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의 이사회가 주식형 보수(스톡옵션·주식)를 통해 30억 달러(약 4조 원)가 넘는 보수를 챙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보수 규모는 당시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이사회 보수 가액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보수 및 지배구조 전문업체인 Equilar이 로이터를 위해 수행한 분석 결과 테슬라 이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스톡옵션이나 매각한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누적 보수 총액이 이같이 집계됐다.
Equilar의 분석에서 특히 눈에 띄는 수치는 다음과 같다.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동생인 킴발 머스크(Kimbal Musk)는 2004년 이후 주식·옵션의 가치 상승분을 반영해 거의 10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고, 이사인 이라 에렌프라이스(Ira Ehrenpreis)는 2007년 이후 8억 6,900만 달러를, 이사회 의장인 로빈 덴홈(Robyn Denholm)은 2014년 이후 6억 5,000만 달러를 벌었다.
주요 배경
테슬라 이사회는 2020년 이후로 신규 이사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2021년부터는 과도한 이사회 보수에 대한 주주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이사 보수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에는 평균적으로 테슬라 이사 한 명당 현금과 주식을 합쳐 약 1,200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알파벳(Alphabet) 이사회 평균의 약 8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보수 상승의 메커니즘
이사회 보수로 지급된 원래의 스톡옵션·주식이 이후 테슬라 주가의 급등과 함께 폭등하면서 보수의 가치가 크게 불어났다. 이는 엔비디아(Nvidia), 알파벳, 메타(Meta),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을 포함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기업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지만, 원래 지급된 보수의 규모 자체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테슬라가 유일하다는 것이 Equilar 분석의 결론이다.
Equilar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평균 현금·주식 보수를 비교한 결과, 테슬라 이사들의 연평균 보수가 170만 달러로 조사 기간의 보수 중단 기간을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의 약 68만 5,000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아마존(약 30만 7,000달러)보다는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옵션 중심 보수의 쟁점
테슬라 이사회는 보수 지급 방식을 주식이 아니라 스톡옵션으로 지급한 점이 특징적이다. 스톡옵션은 정해진 기간 이후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하락하면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반면 주가가 상승하면 큰 이익을 즉시 실현할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사들이 하방 리스크를 공유하지 않아 주주와의 이해관계 정합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 기업이사협회(NACD)에 따르면, S&P 500 매출 기준 상위 200개 기업 중 단지 5%만이 이사 보수로 옵션을 발행하고 있다. 반면 많은 전문가들은 이사에게 직접 주식을 지급해 주가 하락 시 이사 지분 가치도 떨어지게 함으로써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방식을 권장한다.
“Tesla directors are ridiculously overpaid.”
도글라스 치아(Douglas Chia), 독립 기업 지배구조 컨설턴트(Soundboard Governance LLC)
로이터가 자문한 네 명의 지배구조 전문가는 Equilar 분석을 검토한 뒤 테슬라 이사회 보수의 규모가 이사들의 독립성을 약화하고 CEO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글라스 치아는 “테슬라 이사들은 터무니없이 과다 보수 받고 있다”고 평가했고, 델라웨어대 기업지배구조센터 창립 이사인 찰스 엘슨(Charles Elson)은 이사 보수를 제한 주식(restricted stock)으로 지급하는 방식(일정 기간 베스팅)을 권고하며 옵션은 통상 수익을 훨씬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제도적 쟁점
테슬라의 이사회 보수는 주주 소송 외에도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은 2018년 머스크에게 부여된 보수 패키지를 무효화했는데, 그 패키지는 현재 주가로 계산할 때 1,32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판사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과도한 보수와 머스크와의 개인적 유대가 CEO 보수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테슬라는 항소했으며, 패소할 경우 머스크에게 최소 420억 달러의 대체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올해 9월 이사회가 제안한 새로운 머스크 보수안은 향후 10년간 최대 1조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계됐으며, 머스크가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차감한 후의 가치는 대략 8,7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각각의 패키지는 머스크를 역대 최고 보수 CEO로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개별 이사별 현금화 및 보유 현황
Equilar은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업 이사들의 생애 보수를 계산할 때 주식·옵션의 현재 가치(보유·매각 포함)를 산정했다. 테슬라의 30억 달러 이상의 총액은 현재의 비집행(non-executive) 이사 8명 중 보수 지급이 중단되기 이전에 임명된 5명에게 귀속된 것이다. 이후 합류한 제프리 스트로벨(Jeffrey Straubel), 잭 하툰(Jack Hartung), 조 제비아(Joe Gebbia)는 보수 중단 이후 합류했다.
그중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은 지금까지 약 8,100만 달러만을 현금화한 반면, 의장인 덴홈은 약 5억 9,500만 달러(총 보수의 약 91%)를 매각해 현금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서린 윌슨-톰슨(Kathleen Wilson-Thompson)은 지난 7년간 약 2억 3,400만 달러를 벌었다.
다른 빅테크와의 비교·한계
Equilar은 엔비디아 이사들이 집단적으로 보유하거나 매각한 주식 가치가 약 170억 달러 수준이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이사들은 약 5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매각한 것으로 산정했다. 다만 서로 다른 기업 간의 평가는 이사들의 재임 기간 차이, 개인 자금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한 사례의 존재 등으로 복잡해진다. 2003년 이전의 개인 주식 매입 내역은 규제상 공개의무가 없어 Equilar이 정확하게 제외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테슬라의 경우, 현재 이사들 중 누구도 2003년 이전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 주식 매입 내역은 전부 공개되어 있어 분석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공개된 매입 내역을 보면 덴홈과 윌슨-톰슨은 개인 자금으로 매수한 소규모 주식이 있어 각각 약 680만 달러와 250만 달러의 가치가 포함돼 있다. 이는 Equilar의 생애 보수 추정치에서 약 1% 수준을 차지한다.
용어 설명
스톡옵션(Stock Option): 일정 기간 이후 미리 정한 가격에 회사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아질 경우 보유자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즉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보유자는 행사하지 않아 손실을 회피할 수 있다.
제한주(Restricted Stock): 일정 기간(베스팅 기간) 보유 제한이 붙은 주식으로, 보유자는 그 기간 동안 주가 하락 시 손실을 입게 되어 주주와 더 긴밀히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전문가 견해 요약 및 분석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가 이사들의 독립적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사회 보수가 특정 개인의 최대 자산원 중 하나가 되거나, 이사회 보수를 통해 경제적 의존도가 커질 경우 이사들이 CEO의 결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법원 판결과 주주 소송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향후 시장·지배구조 영향 전망
이 같은 사례는 향후 몇 가지 시장 및 제도적 영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주주·투자자 신뢰의 약화는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이사회 보수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투자자의 회사 경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면 주식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규제 및 주주권 강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이미 델라웨어 법원 판결과 주주 소송이 진행된 상태로, 향후 법적·규제적 기준이 강화되면 기업의 보수 구조 설계 방식에 제약이 늘어날 수 있다. 셋째, 업계 전반의 보수 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촉발될 수 있다. 특히 옵션 중심의 보수 체계가 과도한 리스크-리턴 왜곡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계속될 경우, 이사회 보수 지급 방식(현금·주식·제한주 등)의 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Equilar의 분석 결과는 테슬라 이사회가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 이사 보수에서 매우 특출한 양상을 보였음을 시사한다. 법적 분쟁과 규제 심사, 주주 압박이 병행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보수 문제는 향후 테슬라의 지배구조 리스크 및 기업가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투자자, 규제당국, 주주들은 이사회 보수의 투명성·합리성 확보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