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로 유가 하락세 전환

2월물 WTI(클로즈: -0.13달러, -0.22%)2월물 RBOB 휘발유(클로즈: +0.0053달러, +0.31%)는 화요일 거래에서 엇갈린 종가를 기록했다. 초기 상승세를 보였던 원유는 장중 달러지수 상승과 주간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재고보고서의 매도적(베어리시) 내용으로 마감에는 하락 전환했다. 다만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러시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 하방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하고 일부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5년 12월 30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화요일 원유가격은 달러지수(DXY)가 1주일 만에 최고치로 오르자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한 월요일 저녁 공개된 주간 EIA 재고보고서는 원유와 제품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PEC+가 추가 증산 보류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와 여러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유가 하단을 일정 부분 지지했다.

주요 지지 요인으로는 OPEC+ 대표들이 일요일 예정된 월례 화상회의에서 추가 공급 확대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점, 중국의 원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며 수입이 늘어나는 점, 베네수엘라 관련 제재 유조선 봉쇄 등 국제적 지정학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이 있다. 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이달 원유 수입은 전월 대비 +10% 증가한 일평균 1,220만 배럴(bpd)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되어 재고 축적 수요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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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달러 강세·EIA 재고 증가가 하방 압력을 가했으나 OPEC+의 증산 보류 기대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낙폭을 제한


지정학적 요인도 유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주 나이지리아 내 ISIS 표적을 향해 공습을 단행했으며 이는 나이지리아의 안전 문제와 원유 공급 불안정성을 부각시켰다.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이다. 또한 미국은 베네수엘라 유출로 의심되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차단 조치를 취했고,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은 베네수엘라에서 이탈해 대서양으로 항로를 변경했으며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해당 선박을 그림자(그림자 감시) 상태로 추적했다고 전해진다. 미군은 일요일 바베이도스 인근에서 해당 선박에 승선하는 것을 시도했으나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해상 재고 동향도 주목된다. Vortexa는 12월 26일로 끝난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5% 증가한 1억2,933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해상에 묶인 재고가 늘어 단기적 시장 과잉 공급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지난 4개월간 최소 28개 정유공장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역량을 약화시키고 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을 드론·미사일로 공격한 것으로 보고되며, 이에 더해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석유 관련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정책과 시장 잔여량 측면에서는 OPEC+가 11월 30일 발표한 대로 2026년 1분기에 생산 증가를 보류하기로 한 결정이 유가를 지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일일 137,000 배럴의 추가 생산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생산 증가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에 일평균 400만 배럴의 글로벌 과잉공급을 기록할 것으로 10월 중순에 전망한 바 있다. OPEC은 현재 2024년 초에 단행한 일일 220만 배럴의 감산 중 일부를 복원하고자 하나 아직 복원하지 않은 물량이 일일 120만 배럴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29.09 million bpd로 전월 대비 -10,000 bpd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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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OPEC은 지난달에 3분기 글로벌 시장 전망을 적자에서 흑자로 수정했다. OPEC은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을 이전의 -400,000 bpd 적자 전망에서 +500,000 bpd 잉여 전망으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생산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난 점과 OPEC의 원유 증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IA 역시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기존 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다.

주간 EIA 재고보고서(12월 19일 기준, 월요일 공개)는 원유와 제품에서 다소 매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EIA는 원유재고가 예측치인 -200만 배럴 감소와 달리 +405,000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휘발유 재고도 +2.86 million bbl 늘어 예상치 +1.1 million bbl을 상회했다. 특히 WTI 선물의 인도지점인 Cushing의 원유재고는 +707,000 bbl 증가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증류유(디스틸레이트) 재고가 +202,000 bbl 증가해 예상치 +1.0 million bbl보다 소폭의 증가에 그쳤다.

동 보고서는 또한 (1) 미국 원유재고가 12월 19일 기준으로 -3.3%로 5년 평균 대비 낮음, (2) 휘발유 재고는 +0.7%로 5년 평균 대비 다소 높음, (3)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1%로 5년 평균 대비 낮음을 보여 주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13.825 million bpd로 전주 대비 -0.1% 감소해 기록적 수준인 13.862 million bpd(11월 7일 주)에 근접한 수치를 나타냈다.

Baker Hughes의 리그 카운트에 따르면 1월 2일로 끝난 주간에 미 활동 원유 시추기는 +3대 증가한 412대로, 12월 19일 주에 기록한 4.25년 저점인 406대에서 소폭 회복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의 5.5년 고점인 627대에서 크게 하락했다.

용어 설명(초보 독자용):
달러지수(DXY)는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국제 원유거래에서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구매력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RBOB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휘발유의 선물상품 유형 중 하나이다. bpd는 ‘barrels per day'(배럴/일)의 약어로 원유 일평균 생산·수송 단위를 의미한다. Cushing은 WTI 선물의 표준 인도지점으로 미국 원유 재고의 중요한 관찰 지점이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달러지수의 강세와 EIA의 예상 외 재고 증가가 유가 상방을 제약하고 있다. 그러나 OPEC+의 생산 증가 보류 기조, 중국의 수요 회복 신호,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의 상승 압력을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현재 공급 측 불확실성과 수요 회복 신호 사이를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투자자와 리스크 관리자는 달러 움직임, 주간 EIA 재고, OPEC+의 공식 결정, 그리고 지정학적 사건(예: 유조선 봉쇄, 군사 충돌, 제재 집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기적 분석으로는 OPEC+가 생산 보류 기조를 유지하면 2026년 초반까지는 공급 측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유가가 하방이 제한되는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 반면 IEA와 OPEC의 전망에서 보듯 2026년 전반에 걸친 글로벌 공급 과잉 가능성은 원유 가격에 하방 리스크를 제공한다. 따라서 유가는 단기적 충격(지정학적 사건, 재고 발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되, 장기적 흐름은 세계 석유 공급량 조정, 미국 셰일 회복력,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 및 계절적 수요 패턴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정책·실물경제 영향
원유가격 변동성은 석유 수입국의 물가와 통화정책, 에너지 기업의 투자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신흥국 통화와 원유 수입 비용 사이의 긴장이 심화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OPEC+의 추가 감산(또는 예상보다 강력한 공급 제약)이 나타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정책 결정자들은 이러한 복합 요인을 종합해 에너지 및 거시정책 대응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론
화요일 원유시장은 달러지수의 강세와 EIA 재고 증가라는 매도 요인에 의해 단기 하락세를 보였으나, OPEC+의 증산 보류 기대와 복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의 급격한 하락을 억제하고 있다. 시장은 앞으로도 달러 흐름, 주간 재고 데이터, OPEC+ 의사결정, 지정학적 사건을 중심으로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