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존스 기자가 집필한 원문을 바탕으로, 로이터통신의 분석 기사를 전문 번역·가공했다. 올해 예상 밖 강세장을 누려 온 신흥국(EM) 자산이 달러화 반등과 미·중 관세 변수라는 이중 도전에 직면했다는 내용이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EM 노출 확대를 권하고 있지만, 일부 베테랑 투자자들은 “관세·달러 쌍둥이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랠리가 꺾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를 앞세워 복귀하자, 다수 이코노미스트는 보호무역주의 재점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1차 집권기와 마찬가지로 초기 영향은 오히려 역설적이어서, MSCI 47개국 EM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17% 뛰어 S&P 500 상승률(약 8%)의 두 배를 기록했다.
동 기간 달러 지수(DXY)는 10% 하락하며 EM 강세를 뒷받침했다. 트럼프 1기 첫 6개월에 달러가 8% 밀렸을 때 EM 주식이 25% 올랐던 데자뷔 현상이 재현된 셈이다. 하지만 7월 들어 달러화는 올해 첫 월간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와 동시에 ‘매그니피센트 세븐’① 대형 기술주가 4월 2일 트럼프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선언 이후 EM 지수를 두 배 이상 웃돌며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2017년을 다시 보는 듯하다.”
— 전 씨티그룹 신흥국 리서치 수장인 데이비드 루빈(현 채텀하우스)
루빈은 “1년 차 약(弱)달러가 EM에 최적의 거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후부턴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회고했다.
관세·달러, ‘이중 변수’가 관건
올해 중국 증시는 25%, 브라질 현지통화표시 국채는 25% 상승했고, 가나 세디화는 40% 급등했다. EM 기업채 스프레드(신용프리미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좁혀졌다. 블랙록·피델리티·PIMCO 등 ‘큰손’이 일제히 낙관론에 힘을 싣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제 EM 매수는 ‘컨센서스 트레이드’ 수준”이라며 과열을 우려했다.
BoA는 달러가 추가로 2.5~3%만 더 약세를 보이더라도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지만, 8월 1일(금)로 예정된 인도·브라질 등 관세 데드라인을 가장 큰 단기 변수로 꼽았다. 중국은 재차 유예를 얻어냈지만, 브라질의 경우 최대 50% 관세가 경고돼 있다.
‘지속 가능한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전 세계 금리 상승·코로나19·지정학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담 EM 채권 펀드는 지난 6년간 순유입 ‘제로’를 기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로컬통화 채권펀드는 2013년 이후 지속적인 자금 이탈을 겪고 있다. 올해 반등이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이 주시하는 이유다.
JP모건 리포트는 코로나19 이후 잠시 회복됐던 EM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22년부터 다시 내리막을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투자자 입장에선 더 가혹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SCI EM 지수는 고작 15% 상승에 그친 반면, 동일 기간 나스닥은 700% 폭등했다.
아문디의 에를란 시즈디코프 EM 대표는 “연기금·국부펀드가 미국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EM 전문운용사 위탁을 늘리고 있다”며 브라질·멕시코 금리 인하 국면, 그리고 이집트·튀르키예·파키스탄과 같은 고위험국 순차 정상화에 기대를 걸었다. 반면, 유가 하락 시 걸프(GCC) 국가는 ‘역(逆)베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M 전문 운용사 그래머시의 창업자 로버트 쾨닉스버거는 최근 시장에 “FOMO(놓칠까 두려움)가 심하다”고 평가했지만, 최종 관세 리스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 포지션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베테랑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는 “높은 관세는 수출 주도 성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다만 젊은 인구 구조와 신기술 도입이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JP모건은 EM 채권에 대해 ‘중립 이하’ 의견을 유지한다. 이들의 시나리오상 미국 평균 유효 관세율은 연초 2~3%에서 18~20%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40%로 추정했다.
미 경기 후퇴는 통상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EM 국채 스프레드 125~200bp 확대를 야기한다. 물론 이번엔 미 국채도 동반 매도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과거 패턴이 반복된다면 2023년 중반 이후 축적된 신용 개선 효과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JP모건의 조니 굴든은 경고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EM 자산은 대개 명확한 플레이북을 따른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 JP모건 EM 채권 전략 헤드 조니 굴든
용어 풀이②
①매그니피센트 세븐: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7개 ‘빅테크’를 일컫는 애널리스트 용어다. 이들 주가는 올해 들어 EM 지수 대비 약 2배 상승하며 글로벌 펀드플로를 빨아들이고 있다.
②스프레드(Spread): 동일 만기의 미(美) 국채 등 무위험 자산과 비교해 신흥국 국채·회사채가 추가로 제공하는 가산금리·위험 프리미엄을 의미한다.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축소)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음을, 벌어지면(확대)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