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 트럭(Daimler Truck) 주가가 1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개장 직후 7% 가까이 급락했다. 이는 회사가 전날 늦게 북미 시장의 지속적인 약세를 이유로 2025회계연도(2025년 1~12월)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초기 반응이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임러 트럭은 이번 조정에서 조정 영업이익(EBIT)* 전망치를 이전의 시장 컨센서스 41억5,000만 유로에서 36억~41억 유로(미화 41억1,000만~46억9,000만 달러)로 낮췄다.
회사 측은 “북미 지역의 완고한 수요 부진을 반영한 조치이며, 다른 사업 부문 전망은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EBIT*란?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는 이자와 세금을 차감하기 전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을 뜻한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자사 기본 영업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지표다.
이번 가이던스 조정은 북미 최대 상용 트럭 브랜드 ‘프라이트라이너(Freightliner)’를 보유한 다임러 트럭에게 특히 뼈아픈 결정이다. Fabio Hoelscher 워버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다른 완성차(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들도 목표치를 낮췄지만, 이 정도 규모의 하향은 예상 밖”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다임러 트럭은 이미 지난 5월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수요 둔화 우려 등을 근거로 북미 사업부문 EBIT 전망을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수주 회복이 지연되면서, 두 달여 만에 또다시 실적 전망을 손질해야 했다.
수주 동향
2분기 전사 신규 수주량은 8만8,200대로 집계됐다. 그러나 핵심 시장인 북미 수주량은 1만3,800대에 그쳐, 현지 트레이더가 제시한 기대치 2만1,000대를 크게 밑돌았다. Hoelscher 애널리스트는 “트럭스 노스아메리카(Trucks North America) 부문 신규 수주가 업계 평균을 크게 하회했고, 이는 3분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미는 다임러 트럭 매출의 44%를 차지하는 최대이자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다. 2024년 이 지역 영업이익률은 12.9%로, 그룹 전체 산업 부문 평균 8.9%를 크게 웃돌았다. 그만큼 수요 둔화가 회사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종 업계 흐름
불과 일주일 전, 폭스바겐 그룹의 상용차 자회사 ‘트라톤(Traton)’도 미·중 무역긴장 고조와 북미 트럭 구매심리 위축을 이유로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유럽 경기 침체, 브라질 수요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상용차 업계 전반에 ‘긴축 모드’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 1달러는 0.8750유로에 거래됐다. 환율 변동은 유럽 제조업체의 달러 표시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자 해설‧전문가 관점
다임러 트럭의 잇단 가이던스 하향은 북미 상용차 사이클의 본격적인 둔화 신호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늘었던 교체 수요가 서서히 소진되고, 물류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트럭 구매가 ‘대기 모드’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업계는 향후 전기·수소 연료전지 트럭 같은 친환경 모델 확충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려 하지만, 규제·충전 인프라·가격 경쟁력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고점 지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할 변수는 ▲3분기 주문 흐름 ▲캡티브 파이낸스(할부·리스) 연체율 추이 ▲글로벌 철강·알루미늄 가격 등 원가 구조다. 만약 3분기에도 주문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임러 트럭뿐 아니라 전 세계 OEM 밸류체인 전반에 추가적인 감산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EBIT: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 이자비용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 OEM: 완성차 제조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