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물로 버틴다, 그러나 영원히는 아니다: 미 재무부의 ‘빌 중심’ 발행 체제 전환이 향후 1~3년 미국 증시·채권·크레딧에 남길 구조적 흔적
미 재무부가 최소 12개월 동안 노트·본드(쿠폰물) 입찰 규모를 동결하고, T-빌(단기국채) 중심의 발행을 늘리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QT) 종료와 더불어 12월 1일부터 만기 도래 MBS 상환금을 전부 T-빌로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돈의 만기 구조가 바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달비용과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전술’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 전술이 향후 1~3년 미국 주식·채권·크레딧 시장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남길 것이라 판단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물 비중 확대→(일시적) 안도와 롤오버 리스크 상향→(중기) 변동성 재점화라는 두 축이 공존한다. 이 칼럼은 해당 전환의 메커니즘과 파급경로를 점검하고, 투자자 포트폴리오가 맞춰야 할 전략적 피벗을 제시한다.
1) 무엇이 바뀌었나: ‘빌 확대·쿠폰 동결’이라는 공급의 재배치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재무부는 2024년 2월 이후 유지해 온 쿠폰물 입찰 동결 기조를 최소 내년 말~2027년 초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신 빌(단기물) 비중을 현재의 약 21%에서 추가로 높이는 방향이다. JP모건 추정에 따르면, 연준 매입분을 제외한 2026년 순 T-빌 발행은 $5,550억(올해 $3,440억)으로 확대되고, 반대로 쿠폰물 순발행은 올해 $1.9조에서 2026년 $1.5조로 축소될 전망이다. 4분기 차입 전망도 $5,900억→$5,250억(제프리스) 수준으로 완만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여기에 정책 측의 수급 완충 장치가 겹친다. 연준은 QT 종료와 함께 MBS 상환금의 전액 빌 재투자를 예고했다. SMBC 닛코는 이 조치가 빌 공급을 $6,000억 수준까지 늘릴 수 있지만, 연준이 빌 시장의 매입자로 존재하는 한 흡수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즉, 재무부의 빌 확대와 연준의 빌 재투자가 같은 방향(단기구간)에서 만나 단기 자금시장의 소화능력을 강화하는 그림이다.
| 항목 | 수치/상세 | 출처 | 
|---|---|---|
| T-빌 비중 | 약 21% → 추가 상향 예상 | 로이터/애널리스트 컨센서스 | 
| 2026년 순 T-빌 발행(연준 제외) | $555bn (vs 올해 $344bn) | JP모건 추정 | 
| 쿠폰물 순발행 | $1.9tn(2025E) → $1.5tn(2026E) | JP모건 추정 | 
| 4Q 차입 전망 | $590bn → $525bn(제프리스), $564bn(JPM) | 로이터 | 
| 연준 MBS 상환금 재투자 | 전액 T-빌로 전환(12/1~) | 연준 발표 | 
핵심은 ‘만기의 축 이동’이다. 쿠폰물(2~30년)의 상대공급을 줄이고, 만기 1년 미만의 빌을 늘린다. 시장 충격 최소화라는 전술적 목표는 타당하다.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요는 견조하고, 빌은 가장 얕은 수수료·낮은 가격 변동성으로 흡수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기를 단기로 당겨 조달을 이어가는 전략은 구조적으로 롤오버 리스크를 누적시킨다는 반대급부를 수반한다. 이것이 중기(1~3년) 리스크의 씨앗이다.
2) 커브·할인율·주식 밸류에이션: 단기 안도 vs. 중기 프리미엄 재요구
현시점 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의 단면을 보자. 최근 10년물 금리는 4.095%(바차트 집계), 10년 기대인플레이션(BEI)은 2.312%로 2주 최고를 기록했다. 빌 확대는 일차적으로 장기 구간의 신규 공급 압박을 덜어주고, 커브를 평탄화 혹은 완만한 스티프닝으로 유도할 여지가 있다. 특히 쿠폰물 경매 부담이 줄면, 일시적으로는 리스크자산(주식·크레딧)에 할인율 안정이라는 형태의 숨구멍을 제공한다.
