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금 가격은 한 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이 견조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관세로부터 확대될 수 있어 현행의 ‘다소 제약적(moderately restrictive)’ 통화정책 기조가 적절하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위축된 영향이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Nasdaq.com)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DXY)는 전장 대비 0.88% 상승한 2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주 들어 이어진 랠리를 연장한 것으로, 미국 7월 ADP 고용보고서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달러 수요를 자극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ADP에 따르면, 7월 민간 부문 고용은 10만4,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7만6,000명)를 넘어섰으며,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폭을 나타냈다. 6월 수치는 –3만3,000명에서 –2만3,000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잠정치에서 2025년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연율 3.0%를 기록해 컨센서스(2.6%)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기 대비 2.5% 상승해 전망치 2.3%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를 부채질했다.
FOMC 결론과 파월 의장 메시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만장일치가 아닌 9 대 2로 기준금리(연 4.25~4.50%) 동결을 결정했다. 미셸 보우먼·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25bp(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처럼 이사 2명이 동시 반대한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 성명은 경제 상황을 기존 ‘튼튼한(solid) 성장’에서 ‘완화됐다(moderated)’로 하향 조정하며, “순수출 변동성이 데이터를 계속 교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현행 다소 제약적 정책 스탠스가 적절하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관세 변수와 시장 반응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인도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시장은 이를 글로벌 교역 둔화와 미국 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인식하며, 연준의 ‘긴축 유지’ 논리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금리선물(페더럴펀드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49%,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38%로 반영해, 전일 대비 인하 기대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주요 통화 동향
유로/달러(EUR/USD)는 1.10% 급락해 7주 만에 최저치에 도달했다. 월요일 발표된 EU-미국 무역협정이 미국에 유리한 내용으로 평가받으며 유로존 수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 다만 유로존 2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 전년 대비 1.4%로 예상치를 웃돌았고 7월 경제신뢰지수도 95.8로 5개월 최고치를 기록해 유로 약세를 일부 완충했다.
엔/달러(USD/JPY) 환율은 0.61% 상승해 엔화가 3.75개월 만에 최저(엔 약세)로 밀렸다. 러시아 동부 해안 8.8 규모 지진으로 한때 도쿄만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일시 부각됐으나, 이후 미국 지표 호조와 미 국채 수익률 급등이 엔화 매도를 재촉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LDP)이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상실하며, 재정악화 우려가 확대된 점도 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금·은 등 귀금속 시장
8월물 금 선물(COMEX)은 0.85%(28.20달러) 하락했고, 9월물 은 선물은 1.43%(0.547달러) 떨어졌다. 달러 강세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비이자자산인 금·은 가격을 압박했다.
장 마감 이후 파월 의장 발언이 전해지자, 금은 추가로 온스당 30달러가량 빠지며 낙폭을 확대했다. 은 역시 구리 가격이 17% 폭락해 2.5개월 최저를 기록한 여파로 추가 약세를 보였다. 이번 폭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제 구리(refined copper)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수급 우려도 작용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과 우크라이나·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귀금속에 안전자산 수요를 부분적으로 유지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Glossary
· 달러지수(Dollar Index·DXY) : 유럽·일본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달러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 ADP 고용보고서 :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가 발표하는 민간 부문 고용증감 통계로, 매월 첫 주 발표되는 정부의 공식 고용보고서 ‘비농업부문 고용자수(Non-Farm Payrolls)’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 근원 PCE 가격지수 : 개인소비지출지수에서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물가변동을 측정한 것으로,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알려져 있다.
향후 전망 및 기자 시각
달러가 경기 지표 호조와 연준의 ‘긴축 선호’ 메시지에 힘입어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내부에서조차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했으나, 파월 의장이 관세발(發) 인플레이션 위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만큼, 9월·10월 회의에서의 즉각적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관세 확대로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재점화될 경우, 연준 역시 성장 방어를 위해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와 금 약세가 단기적 역(逆)상관 구조를 강화하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귀금속이 다시 안전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