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가 중국 고객들에게 자사 AI 제품군 가운데 두 번째로 강력한 H200 칩을 설(춘절) 연휴 이전인 2월 중순까지 중국에 배송하기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통보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회사는 초기 주문을 보유 재고로 소화한다는 계획이며, 출하 물량은 칩 모듈 기준 5,000~10,000개, 이는 약 H200 칩 4만~8만 개에 해당한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2025년 12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또한 해당 칩에 대한 새로운 생산 능력을 추가할 계획이며, 그 능력에 대한 주문 접수는 2026년 2분기에 열릴 예정이라고 세 번째 소식통이 말했다. 다만 베이징(중국 정부)이 아직 H200 구매를 승인하지 않았고, 정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전체 계획은 정부 승인에 달려 있다. 공식적인 허가가 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
소식통들은 사적 논의이기 때문에 익명을 요청했다. 엔비디아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nistry of Industry and Information Technology)는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계획이 실현되면 H200 칩의 중국 향 첫 배송이 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해당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25%의 수수료(또는 요율)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의 조치다.
로이터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H200 칩의 중국 판매를 위한 허가 신청에 대해 부처 간(inter-agency)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첨단 AI 칩의 대중국 판매를 금지한 정책에서의 중대한 전환으로 해석된다.
제품적 특성 및 공급 상황
H200은 엔비디아의 이전 세대인 Hopper 계열에 속하는 칩으로, 이후 공개된 블랙웰(Blackwell) 계열로 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I 연산에서 널리 사용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생산 역량을 블랙웰과 곧 출시될 루빈(Rubin) 라인에 집중하고 있어 H200 공급은 희소화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초기 재고를 통한 단기 공급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입장과 내부 논의
로이터는 중국 관료들이 이 문제를 놓고 이달 초 긴급 회의를 열어 배송 허용 여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 보도에 따르면 한 가지 제안은 각 H200 구매 건에 대해 일정 비율의 국산 칩을 함께 묶어(bundling)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다. 이는 국내 기업 보호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동시에 고려한 방안으로 보인다.
수요 측면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과 바이트댄스(ByteDance) 같은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은 H200 구매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에게 H200은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설계한 성능이 낮춘 H20보다 약 6배 가량 높은 성능의 프로세서를 제공하게 된다.
정책 변화의 의미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수출 규제 정책에서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AI 칩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조건부 허용과 함께 수수료 부과 방식을 통해 통제와 상업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형태를 택했다. 다만 실제 출하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라이선스 승인 과정과 중국 정부의 수입 승인 모두를 통과해야 하므로 절차적 리스크가 남아있다.
용어 설명
H200은 엔비디아의 기존 고성능 AI 가속기 칩으로, 대규모 모델 훈련과 추론(workloads)에 널리 활용된다. H20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위해 성능을 일부 제한해 설계한 변형 모델이다. Blackwell(블랙웰)과 Rubin(루빈)은 엔비디아의 최신(또는 향후) 제품군으로, 회사는 생산 능력을 이들 신형 라인에 우선 배분하고 있어 구형 H200의 가용성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행정적 허가 절차, 부처 간 검토, 수입 규제 등은 국제무역과 안보 관련 기술 통제의 일반적 메커니즘이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잠재적 출하는 몇 가지 실질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첫째, 엔비디아의 단기 매출 측면에서는 H200의 중국 판매가 긍정적이다. 모듈 5,000~10,000개(약 4만~8만개 칩)가 실제로 출하될 경우 엔비디아의 기존 재고 처분과 단기 매출 확대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공급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실적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중국 내 AI 서비스 및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H200 접근성을 통해 대규모 AI 모델 훈련과 고성능 추론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중국 내 AI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능 상향을 촉발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정부가 국산 칩 의무 번들링 등 조건을 부과할 경우, 수입 확대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조건이 엄격하면 수입 규모가 제한되고, 완화되면 단기 경쟁 압력이 커져 국내 업체의 개발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국제 반도체 시장에서의 가격 신호다. H200의 공급이 한정적일 경우 고성능 GPU와 가속기 제품의 프리미엄은 유지되거나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AI 모델 학습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져 클라우드 사용료와 AI 서비스 요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블랙웰 및 루빈 생산을 우선시하는 가운데 H200의 추가 생산 능력 투입 계획(주문 접수 2026년 2분기)은 장기적으로 공급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리스크와 향후 관전 포인트
핵심 리스크는 중국 정부의 최종 승인 여부와 미국의 라이선스 심사 결과다. 또한 중국 측의 번들링 요구, 관세·수수료 정책의 상세 조건, 그리고 엔비디아의 실제 재고 수준과 물류 조건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와 시장 분석가들은 승인 절차가 단시간 내 마무리되지 않거나 조건부 허가가 내려질 경우 실제 출하 일정과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종합하면, 이번 엔비디아의 계획은 미·중 기술 규제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AI 인프라 수급 구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적 실익은 존재하나 절차적·정책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며, 향후 수주 및 생산계획, 중국의 규제 조건 등 구체적 변수들이 어떻게 정리되는지에 따라 시장 영향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