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ESPN 방영 무산된 콜린 캐퍼닉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벌리힐스(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하고 ESPN 필름스가 제작을 맡았던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37) 관련 멀티파트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결국 공개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됐다.

2025년 8월 16일, 로이터통신 단독 보도에 따르면, ESPN·캐퍼닉·스파이크 리 3자는 “창작적 견해차”를 이유로 프로젝트 중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SPN은 성명을 통해 “최종 결과물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간 투입된 노력과 협업에 감사한다”라고 전했다.

스파이크 리는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암 연구 기금 모금행사 ‘해럴드 & 캐럴 펌프 파운데이션 디너’ 레드카펫 현장에서 “작품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짧게 답했다. 리 감독은 비밀유지계약(Nondisclosure Agreement, 이하 NDA)을 근거로 추가 설명을 거부했다.


• 캐퍼닉, 무릎 꿇기 항의로 미 전역 논쟁 촉발

캐퍼닉은 2011~2016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소속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2016년 경기 전 미국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통해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며 전국적 논쟁을 촉발했고, 이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비판까지 불러왔다.

이후 캐퍼닉은 다시 NFL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수 기량보다는 정치·사회적 이미지가 걸림돌이 됐다고 분석한다. 캐퍼닉은 2019년 구단주 단체를 상대로 ‘담합(collusion)’ 혐의를 제기하는 중재 신청을 했고, 리그와 비공개 합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제작 경과 및 지연 배경

스파이크 리 감독 2022년 디즈니 산하 ESPN은 “캐퍼닉의 여정을 담은 1인칭 시점 다큐”라며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다큐는 장편 시리즈물로, 선수 본인 인터뷰와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사건 전후를 조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 9월 Puck News캐퍼닉과 리 감독이 작품 방향성에서 의견 충돌을 빚고 있으며, ESPN 회장 지미 피타로가 타 스튜디오 판매 가능성을 열어뒀다라고 보도하면서 차질이 표면화됐다.

NDA는 이해 당사자 모두가 향후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ESPN·리 감독·캐퍼닉 측은 구체적 갈등 지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 업계 파장과 전망

스포츠 및 영화 업계에서는 ESPN이 2016년 ‘O.J.: Made in America’ 등으로 다큐 시장을 선도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취소가 콘텐츠 전략 재정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콘텐츠 투자 전문가는 “ESPN과 디즈니가 스트리밍 경쟁 압박 속에서 리스크 관리에 민감해진 결과”라며 “감독·주인공 모두 사회적 상징성이 큰 만큼, 조그마한 방향성 충돌도 쉽게 타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큐 제작에 참여해온 한 스태프는 익명을 전제로 “이미 상당량의 인터뷰와 촬영 분량이 존재한다. 완성본이 아니더라도, 타 플랫폼에서 공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Nondisclosure Agreement(NDA): 당사자들이 일정 정보·조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비밀유지계약.
Collusion Grievance: 노동·스포츠 시장에서 단체가 담합해 특정 개인을 배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기하는 법적 이의 신청.


ESPN은 현재 해당 촬영분의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해 “추후 결정”이라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반면 캐퍼닉 측 대변인은 16일 “이번 결정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시장에서 스포츠 스타를 조명하는 장편 시리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중요한 경쟁 요소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 ‘캐퍼닉 다큐’ 무산이 스트리밍 플랫폼 간 판권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