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연준 비둘기파 발언에 1주일 만에 최저…ECB 매파 발언도 영향

달러 인덱스(DXY00)가 6일(현지시간) -0.37% 하락하며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닐 캐시카리 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과 함께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인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매파적 코멘트가 유로화를 끌어올리면서 달러를 눌렀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시카리 총재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달러 매도세가 강화됐고,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4%까지 반영했다. 이는 불과 닷새 전 40%에서 급등한 수치다.

달러 인덱스 차트


ECB의 상반된 신호, 유로 강세 견인

EUR/USD 환율은 +0.44% 상승하며 1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홀츠만 총재는 “현재로서는 ECB가 추가로 금리를 내릴 어떠한 이유도 보지 못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같은 날 발표된 독일 6월 공장수주가 전월 대비 -1.0%로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상승 폭은 다소 제한됐다.

“유럽 외 지역의 경제 전개를 지켜본 뒤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로베르트 홀츠만 ECB 통화정책위원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스왑시장은 9월 11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추가 인하 가능성을 불과 13%로 평가했다.

유로/달러 차트


일본 엔화, 임금 지표 호조에 강세

USD/JPY-0.16% 하락했다. 일본 6월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해 5월의 +1.4%에서 가속화됐다. 시장 예상(+3.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임금 상승세가 견조하다는 점이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정책 지속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면서 엔화에 힘을 실었다. 다만 미 국채금리 상승이 엔화 강세폭을 일부 상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 글로벌 성장 우려 재점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반도체·의약품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향후 1주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에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대(對)인도 관세를 현행 25%에서 대폭 인상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주에는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25%에서 35%로 올리고, 8월 7일 0시부터 10% 글로벌 최저 관세무역흑자국에 최소 1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조치들이 모두 실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기존 13.3%에서 15.2%로 상승해 2024년의 2.3% 대비 약 7배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금·은, 달러 약세에 엇갈린 흐름…안전자산 수요는 유지

12월물 금(GCZ2) 선물은 -0.17%, 9월물 은(SIU2) 선물은 +0.31%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가 1주 최저로 밀리며 귀금속에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지만, ECB 매파 발언과 미 국채금리 상승이 금값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준이 조기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는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중동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귀금속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용어 해설: 페더럴펀드선물·달러인덱스

연방기금선물(Federal funds futures)은 투자자들이 연방기금금리(미국 은행 간 초단기 금리)의 향후 수준을 예측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따라서 해당 선물의 가격 변동은 연준(Fed)의 금리 인하·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산출한 지수다. 수치가 하락하면 달러가 약세, 상승하면 강세임을 의미한다.


기자 전문 분석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중립적 스탠스에서 비둘기파로의 뚜렷한 기울기를 보여준다. 특히 캐시카리 총재처럼 평소 매파적 성향으로 분류돼 온 인물이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시장 정서를 빠르게 변화시킬 촉매가 된다. 반면 ECB는 인플레이션 2%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 또는 소폭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미·유럽 간 통화정책 방향성 차별화가 심화될 경우, EUR/USD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1.10 달러 선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글로벌 경기를 훼손해 리스크 오프 환경을 조성할 경우, 달러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결국 향후 환율·금리·상품시장 방향성은 9월 FOMC 전까지 발표될 노동시장·물가·소비 지표가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