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상한 인플레이션, 다음 주 월가의 시선 집중

갑작스레 월스트리트의 초점이 다시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는 고용지표가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였으나, 이제 투자자들은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물가 데이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5년 8월 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2일(화) 공개될 예정이며, 14일(목)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뒤를 잇는다. 같은 주에는 소매판매·실업수당 청구·산업생산 등 굵직한 지표들도 발표가 예정돼 있어, 시장은 한 주 내내 경제 데이터 홍수 속에서 방향성을 탐색할 전망이다.

연방기금선물(FFR)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0.25%포인트(25bp) 인하가 광범위하게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물가가 다시 2% 목표를 벗어나 치솟을 조짐이 감지되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인하 전망이 좌절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CPI 결과다.”

라고 프리덤 캐피털 마켓(Freedom Capital Markets)제이 우즈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강조했다. 그는 “해당 지표가 곧 연준의 통화정책을 규정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가 예상을 웃돌면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는 미 증시도 흔들릴 수 있다. 최근 투자자들은 S&P500지수가 4월 조정을 딛고 6,4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무역관세 뉴스’와 ‘해외 분쟁’ 등 악재를 이겨내는 저력을 확인했지만, 변동성을 일으킬 촉매가 무엇이든 표면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 내부에서는 고평가된 밸류에이션, 둔화되는 모멘텀, 특정 대형주로의 쏠림(집중) 위험을 근거로 5% 이상의 조정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DataTrek Research)의 공동창립자 니컬러스 콜라스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2배로, ‘피크(정점)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계절성 약세도 변수다. 월가의 통계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평균적으로 8월 S&P500은 0.3%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해소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기억이 남아 있다. 우즈 전략가는 “8월에는 이상 현상이 잦다”며 “헤드라인 하나가 시장을 놀라게 해 조정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8월 둘째 주까지 주요 지수는 강세 흐름을 이어왔다. S&P500과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주간 기준 각각 2%·3% 넘게 상승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1% 이상 올랐다.


정치화(Politicalization) 논란 속 연준 독립성 시험대

일부 초기 전망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ore)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대’에 머무를 것으로 팩트셋(FactSet) 컨센서스가 지목한다. 만약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물가 둔화 스토리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

CPI·PPI 발표는 8월 21~23일 와이오밍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해당 행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9월 인하 단행 여부에 대한 힌트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보고서 부진 직후 미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임하면서, 향후 정부 통계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이어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후임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CEA) 스티븐 미런을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했다.

시장에서는 미런 후보가 ‘비둘기파(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입장)’ 성향을 보일 경우, 제롬 파월 의장과 대립각이 세워지며 연준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트포드 펀드(Hartford Funds)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나넷 아부호프 제이컵슨은 “연준이 정치화된다는 인식은 채권·주식시장 모두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세·외교 변수와 8월 증시 이벤트

한편 시장에는 완화 요인도 감지된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회담할 수 있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모스크바에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8월 12일로 예정된 대(對)중국 관세 부과 시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관세가 실제 발효될 경우 글로벌 무역 및 공급망에 미칠 충격이 적지 않다.

실적 시즌은 다음 주부터 속도가 둔화된다. 단, 월말에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우즈 전략가는 “시장은 당분간 소화(digestion)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주요 일정(미국 동부시간 기준)

8월 11일(월)

8월 12일(화) 08:30 CPI, 08:30 시간당임금(최종·7월), 08:30 평균노동시간(최종·7월), 14:00 재무부예산(7월)
실적: 카디널헬스(Cardinal Health)

8월 13일(수) 실적: 시스코시스템즈(Cisco Systems)

8월 14일(목) 08:30 지속 실업수당청구(8/02), 08:30 신규 실업수당청구(8/09), 08:30 PPI(7월)
실적: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태피스트리(Tapestry), 디어(Deere & Co.)

8월 15일(금) 08:30 수출물가지수(7월), 08:30 수입물가지수(7월), 08:30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8월), 08:30 소매판매(7월), 09:15 설비가동률·산업·제조업 생산(7월), 10:00 기업재고(6월), 10:00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예비·8월)


용어 한눈에 보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경제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성장 둔화로 인해 통화 완화가 필요하지만 물가 상승은 긴축을 요구해 정책 대응이 어려워진다.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엔화 가치가 급등(엔 강세)할 경우 거래가 한꺼번에 청산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