그러나 발행 믹스의 본질은 ‘만기 단축’이다. 정부의 조달 만기는 시장금리 방향과 변동성에 더 민감해지고, 높은 빈도의 롤오버가 필요한 구조를 강화한다. 이는 금리·유동성 환경이 변곡할 때 리스크 프리미엄을 급히 재요구하는 국면을 잦게 만든다. 브리지워터 공동 CIO들이 경고했듯, 현재 시장은 AI 모멘텀이 이익·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실현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저평가하고 있고(“역사적으로 가장 낙관적인 성장 기대” 발언), 여러 테일 리스크(인플레이션 재가열·정책 불확실성·셧다운 장기화)를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경계는 조달 만기의 단기화와 결이 같다. 요컨대 발행 측에서 ‘단기 대체’를 선택하는 동안, 투자자도 ‘단기 대기’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해석: 단기(6~12개월)엔 커브 부담 완화·쿠폰 경매 리스크 저하가 밸류에이션 방어에 기여한다. 그러나 12~36개월엔 누적된 롤오버 듀레이션이 새로운 금리·정책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멀티플 재조정 압력이 재부상할 수 있다.
3) 연준의 ‘빌 재투자’와 머니마켓: 표면적 유동성 vs. 구조적 취약성
연준의 MBS 상환금 전량 빌 재투자는, “+수요-공급” 관점에서 빌 시장에 즉각적 백스톱을 제공하는 선택이다. MMF(머니마켓펀드) 자금은 오버나이트 리버스레포(RRP) 잔액 축소와 함께 T-빌로 리밸런싱되어 왔다. 이 수요는 가격 변동이 작은 빌과 상호 보완적이다. 실제 단기채·변동금리·증권화채권 ETF들(FLOT·CLIP·PAAA·JSI)이 최근 200일 이동평균선 하향 이탈을 연이어 기록한 점은(ETF Channel·나스닥 보도) 레인지 트레이딩 범주의 미세 변화를 시사한다. 가격 변동 폭은 작지만, 시스템 매매·리밸런싱을 유도해 거래량·스프레드 민감도를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유동성의 표면적 안도와 별개로, 구조적 취약성은 남는다. 빌 중심 조달은 단기금리 정책과 MMF 수요라는 동일 변수에 더 감응한다. 만약 인플레이션 재가열 혹은 정책 경로 재평가(예: 금리인하 지연)로 단기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면, 정부의 평균 조달비용은 더 빨리 상향 재가격된다. 반대로 급격한 리스크오프로 커브 최단단 변동성이 급등하면, 빌 롤오버 시점에 경매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 단기구간의 완충판이 되면서 동시에 민감판이 되는 역설이 빌 중심 체제의 본질이다.
4) ‘채권 투자자 반란’ 가능성: 재정 트랙·사법 리스크의 중기 파장
로이터는 신용전략가·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미국의 지속 불가능한 재정적자 경로가 중기 최대 리스크라고 지적한다. 내년 이후에도 적자 폭이 큰 폭으로 축소될 단서가 부족한 가운데, JP모건은 관세 수입 증가 등을 반영해 2026년 적자 전망을 $2.125조→$2.035조로 소폭 낮췄지만, 절대수준은 여전히 방대한 규모다. 여기에 연방대법원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른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둘러싼 심리를 예고했고, 불리한 판결 시 수천억 달러 규모 환급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재무부의 발행 캘린더·믹스에 비정상적 변동성을 유발할 잠재변수다.
요컨대, 채권 투자자 반란(투자자들이 더 높은 프리미엄·낮은 수요로 대응)은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장기물 공급을 줄여도, 적자·사법 리스크·정책 불확실성이 결합되면 장기금리의 구조적 하방 경직은 유지될 수 있다. 커브가 가팔라지면서(steepening) 금리 민감 고밸류에이션 주식과 장기 듀레이션 크레딧의 멀티플은 다시 압박될 수 있다.
