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연준 비둘기파 발언·미-중 통상 갈등 심화로 0.58% 하락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했다. 13일(현지시간) 달러지수(DXY)는 전장 대비 -0.58% 하락 마감하며 7주 만의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미 국채금리(10년물)가 연준(Fed) 핵심 인사들의 완화적(비둘기파) 발언으로 조정을 받은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경고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 직격탄이 됐다.

2025년 10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셧다운) 2주 차에 접어든 점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 교착이 길어질수록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아져 달러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달러지수 그래프
▲ 달러지수(DXY) 1년 추이(자료: Barchart)

주목

미시건대 소비심리·물가 기대치 동반 둔화

같은 날 발표된 미시건대 10월 소비자심리지수55.0으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며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54.0)를 웃돌았지만, 소비경기 둔화를 피하지는 못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전월 4.7%에서 4.6%로 예상 밖 하락해 연준의 추가 완화 여지를 넓혔다.

“노동시장이 약화되고 있다. 다가올 FOMC에서 0.25%p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역시 “노동시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보험성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혀, 연준 내 광범위한 완화 공감대를 시사했다. 파생상품 시장은 10월 28~29일 FOMC에서 97% 확률로 25bp 인하를 반영 중이다.


유로·엔, 달러 약세에 동반 반등

유로/달러(EUR/USD)는 +0.39% 상승했다.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이자 ECB 통화정책위원인 요하힘 나겔은 “현재 금리가 적정하다”며 금리 동결 의지를 확인했고, 마르틴 카작스(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ECB 기준금리 2%는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EURUSD 차트

다만 프랑스 정국 불안이 유로 강세를 제약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금요일 밤까지 새 총리 지명’ 방침을 밝히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낮추려 애쓰고 있다.

주목

엔화(USD/JPY)는 -0.88% 급등(엔화 가치 상승)해 7.75개월 만의 최저치에서 되돌림을 보였다. 9월 일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웃돈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7%를 기록하며 BOJ의 완화 종료 기대를 자극한 것이 배경이다.

여기에 가토 슌이치 재무상은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 숏커버(되사기)를 불러왔다. 하지만 자민당 신임 총재로 사나에 다카이치가 선출되면서 재정 확대→부채 증가→BOJ 완화 지속 시나리오가 부각돼 엔 약세 전망은 여전하다.


귀금속, 7주 연속 랠리…금 사상 최고치 경신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4,049.2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날도 +0.70%↑(27.80달러)에 마감했다. 은 선물도 14년 만의 고점 근처다. 달러 약세,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 연준 비둘기파 기조가 안전자산 매수를 촉발한 결과다.

Gold Futures Silver Futures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적대적 조치”라며 관세 ‘대폭 인상’을 예고하자 금 값은 장 막판 추가 상승했다. 일본·프랑스 정치 불안, 미국 셧다운, 미·중 통상 갈등 등 지정학‧정치 리스크가 귀금속 랠리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 자금도 유입 중이다. 금 ETF 보유량은 3년래 최고치, 은 ETF 역시 3년래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스왑시장은 95% 확률로 10월 FOMC에서 25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며, ‘더 낮은 실질금리→금·은 강세’ 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용어·배경 설명

T-노트(10년물)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위험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돼, 금리가 움직이면 통화·주식·원자재 등 전 자산군에 영향을 준다.

달러지수(DXY)는 6개 주요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산출한 지수다. 지수 하락은 달러 약세, 상승은 강세를 의미한다.

비둘기파(dovish)·매파(hawkish)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구분하는 은어다. 비둘기파는 완화적(저금리 선호), 매파는 긴축적(고금리 선호) 성향을 가리킨다.

스왑시장 확률은 연방기금금리선물 가격을 이용해, 시장이 예측하는 차기 FOMC 금리결정 확률을 역산한 값이다.


기자 해설

연준 내부 기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완화로 기우는 상황에서, 달러는 ‘정책 차별화 우위’를 잃고 있다. 반면 ECB와 BOJ는 아직 명확한 긴축 종료 신호를 주지 않고 있어, 향후 달러 반등에는 미국 경기지표 반등 혹은 타 중앙은행의 동반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중 갈등 재점화는 단기적으로 안전자산(엔·스위스프랑·귀금속)과 원자재, 반대로 교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10월 28~29일 FOMCECB 10월 30일 회의,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 관세 인상 발표 시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