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마감 동향] 30일(현지 시각)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티커: CCU25)는 전일 대비 -28달러(-0.34%) 하락한 반면, 9월물 런던 코코아(티커: CAU25)는 +16파운드(+0.29%) 상승 마감했다. 동일한 상품이 거래소별·통화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외환시장의 급변이 자리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는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며 달러 표시로 거래되는 뉴욕 코코아 선물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가 2.25개월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자, 파운드로 가격이 책정되는 런던 코코아 선물은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 통화 가치 변화가 동일 원자재의 거래소별 가격에 미치는 전형적 사례다.
전일에는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 우려로 코코아 가격이 4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7월 27일 누적 수출량은 175만t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한 35% 급증세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30년 평균을 하회하는 강수량과 높은 기온이 주요 산지인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의 코코아 열매 생육을 위협하고 있다”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분석도 공급 축소 전망을 자극하고 있다. 주수확(main crop)은 10월 시작 예정이지만, 이미 생육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런던 선물시장에서는 선물·옵션 헤지펀드의 순매도 포지션이 확대된 점이 단기적 ‘쇼트 커버링(매수 환매)’ 가능성을 키운다. ICE 유럽 데이터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펀드의 순매도 잔고는 8,265계약으로 2년 만의 최대치다.
수요 측면에서는 초콜릿 소비 부진이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주 고급 초콜릿업체 린트&슈프렝글리(Lindt & Sprüngli)는 상반기 매출 감소를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제과용 코코아 가공사인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 역시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가이던스를 내리며 3~5월 판매량이 9.5% 급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실물 소비를 가늠하는 ‘그라인딩(grinding)’ 데이터가 빠르게 악화됐다. 7월 17일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이라고 발표했다(시장 예상: -5%). 아시아 코코아협회(CAA)와 북미 그라인딩 지표도 각각 -16.3%, -2.8% 감소해, 글로벌 수요 위축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재고는 10.5개월 만의 최대치인 2,368,141포대(60㎏ 기준)로 집계됐다. 재고 증가는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가 7월 1일 ‘2025/26년 생산량 65만t(+8.3% y/y)’ 전망치를 제시하며 추가 하락 압력을 시사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산지다.
아이보리코스트의 스몰 크롭(mid-crop) 품질 저하도 변수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의 불량 원두를 지적하며 반송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메인크롭 평균 불량률은 1%). 라보뱅크(Rabobank)는 지연된 강우를 원인으로 꼽으며 올해 중간 작황 추정치를 40만t(-9% y/y)으로 제시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연도 세계 공급 부족’을 기존 -44만1천t에서 -49만4천t으로 확대 조정, 60년 만의 최악 적자를 예고했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천t 흑자 전환 및 생산 7.8% 증가(4,840만t)를 예상해 중장기 전망은 엇갈린다.
용어 풀이 및 시장 구조 이해
• 그라인딩: 원두를 분쇄·가공해 코코아 버터·파우더 등으로 만드는 공정량으로, 실제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 순매도 포지션(Net Short): 선물·옵션시장에서 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상태로, 가격 상승 시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쇼트 커버링’ 매수로 전환될 수 있다.
• 달러 인덱스(DXY):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한 지수. 원자재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지수 변동은 상품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 기상이변, 펀드 포지션이 맞물리며 단기 가격 방향성이 자주 바뀔 가능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ICCO가 예상한 2024/25년 공급 회복 속도가 실제로 얼마나 구현되는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인플레이션과 소비 심리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급 균형에 근접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