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원유시장 지배력, 걸프(걸프국) 교역 변화로 구조적 시험대에 오르다

달러의 원유시장 지배력이 걸프(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교역 패턴 변화와 군사비 지출 우선순위 변화로 구조적 재평가에 직면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져 온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는 과거의 경제적 조건이 약화되면서 그 토대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2026년 3월 21일 02시 37분 35초,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폴 도노반(Paul Donovan)의 새로운 분석은 달러표시 원유 거래를 관성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지만, 과거에 이 관계를 공고히 했던 근본적 경제 인센티브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aversion to change”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변화에 대한 저항은 달러 표기의 강력한 고정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그 배경이 되는 기계적·구조적 이유들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계적 우월성(=Machinery moat)의 약화

전통적으로 원유 시장에서 달러의 역할은 기계적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187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쳐 미국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추출 장비의 대다수를 공급했다. 이 때문에 산유국들은 달러 수익을 달러표시 자본적 지출을 정산하는 데 사용해야 했고, 이는 달러 보유의 기능적 필요성을 만들어냈다. UBS는 이른바 “machinery moat(기계적 해자)”가 상당히 얇아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약 8% 수준을 맴돌고 있다고 보도는 전한다. 이는 걸프 국가들이 산업재와 장비를 보다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로부터 조달하면서, 무역결제에 있어 달러를 보유할 필요성이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군사 조달은 그동안 지역 내 달러 수요의 마지막 기둥 역할을 해왔다. 걸프 국가들의 예산은 전통적으로 미국 방산업체들에 크게 편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UBS는 최근의 분쟁으로 인해 지역 강국들이 군사비 지출을 다변화하기 시작하면 달러를 수취하고 보유해야 할 인센티브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완전한 달러 포기는 당장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유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되 판매 수익은 즉시 다른 통화로 전환되는 “bifurcated(양분된)” 지출 모델이 확산되면 달러에 대한 새로운 약세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전쟁 이후 경제에서의 수익 재투자(Revenue recycling)

투자자들에게 흥미로운 질문은 더 이상 단순히 원유가 어떤 통화로 가격이 매겨지느냐가 아니라, 원유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막대한 에너지 수익이 어디에 쓰이느냐이다. 페르시아만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산유국들의 달러 유입량은 급증했다.

과거 사이클에서는 이러한 페트로달러 재투자(petrodollar recycling)가 미국 국채(US Treasuries)에 대한 안정적 수요를 제공했다. 그러나 현재 걸프 지역의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가 국내 인프라 투자비서방권 방산 장비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유가격 급등 이후의 2차 거래로서 달러 매도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용어 설명

페트로달러(petrodollar)는 원유 수출대금이 달러로 결제될 때 발생하는 달러 자금의 이동을 뜻한다. 페트로달러 재투자는 이 달러 자금이 다시 미국 자산이나 다른 외국 자산에 투자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는 주로 산유국이 보유한 공적 자금을 말하며, 통상적으로 해외투자 및 국내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한다. “Machinery moat”는 여기서 과거 미국이 원유 생산과 장비 공급에서 차지한 우월적 지위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다.


영향 분석: 달러·국채·가격에 미칠 수 있는 시나리오

우선 단기(수개월)적으로는 관성 효과와 기존 금융·무역 관계로 인해 달러가 즉시 약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간의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결제 관행과 외환 보유 구성을 빠르게 바꾸지 않는다. 다만, 원유가격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걸프국들이 대체 무역·조달 채널을 활용해 달러 보유를 줄이기 시작하면 중기(1~3년)적으로 달러 유동성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중기 시나리오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제적 파급이 예상된다. 첫째, 걸프국들의 달러매도 물량 증가는 미국 채권(특히 단기·중기 트렐저리)에 대한 수요를 약화시켜 채권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 둘째, 달러 약세는 달러표시 원자재(원유 포함)의 현지 통화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셋째, 주요 중앙은행들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조정하거나 외환보유 다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장기(3년 이상)적으로는 결제·무역 관행의 영구적 변화가 확인될 경우 국제 결제 체계의 다극화가 진행될 수 있다. 이는 유로, 위안화, 다자간 결제망 및 지역통화권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상대적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전환은 금융시장·정치적 신뢰, 결제 인프라의 확충, 방산·자본재 조달의 실질적 전환 등 복합적 요인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자 및 정책당국에 대한 시사점

투자자 관점에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달러 약세 시 채권·달러표시 자산의 가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화자산·실물자산·인프라 투자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충분한 준비와 함께 국부펀드의 자금흐름 변화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한, 금융 인프라(결제·청산 시스템)에서의 다변화 가능성을 점검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규범·투명성 확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UBS의 분석은 달러의 원유시장 지배력이 단순한 관성에만 의존해 유지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폴 도노반(UBS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변화에 대한 저항은 존재하나, 무역 패턴과 군사 조달의 다변화, 국부펀드의 투자 전환은 달러 수요의 중장기적 약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유동성, 채권시장, 물가와 통화정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투자자와 정책결정자 모두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