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AP, EU 반독점 조사 종결 위해 양보안 제시…거액 벌금 회피 시도

브뤼셀 (로이터) — 유럽 최대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antitrust probe)를 종결하고 잠재적 대규모 벌금을 피하기 위해 조만간 공식적인 양보안(concessions)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다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EU 규제당국이 미국 측으로부터 제기되어 온 “EU가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메타 플랫폼스 등 미국 빅테크만 겨냥한다”는 비판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해당 기업들은 과거 EU에서 수십억 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이하 집행위)는 SAP의 소프트웨어 영업관행에 대한 조사를 9월에 개시했으며, 향후 몇 주 내에 경쟁사와 고객을 상대로 시장의견 수렴(market feedback)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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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집행위 절차 준수 강조

소식통들에 따르면, 집행위는 몇 달 전 비공식 시장검증(informal market test)을 이미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 SAP가 제시할 양보안은 일부 조정(tweaks)을 거쳐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됐다. 다만, 구체적인 양보 내용은 기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다.

EU의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집행위(EU 27개 회원국의 경쟁 감시기관1)는 본 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SAP는 자사의 정책과 조치가 경쟁규정에 부합하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계의 표준 관행을 반영한다고 밝혔다다.

“우리가 제안한 시정조치(remedies)에서, 우리는 투명성과 고객 선택권에 대한 보다 폭넓은 약속의 일환으로, 이러한 조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 SAP 대변인다.

“우리는 유럽연합 집행위가 정한 절차와 일정에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이번 절차가 신속하고 공정한 결론에 이르리라 믿는다.” — SAP 대변인다.


집행위의 우려: 전환 제한과 수수료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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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감시당국은 온프레미스(on-premise) 소프트웨어유지보수·지원 서비스 애프터마켓에서 SAP가 고객의 타 벤더 전환을 어렵게 만들어 경쟁사를 부당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해 왔다다.

또한 집행위는, SAP가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고객이 종료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일정 기간 SAP의 유지보수·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가 다시 가입하는 고객에게 복귀 수수료(reinstatement fees)소급 유지보수료(back-maintenance fees)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SAP의 시정조치고객의 전환 비용과 장벽을 낮춰 경쟁사로의 이동을 쉽게 하고, 수수료 산정 기준을 더욱 명확히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다.

EU 반독점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험이 있다. 이는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에겐 수십억 유로 규모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다.


용어 해설 및 규제 절차 이해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란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나 내부 인프라에 설치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이 경우, 공급업체의 유지보수·업데이트·기술지원 서비스는 장기간에 걸쳐 필수적이며, 애프터마켓(aftermarket)은 이러한 초기 라이선스 판매 이후의 서비스 시장을 의미한다다.

복귀 수수료(reinstatement fee)는 지원 계약을 중단했다가 재가입할 때 부과되는 비용이며, 소급 유지보수료(back-maintenance fee)는 계약 공백 기간 동안 제공되지 않았던 업데이트 및 지원에 대해 소급하여 청구되는 비용 구조를 말한다. 집행위의 관건은 이러한 수수료와 계약 관행이 경쟁사업자 진입과 고객 전환부당하게 제한하는지 여부에 있다다.

EU의 반독점 절차에서 시장검증(market test)은 기업이 제시한 시정조치 초안을 두고 경쟁사·고객·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해당 조치가 실효적이고 충분한지를 점검하는 단계다. 비공식 시장검증은 보다 탐색적인 의견 청취에 가깝고, 이후 공식 의견수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다.


맥락과 의미: EU의 ‘빅테크 편향’ 비판에 대한 반론

이번 SAP 건은 EU가 규제의 초점을 미국 빅테크에만 맞추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알파벳, 애플, 메타 플랫폼스가 이미 EU에서 막대한 과징금을 경험한 가운데, 유럽계 대형 업체도 동일한 기준으로 조사와 시정 요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정책적으로 입증하는 의미가 있다다.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유지보수·지원은 장기 계약과 생태계 종속성(lock-in)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전환 장벽을 낮추고 수수료 체계를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조치는 고객 선택권을 확대하고, 경쟁 압력을 높여 가격·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다.

다만, 시정조치의 실효성은 세부 설계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전환 절차의 단순화, 데이터 이동성 보장, 수수료의 명확한 공개 등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여전히 사실상의 전환 비용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다다.


향후 절차와 관전 포인트

소식통 전언대로라면, 집행위는 수주 내 시장 의견수렴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SAP가 제안한 조치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세부 조정을 거친 다음, 조건부 종결 여부를 판단하는 수순이 예상된다다.

이번 과정에서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고객의 타사 전환을 실질적으로 용이하게 만드는지 여부. 둘째, 복귀 수수료·소급 유지보수료를 포함한 수수료 체계의 기준과 산정 방식충분히 명료하고 검증 가능하게 제시되는지다. 이 두 축이 충족될 경우, 규제 불확실성은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다.

한편, EU 반독점법 위반 시 부과될 수 있는 최대 10% 과징금 리스크는 협상력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통상 기업들은 장기 분쟁평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신속한 종결을 모색하는 경향이 있다다.


1 집행위는 EU27개 회원국을 대표해 경쟁법 집행을 담당하며, 카르텔·남용행위 제재와 기업결합 심사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