5) 크레딧 사이클: 빅테크 본드 러시와 ‘크레딧 여유’의 비용
알파벳은 $150억 달러 달러채와 €65억 유로채 발행을 동시 추진했고, 이는 앞서 메타 $300억, 오라클 $180억 등과 함께 빅테크 본드 러시 흐름을 강화한다. 조달 목적(일반기업목적·부채 상환·AI CAPEX)은 합리적이지만, ‘크레딧의 여유’가 무상은 아니다. 장기금리 상승·스프레드 재정렬 시 크레딧 전체의 자본비용 상향은 불가피하며, 특히 CAPEX 중심 산업은 투자 회수기간과 진부화 리스크(Bridgewater·벤처대출 업계 경고)가 곧 신용평가·스프레드로 번질 수 있다.
ETF 단면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PAAA(AAA CLO), JSI(증권화 소득)가 200DMA 하향 이탈을 보였고, 이는 단기 가격 시그널이지만, 리스크패리티·시스템 전략에 의한 알고리즘적 비중 조정을 유발해 거래량·호가 스프레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레인지 내 안도’ 구간에서도 크레딧 선별이 중요해진다.
6) 12~36개월 시나리오: 경로의존성 높은 3가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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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Baseline): 완만한 스티프너, 빌 흡수 원활 — 빌 확대·연준 재투자가 MMF 수요와 정합적으로 호응. 쿠폰물 경매 성공률 유지, 10년물 3.8~4.5% 레인지. 주식은 이익 성장이 멀티플 디스카운트를 상쇄하며 변동성 속 박스권 상단 지지. 크레딧 스프레드는 역사적 중간대. 전략: 바벨(T-빌+중기 IG), 성장/현금흐름 균형형 주식, 프리미엄 크레딧 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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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Adverse): 인플레 재가열·정책 재평가·사법 충격 — 단기금리 상방 경직, 롤오버 비용 급등. 커브 급스티프닝과 장기 실질금리 상승으로 주식 멀티플 압축, AI/하이듀레이션 주도주의 상대 부진.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저품질 차환 부담 가중. 전략: 듀레이션 헤지, 방어적 섹터(현금창출력·배당 안정), IG 중심 크레딧, 현금·티어드 유동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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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Benign): 디스인플레 재개·성장 견조 — 금리 점진 하향, 발행 믹스 전환(빌→쿠폰 확대)의 소프트 랜딩. 커브 정상화와 함께 주식 멀티플 상향 여지. 크레딧 스프레드 추가 타이트 가능. 전략: 중장기 듀레이션 재확대, 퀄리티 성장·AI 수혜 중에서도 현금흐름 검증된 종목 비중 확대.
 
7) 섹터별 주식 함의: 듀레이션과 현금흐름의 재프라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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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보험): 스티프너는 NIM 개선에 우호적이지만, 불리 시나리오의 스프레드 확대·평가손(HTM) 리스크가 다시 부각. 자본비율·감리 포커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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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REIT: 장기금리 방향성에 민감. 배당할인율 상향 국면에서 디펜시브의 역설 가능. 그리드 투자·데이터센터 수요 결합 영역은 구조적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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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고밸류/AI): 브리지워터 경고대로 현금흐름 실현 검증이 멀티플 방어의 관건. 빅테크 본드 러시는 자본비용이 단번에 낮아지지 않음을 방증. AI 전력·냉각·전원무결성 솔루션과 같은 피크앤드셔벌형 밸류체인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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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주/레버리지 섹터: 차환·스프레드 경로에 취약. 빌 확대 국면의 표면적 유동성에도 재무 레버리지가 높은 종목은 선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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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소비재/가치 소비: K자형 소비 패턴(칩틀레 트래픽 둔화·맥도날드 밸류 메뉴 강화·코카콜라/PG 프리미엄/대용량 호조)이 지속될 경우, 가격전가력/제품 믹스가 실적 변동성의 핵심.
