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공급 증가 우려 속 원유 가격 하락

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0월물은 19일(현지시간) 배럴당 0.89달러(-1.40%) 내린 62.67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만기 RBOB 휘발유 선물도 갤런당 0.0407달러(-2.02%) 떨어졌다.

2025년 9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원유·휘발유 가격 하락의 직접적 배경은 달러화 강세(DXY 지수 상승)다. 통상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비(非)달러권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여기에 추가 공급 가능성이 겹쳤다. 로이터통신이 이라크와 터키 사이 ‘쿠르드 송유관 재가동’이 임박했다고 전하면서 하루 최소 23만 배럴이 시장에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투자자들은 이를 공급 과잉(글럿) 시나리오의 단초로 해석하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주목

● 이라크·쿠르드 자치정부 송유관 재가동1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유전지대 원유를 지중해로 운송
로이터는 “이라크가 터키 측 제안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전했다. 재가동되면 최소 230,000bpd가 국제시장으로 흘러든다. 이는 이라크 전체 생산량의 약 5%에 해당한다.

● 국제에너지기구(IEA) 공급 전망 상향
IEA는 18일 발표한 장기전망에서 2026년 세계 잉여공급 전망을 333만 bpd로 36만 bpd 상향 조정했다. 배경에는 OPEC+의 단계적 증산 계획이 있다.

●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 러시아 정유 능력 30만 bpd 차질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살라바트·볼고그라드 정유시설을 공격해 30만 bpd 규모 가동이 중단됐다. 9월 들어 러시아 정제품 평균 수출량은 하루 194만 bpd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 가능성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G7에 중국·인도산 러시아 원유에 최대 100% 관세를 제안했다.

주목

● 해상저장 감소
시장조사업체 보르텍사(Vortexa)는 9월 12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 유조선 원유’ 재고가 -7.2% 감소한 6,796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해상저장 감소는 공급 긴축 신호로 해석돼 시세를 지지했다.

● OPEC+ 단계적 증산
OPEC+는 10월부터 일 13만7,000배럴만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이는 8~9월 합산 증산량(54만7,000bpd)의 4분의 1수준이다. 나머지 166만 bpd의 ‘동결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 미국 에너지통계청(EIA) 주간 수치
9월 12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4.7%, 휘발유 -1.6%, 디스틸레이트 -7.4%다. 주간 원유 생산은 1,348만2,000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 대비 0.1% 낮았다.

● 베이커휴즈 굴착 리그
같은 기간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 리그 수는 전주 대비 2기 증가한 418기였다. 2022년 12월 627기 대비 33% 감소한 수준으로,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용어 풀이

WTI: 미국 텍사스 쿠싱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경질유. 국제 기준유 중 하나로 브렌트유 대비 내륙 물류비가 반영돼 가격이 변동한다.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 미국 동부·걸프 연안에서 유통되는 무연 휘발유 선물 기준물이다.
DXY: 달러인덱스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다.


전문가 시각

본지 자문단은 “쿠르드 송유관 변수는 단기 조정 요인이지만, 러시아 정유 차질·OPEC+의 점진적 증산 기조를 감안할 때 하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브렌트 기준 70~80달러 박스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또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유 수입국의 구매력 악화를 통해 수요가 둔화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중국의 전략비축유(SPR) 재충전 수요가 가격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10월 1일 발표 예정인 OPEC 월간 보고서와 10월 중 예정된 미 연준(FOMC)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공급·수요·환율의 삼중 변수에 대응해 헤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