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싱가포르=로이터 —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으로 공급이 빠듯해진 일부 메모리 반도체의 계약 가격을 9월 대비 최대 60%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당 사안을 아는 복수의 소식통이 말했다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상은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10월분 공급 계약에 대한 공식 가격 공지를 이례적으로 지연한 데 이어 이뤄진 조치다. 통상 계약 단가 가이던스는 매월 발표되며, 이번에도 그러한 월별 관행이 적용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다.
서버용으로 주로 쓰이는 DDR5 메모리 가격 급등은 데이터 인프라를 확장하는 대형 기업들의 조달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동일 부품이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완제품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도 상존한다다.
“대형 서버 제조사와 데이터센터 사업자 상당수가 이제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지불되는 가격 프리미엄은 극단적 수준이다.”
반도체 유통업체 퓨전 월드와이드(Fusion Worldwide)의 토비 거너먼(Tobey Gonnerman) 사장은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다.
거너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2GB DDR5 모듈 계약 가격은 9월 149달러에서 11월 239달러로 뛰었다. 이는 두 달 새 약 60% 상승에 해당한다다.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 메모리는 서버와 PC 등 각종 컴퓨팅 장치에서 데이터를 일시 저장하고 고속 전송·검색을 관리함으로써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DDR5는 동세대 기준으로 메모리 대역폭과 효율을 강화해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에서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16GB DDR5와 128GB DDR5 가격도 약 50% 상향해 각각 135달러, 1,194달러로 인상했다. 64GB DDR5와 96GB DDR5 가격은 30%를 웃도는 폭으로 올랐다고 거너먼은 덧붙였다다.
이 같은 인상폭은 삼성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또 다른 소식통에 의해서도 교차 확인됐다. 다만 해당 정보가 공개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으며, 삼성전자는 논평을 거부했다다.
업계 임원들과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공급난은 일부 고객들의 공황성 매수(panic buying)를 촉발할 만큼 심각하다. 이는 가격 급등을 자극하고, 다시 수급 왜곡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는 금요일 발표에서, 메모리 칩 부족 탓에 고객들이 자사 제품에 함께 쓰이는 다른 유형의 칩 주문까지 보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다.
중국 스마트폰·전자·자동차 제조사 샤오미(Xiaomi)도 지난달 경고한 바와 같이, 메모리 가격 급등이 휴대폰 제조원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다.
한편 이번 공급난은 삼성전자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급 AI 칩 제공에서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보폭이 느렸고, 최근까지 이익 개선 폭도 제한적이었지만, 메모리 가격 지렛대가 커지며 수익성 개선 여지가 확대되고 있다다.
KB증권 김영우 리서치총괄(Jeff Kim)에 따르면, AI 칩 전환 속도가 더딘 점이 되레 메모리 분야에서의 가격 결정력을 키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같은 규모가 작은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애널리스트 엘리 왕(Ellie Wang)은 10~12월분 분기 계약 가격에서 삼성전자의 인상률이 40~50%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업계 평균으로 예상되는 약 30%를 웃도는 수준이다다.
“그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매우 강하다. 핵심 이유는 현재 수요가 매우 견조하고, 모든 플레이어가 공급업체들과 장기계약을 맺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은 2026년 단독이거나, 2026년과 2027년을 묶은 형태로 체결되고 있다.”
라고 왕은 말했다다.
해설 | 무엇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가
AI 데이터센터 확장은 고대역폭·대용량 메모리 수요를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대규모 모델 학습과 추론 워크로드는 동시접속 처리와 메모리 집약적 작업이 많아, 서버 랙당 메모리 탑재량과 모듈 사양이 상향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수요 증가는 DDR5 전환을 가속화하며, 제한된 생산 캐파와 맞물려 가격 탄력성을 크게 높인다다.
DDR5와 계약 가격의 의미용어설명
— DDR5는 서버·PC 등에서 데이터를 일시 저장·고속 전송해 연산 성능을 높이는 규격이다. 동일 용량이라도 속도·전력 등 세부 사양과 모듈 구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계약 가격은 대형 고객과 공급사 간 월·분기 단위로 체결되는 거래 기준 단가로, 시장 전반의 가격 지표 역할을 한다다.
수요·공급의 파급 효과
현재처럼 수요가 급증하고 리드타임이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일부 고객의 선매수가 가격의 추가 상승과 공급 비탄력성을 낳을 수 있다. 기사에 언급된 SMIC와 샤오미의 사례처럼, 메모리 부족은 타 부품 주문 보류와 완제품 원가 상승으로 파급돼, 스마트폰·PC 등 소비자 제품 가격에도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다다.
경쟁 구도와 전략적 시사점
삼성전자는 AI 전용 칩에서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렸지만, 이번 메모리 가격 사이클에서 가격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 여지를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대비 규모의 경제와 라인 유연성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제공할 수 있으며, 장기공급계약(LTA) 확산은 가격 하방 경직성을 강화해 단기간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상승 추세를 지지할 수 있다다.
향후 관전 포인트
— 분기 계약 갱신 시 반영될 인상률과, 장기계약 확대 속도는 가격 추세의 핵심 변수다. 또한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성, 서버 교체 주기, 그리고 스마트폰·PC 수요 회복의 강도에 따라 수요의 질과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증설·전환의 속도와 제품 믹스 조정이 관건이며, 이는 향후 가격의 점진적 정상화 혹은 고평가 유지 중 어느 경로로 갈지를 좌우할 전망이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