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보합세 유지, 금·은은 롱 포지션 정리 압력에 급락

달러 지수(DXY)-0.03% 소폭 하락했다. 이날 달러는 장초반 상승을 포기하고 하락 전환했는데, 이는 12월 달라스 연은(DFW)의 제조업 경기 전망 지표가 예상과 달리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장초반 주식시장 약세로 일부 달러에 대한 유동성 수요가 늘어나며 달러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같은 날 발표된 11월 미국 예비(미결) 주택매매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인 점도 달러를 지지했다.

2025년 12월 29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1월 27~2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25bp(0.25%) 인하될 확률을 19%로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전망과 함께 달러는 기초적인 약세 요인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기초적 약세 요인으로는 연준(Fed)이 2026년 중 약 -50bp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 일본은행(BOJ)이 2026년 중 추가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 유럽중앙은행(ECB)은 2026년 중 금리 동결 전망 등이 꼽힌다. 또한 연준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12월 중순부터 월 $40억 규모의 재무부 단기채(T-bill) 매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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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확실성도 달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연준 의장으로 비둘기(완화적) 성향의 인사를 지명할 의향을 보였고, 블룸버그는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 케빈 해셋(Kevin Hassett)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차기 연준 의장 선임을 2026년 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지표 측면에서 미국의 11월 예비(미결) 주택매매는 전월 대비 +3.3%로 발표돼 시장 기대치인 +0.9%를 크게 상회했다. 반면 12월 달라스 연은의 일반적 경기활동 전망치는 -10.9로 예상(증가하여 -6.0)과 달리 -0.5포인트 하락했다.


유로·엔 등 주요 통화 동향

EUR/USD+0.02%로 소폭 상승했다. 유로는 달러 약세에 따라 소폭 손실을 회복했으나, 주말에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는 소식에 장 초반 약세를 보였다. 또한 유로존 국채 금리 하락이 유로화에 압박을 주었다. 10년물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은 3주 만에 최저치인 2.824%까지 하락해 금리 스프레드 측면에서 유로화의 상대적 매력을 훼손했다. 스왑 시장은 2월 5일 ECB 회의에서 +25bp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0%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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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JPY-0.22%로 하락했다. 엔화 강세는 12월 19일 일본은행 회의 요약문에서 일부 정책 결정자들이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매우 낮다고 지적해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 국채(특히 T-note) 금리 하락이 엔화를 지지했다. 그러나 시장은 1월 23일 예정된 BOJ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확률을 0%로 보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


귀금속 급락

2026년 2월 인도 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GC)-207.10달러(-4.55%) 하락했고, 3월 은 선물(SI)은 -6.561달러(-8.53%) 급락했다. 금은 1.5주 만의 저점으로 하락했고, 3월물 은은 계약 고점에서 급락했다. 근월물(가장 가까운 만기) 은은 현저히 최근 기록한 온스당 $81.85의 사상 최고치에서 후퇴했다.

이번 귀금속 약세의 직접적 촉매는 CME(시카고상품거래소)가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margin)을 인상하면서 일부 롱 포지션 정리(long liquidation)이 가속화된 점이다. 롱 포지션 정리이란 가격 하락을 우려한 매수(롱) 보유자들이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가격 하락이 자체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

한편 지정학적 요인은 여전히 귀금속에 우호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봉쇄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난 목요일 나이지리아에서의 이슬람국가(ISIS) 표적 군사작전도 이뤄졌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은 안전자산 선호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귀금속을 지지하는 근본적(펀더멘털) 요인

기초적 지지 요인에는 연준이 12월 10일 발표한 월 $40억 규모의 유동성 공급(금융시스템에 대한 T-bill 매입) 공지가 포함된다. 또한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 우크라이나·중동·베네수엘라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의장 임명 가능성(완화적 성향)이 2026년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키워 귀금속에 안전자산 수요를 제공한다.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의 보유 금은 11월에 3만 온스(+30,000 oz) 증가해 총 74.1백만 온스(74.1 million troy ounces)로 집계됐으며, 이는 PBOC가 13개월 연속 금 보유를 늘린 것이다. 세계금협의회(World Gold Council)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3분기에 220메트릭톤(MT)의 금을 매입했으며 이는 2분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라고 보고했다.

펀드 수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 ETF의 롱 보유량은 지난 금요일 기준 3.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고, 은 ETF의 롱 보유량도 지난 화요일 기준 3.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용어 해설

달러 지수(DXY)는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에 대한 미국 달러의 가치를 가중평균한 지수다. 예비(미결) 주택매매(pending home sales)는 주택매매 계약 서명이 체결된 후 실제 거래로 마감되기 전의 지표로, 주택시장 활동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증거금(margin)은 선물·옵션 거래에서 포지션 유지에 필요한 예치금으로, 거래소가 증거금을 올리면 투자자들은 추가 자금 마련 또는 포지션 축소를 해야 한다. 롱 포지션 정리는 매수 보유자가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현상이다.


시장 영향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CME의 증거금 인상과 동시에 ETF·선물의 롱 포지션이 다수 축적돼 있었던 점이 귀금속의 추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요인(증거금 인상, 포지션 청산)은 가격 변동성을 키워 시장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중기~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수, 연준의 유동성 공급, 지정학적 불안 등이 귀금속의 밑받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금·은 가격은 단기 조정 국면을 거친 뒤 펀더멘털(중앙은행 수요와 통화정책 완화 기대)에 의해 재차 지지받을 여지가 크다.

통화 측면에서는 연준의 완화 기대와 주요국(특히 일본)의 금리 정상화 전망이 상충하는 구도다. 만약 BOJ가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고 ECB가 동결하는 가운데 연준이 2026년 중 강한 완화 신호를 보인다면 달러 약세는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금융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안전자산 수요를 일부 약화시킬 경우 귀금속의 상승 모멘텀은 제한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기술적 리스크(증거금 인상과 연계된 롱 청산)와 중장기적 펀더멘털(중앙은행 수요,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ETF 보유량과 중앙은행 매수 동향, 그리고 연준·BOJ·ECB의 정책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공시: 기사 작성 시점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이 기사에서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본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는 정보 제공의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