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이터) — 일본은행(BOJ)이 단기(near-term)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 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BOJ는 최근 수개월 간 완화적 기조를 누그러뜨리고, 엔화 약세가 재점화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재차 강조하는 매파적(hawkish) 언어를 복원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저금리 유지 압박이 약화되면서, 엔화 급락 우려가 정책 판단의 전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5년 11월 2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BOJ의 공식·비공식 메시지는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서 엔화 약세의 인플레이션 파급효과로 초점을 전환했다. 두 명의 소식통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상기시키려는 의도적 신호라고 전했다.
이 같은 매파적 전환은 지난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간의 회동 이후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해당 회동은 새 내각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즉각적 정치적 이견이 크지 않다는 인식을 강화했으며, 이에 따라 BOJ가 서프라이즈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사전 신호를 조정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12월 인상과 1월 보류 중 최종 선택은 여전히 근소한 차이의 판단 영역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특히 BOJ 회의(12월 18~19일) 직전 1주일에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결정이 엔화 환율 변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BOJ의 타이밍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에다 총재를 포함한 다수 관계자들의 최근 발언에서는 엔화 약세가 일시적이기보다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두 소식통은 BOJ 내부에서 환율의 물가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지속적·강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확대 중이라고 전했다.
“BOJ가 12월에 인상하더라도 시장이 놀라지 않도록, 지금부터 의도적으로 신호를 흘리는 것이 분명하다.” — 나오미 무구루마,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증권 채권 수석전략가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다수(박빙의 우세)가 BOJ가 12월 18~19일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전원은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0.75%*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0.5%에서 인상 가정
매파적 목소리 확대… 이사회 내 온도차 변화
BOJ 내부에서는 인상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고에다 준코 정책위원은 지난주 “가격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만큼, 실질금리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마스 가즈유키 위원은 토요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 발언은 화요일 일본 5년물 국채금리를 17년래 최고 수준으로 밀어올렸다.
이 같은 발언들은 9인 이사회 중 두 명의 매파 위원이 9월·10월 회의에서 제안했던 0.5% → 0.75% 인상안에, 고에다·마스가 가세할 여지를 열어두는 신호로 읽힌다. 당시 해당 제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 역시 시장에서 ‘이사회 내 최다 비둘기’로 평가돼 왔으나, 지난 금요일 국회 답변에서 “앞으로 열릴 회의들에서 금리 인상의 실행 가능성과 타이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전 결정된 일정이 없다는 과거의 톤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소통 기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무엇보다 엔화 약세가 근원 물가(underlying inflation)에 미치는 영향이 정책 시차를 넘어 보다 지속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 BOJ는 통화정책 판단에서 이 기초 물가 압력을 핵심 지표로 본다.
정상화 의지와 제약 요인… ‘12월 vs 1월’ 미세한 기로
BOJ는 1월에 금리를 0.5%로 한 차례 올린 이후, 미국발 관세가 일본 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계해 추가 인상을 보류해왔다. 그러나 점진적 인상을 예고해 온 정상화 경로에 대한 내부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일본의 완만한 인상 속도는 엔화 약세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으며, 약세 엔화는 수입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를 가속시킨다. 최근에는 관세의 실물 충격이 제한적이고, 내년 춘투 임금 협상에 대한 초기 신호가 보다 견조한 임금 인상을 시사한다는 점이 BOJ의 관망 사유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하면서 재정·통화 완화 성향이 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었으나, 엔화 재약세가 단기 인상 명분을 강화한 모습이다. 달러 대비 엔화가 10개월래 최저로 밀린 가운데,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지난주 “BOJ의 인상 경로에 특별한 반대는 없다”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 동향에 긴밀히 경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에다 총재는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동 직후, 총리가 물가를 2% 목표로 안정 유도하기 위해 점진적 금리 인상을 추진한다는 BOJ의 계획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OJ는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금리 인상은 엔화 하락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나도메 가쓰토시, 스미토모미쓰이 트러스트 자산운용 수석전략가
“다카이치 총리와 가타야마 재무상으로부터 추가 인상에 대한 공개적 반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1월보다 12월 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 이나도메
그럼에도 BOJ가 12월 인상을 단행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 측 리플레이션(물가부양) 성향의 고문단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들은 단기 인상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또 다른 변수는 연준(Fed)이다. 연준은 12월 10일 종료되는 2일간의 회의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린 상태다. 만약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동결하거나, 향후 인하 기대를 누그러뜨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펼칠 경우, 달러 강세 → 엔화 약세가 이어지며 BOJ의 12월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하면 엔화를 지지하면서, BOJ의 즉각 대응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다만 이는 미국 경기 건강도에 대한 의문과 향후 BOJ 인상 경로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최근 BOJ의 매파 신호는 시장에 ‘장기간 저금리’ 가정의 위험을 재차 상기시킨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BOJ를 압박해 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BOJ는 결국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한다.” — 크리스티나 후퍼, 맨그룹(뉴욕) 최고시장전략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실질적 의지가 존재한다.” — 후퍼
용어·맥락 해설
매파(Hawkish)·비둘기파(Dovish): 매파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과 긴축에 무게를 두는 성향을, 비둘기파는 성장·고용을 고려해 완화적 정책을 선호하는 성향을 뜻한다.
실질금리: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뺀 금리로, 가계·기업의 체감 차입 부담을 가늠하는 지표다. 물가가 높을수록 같은 명목금리라도 실질금리는 낮아진다.
근원(기초) 물가: 일시적 변동이 큰 요소를 제외하고 기초적인 가격 압력을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BOJ는 이러한 기초 물가 흐름을 정책 판단의 핵심으로 삼는다.
정책 시차와 환율 파급효과: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반영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BOJ는 환율의 지속성·강도를 주시한다.
시장 파급과 정책 시나리오(분석)
현재 정보에서 도출되는 정책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 12월 인상: 연준이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해 달러 강세·엔약세가 확대될 경우, BOJ는 환율발 인플레를 억제할 명분으로 조기 인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 둘째, 1월 이월: 연준이 완화적 시그널을 내면서 엔화가 안정된다면 BOJ는 임금협상 초기신호와 물가 데이터를 추가 확인한 뒤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셋째, 관망 연장: 정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커지거나 글로벌 변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다. 현 시점의 공식 발언과 소식통 전언은 첫째·둘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흐름을 시사한다.
가격안정 목표 측면에서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근원 물가에 점증적 상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 BOJ가 서프라이즈 회피를 위해 단계적으로 신호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한편, 연준의 선행 이벤트(12월 10일)가 환율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분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