 
8) 체크리스트: 발행·정책·수급의 분기점
- 분기 환매(refunding) 일정: 월요일 15:00(ET) 차입 전망, 수요일 08:30(ET) 환매 스케줄 — 입찰 물량·만기 믹스 재확인.
 - 연준 커뮤니케이션: Goolsbee 등 위원의 “인플레 리스크 상회” 언급 주시 — 12월 인하·향후 경로에 대한 시장 가격 재평가.
 - 사법 리스크: 상호관세·IEEPA 관련 대법 심리 — 관세 환급·발행 캘린더 불확실성 트리거.
 - 인플레이션·BEI: 10년 BEI 2.3%대 상향이 지속되면 실질금리·멀티플 압박 경고등.
 - 크레딧·ETF 기술 신호: PAAA·JSI·FLOT·CLIP의 200DMA 추세 — 수급·유동성 미시 변화 체크.
 
9) 포트폴리오 전략: ‘빌로 숨 쉬고, 중기로 버틴다’—실무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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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빌 래더: 만기 1~12개월 분산 래더로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낮춤. 연준 재투자 백스톱이 있는 동안 캐시 대안으로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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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빌+중기 IG): 쿠폰물 동결기에 중기 IG의 상대가치 부각. 장기 금리 변동성엔 빌이, 인컴은 중기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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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레이션 헤지: 불리 시나리오를 대비해 선물·스왑 등으로 장기 듀레이션 익스포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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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선별: CAPEX·차환 민감 업종은 만기 벽·커버리지 레이셔 검증. AAA CLO/증권화는 구조·기초풀 질을 엄격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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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팩터: 현금흐름 증명형 성장(FCF Yield↑), 프라이싱 파워 보유, 배당지속성 높은 디펜시브의 상대가치 재부각.
 
주의: 본 전략은 시장환경 변화·개별 위험요인에 따라 성과가 상이할 수 있다. 투자판단은 투자자 책임이며,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다.
10) 왜 ‘지금’ 이 논의가 중요한가: 기술·재정·사법의 삼중 접점
AI 인프라 사이클은 메가캡의 채권 조달과 CAPEX 집행으로 실물화되고 있다(알파벳·메타·오라클 대규모 본드). 반면 재정은 빌로 도피해 시간을 번다. 사법부는 관세 체계의 법적 경계를 다듬는 중이다. 세 축은 서로를 규정한다. 금리·유동성 프레임을 가볍게 보면, 가격·밸류에이션은 순식간에 재편된다. 브리지워터가 “리스크가 심각하게 저평가”됐다고 경고한 배경도, 결국은 현금흐름이 비싸게 프라이싱되는 지금의 조건이 금리·공급·정책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므로 빌 중심 전술을 긴 호흡의 구조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이 전술은 지금을 건너기 위한 브리지일 뿐, 중기 재정·발행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단기물로 숨 쉬되, 중기물로 버티는 포트폴리오의 구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맺음말: 단기적 안도와 중기적 냉정 사이
미 재무부의 빌 확대·쿠폰 동결은 지금-여기를 부드럽게 통과시키는 데 탁월한 전술이다. 연준의 빌 재투자와 결합하면, 단기구간의 수급은 매끄럽다. 그러나 이 전술은 만기 구조의 민감화, 롤오버 빈도 증가, 정책·사법 변동성의 전달효율을 동시에 높인다. 1~3년을 바라보는 투자자는 이 ‘민감성’을 포트폴리오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나는 빌 래더+중기 IG 바벨, 듀레이션 헤지, 현금흐름 중심의 주식 선별, 차환 스케줄을 고려한 크레딧 엄선을 기본 축으로 제시한다. 시장은 당분간 안도–경계–재정렬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이어갈 것이다. 그 진자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만기를 분산하고, 현금흐름을 중시하며, 공급의 지도를 수요의 지도로 바꾸어 읽는 것이다. 그것이 빌의 시대를 통과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