분기 세계 석유시장 전망을 전월의 -40만 배럴/일 적자 전망에서 +50만 배럴/일 흑자로 수정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이전의 13.53 백만 배럴/일에서 13.59 백만 배럴/일로 상향 조정했다.
주간 EIA 보고서(12월 19일 기준) 요약
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는 원유와 정제유에 대해 대체로 약세 신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시장 예상(2.0백만 배럴 감소)과 달리 +405,000 배럴 증가했다. 또한 휘발유 재고는 +2.86 백만 배럴 증가해 예상치(+1.1 백만 배럴 증가)를 상회했다. WTI 선물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재고는 +707,000 배럴 증가했다. 반면, 증류유(distillate) 재고는 +202,000 배럴 증가에 그쳐 예상(+1.0 백만 배럴)에 비해 소폭의 증가에 그쳤다.
동일 보고서는 계절적 5년 평균과의 비교치를 제시했다. 보고서 시점(12월 19일 기준)에서 (1) 미국 원유 재고는 -3.3%로 5년 평균 대비 낮은 편, (2) 휘발유 재고는 +0.7%로 평균을 소폭 상회, (3) 증류유 재고는 -5.1%로 평균을 상당폭 하회하고 있다. 또한 미국 원유 생산은 해당 주에 -0.1% 주간 감소해 13.825 백만 배럴/일을 기록했으며 이는 11월 7일 기록한 최고치 13.862 백만 배럴/일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에너지장비 활동(리그 수)
Baker Hughes가 집계한 미국 내 활동 중인 유정 리그 수는 1월 2일로 끝나는 주에 +3대 증가한 412대로 집계돼 12월 19일의 4.25년 저점인 406대에서 일부 회복했다. 2022년 12월의 최고치 627대와 비교하면 과거 2.5년 동안 큰 폭의 감소가 이어졌다.
용어 설명(독자를 위한 부가설명)
DXY(달러 지수)는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달러 강세는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게 만들기 때문에 달러 강세 시 원유 수요(외화로 구매하는 국가 측면)가 약화돼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WTI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를 의미하는 벤치마크, RBOB는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정제유 수요를 반영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Vortexa는 해상 유류 물동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민간 데이터업체, Baker Hughes는 석유장비(리그) 활동을 집계하는 회사이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예: 러시아)까지 포함한 협의체를 의미한다.
시장 분석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와 EIA 주간 재고의 예상 밖 증가로 유가가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OPEC+의 증산 보류 기조가 하방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수입 증가와 미국·EU의 대러 제재,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인한 러시아 정유·수출 차질은 공급 축소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 상단을 지지한다. 반면 Vortexa의 해상 재고 증가, OPEC과 미국의 생산 정상화 노력, 미국 내 생산 상향 조정은 공급 측면에서 가격 상방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정책·금융 측면에서는 달러화 동향과 중앙은행(특히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결정적이다. 달러가 추가로 강세를 보일 경우 원유는 연쇄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달러가 안정화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때 유가가 탄력적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다. 또한 OPEC+의 향후 회의에서 증산 유보가 실제로 유지될지 여부가 단기 변동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유가 변동은 물가와 성장,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무역수지와 통화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더 긴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유가 하락은 소비자 부담 경감과 성장률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산유국과 관련 기업의 실적 악화와 투자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
핵심 요약
달러 지수의 강세와 EIA의 예상 외 재고 증가가 단기적인 유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중국의 수입 증가, OPEC+의 증산 보류 기조, 지정학적 긴장(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러시아 관련) 등은 유가의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향후 유가 방향은 달러 흐름, OPEC+의 정책 결정, 그리고 지정학적 사건 발생 여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 작성 시점에 본문에서 언급된 저자 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