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유로 약세를 발판으로 5주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기대, 그리고 EU-미국 관세 합의가 시장 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지수를 추적하는 DXY는 전일 대비 0.22% 오른 5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랠리는 전날 발표된 EU-미국 관세 합의가 미국 측에 유리하다는 시각이 확산된 데 힘입었다. 합의에 따라 EU산 대부분의 상품에 15%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며, 이는 유로존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투자자들은 7월 31일(현지시간) 종료되는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 자료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이번 회의에서는 2%로,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65%로 반영하고 있다.
주요 경제 지표 및 달러 강세 요인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재화무역수지 잠정치는 시장 예상치(-98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860억 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적자 축소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공개된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7.2로, 예상치 96.0을 웃돌았다.
반면, 구인·이직(JOLTS) 보고서는 6월 구인 건수가 27만5천 건 감소한 743만7천 건으로 발표돼 시장 예상(750만 건)을 하회했다. 채용 수요 축소는 고용시장의 둔화를 시사하며, 이는 연준에 비둘기파적(완화적)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보고서 발표 직후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고, 이는 달러 추가 상승 폭을 제한했다.
“6월 JOLTS 데이터는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미니애폴리스 연준 경제학자
유로화 약세 배경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0.28% 하락하며 5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6월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전월 2.8%에서 2.6%로 내려앉으며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키운 점도 유로 약세 요인이다. 스왑시장은 9월 11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14% 반영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EU-미국 관세 합의가 유럽 제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이미 침체 조짐을 보이는 독일·이탈리아 공장 주문 지표에 추가 부담을 가중할 전망이다.
엔화·금·은 동향
달러/엔(USD/JPY)은 0.11% 내렸다. 6월 JOLTS 부진으로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며 엔화는 1주래 저점에서 단기 숏커버링이 유입됐다.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점도 엔화에 우호적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LDP)이 과반을 잃었음에도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전자산인 금(Gold) 8월 선물은 온스당 14달러(0.42%) 오른 3주 고점 부근에서 마감했다. 은(Silver) 9월물 역시 0.17% 상승했다. 미 국채수익률 하락과 주식시장 하락 반전이 귀금속 수요를 지지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기반 금 보유량이 지난주 금요일 2년 만의 최고치, 은 보유량이 월요일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펀드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
다만, 달러지수의 강세가 귀금속 가격에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미 상무부가 중국과의 무역휴전을 90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무역긴장 완화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문가 해설: 용어 및 맥락
DXY(달러지수)는 6개 주요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나·스위스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라는 의미다.
FOMC 정례회의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행사로, 연 8회 열린다. 이 회의 결과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구인·이직 조사로, 고용시장 열기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다.
ECB 기대인플레이션 조사는 가계·기업이 1·3년 뒤 물가상승률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보여준다. 수치 하향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근거가 될 수 있다.
ETF 귀금속 보유량 증가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실물 수요를 의미하며 가격 지지 요소로 작용한다.
시장 전망 및 기자 의견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동결 → 미국·EU 관세 합의 →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삼박자가 달러 강세의 주된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 확률이 65%에 달한다는 점은 중기적으로 달러 랠리의 고점을 제한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로화는 관세 부담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으며, ECB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추가 약세를 부를 수 있다. 반면 엔화는 정치 리스크 완화와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110엔선 하향 테스트 가능성도 거론된다.
귀금속 가격은 달러·금리·지정학적 리스크 세 가지 축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금·은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