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이 필요한 최고의 투자는 종종 오랜 기간 잠잠하다가 뒤늦게 폭발적인 수익을 안겨준다. 예컨대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는 1996년 인텔 호환 프로세서 시장에 진입했지만, 그 뒤 20여 년 동안 S&P 500 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후 9년간 5,000%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S&P 500은 세 배 오르는 데 그쳤다.
2025년 8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테슬라·아마존 역시 과거 파산 위기나 장기 침체를 겪은 뒤 오늘날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랐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기술주 역사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두 종목, 로쿠(Roku)와 파이버 인터내셔널(Fiverr International)은 시장의 ‘냉대’를 받고 있다. 로쿠 주가는 2021년 최고가 대비 84% 하락했고, 파이버는 같은 기간 92% 폭락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두 회사를 ‘황금 같은 긴 호흡’을 통해 포트폴리오에 담아 두고 있다.
1. 봉쇄 시대의 ‘스타’에서 잊힌 영웅으로
코로나19 첫 봉쇄 국면에서 로쿠는 집콕족의 스트리밍 수요, 파이버는 여가를 활용한 창업·부업 수요를 등에 업고 주가가 폭등했다. 하지만 봉쇄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자, 두 종목 모두 ‘반짝 수혜주’로 치부돼 급락세를 맞았다.
흥미로운 점은 주가와 달리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수요 감소를 과도하게 우려했음을 시사한다.
2. 로쿠―글로벌 스트리밍 야망
로쿠의 활성 계정 수는 2022년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도 전년 대비 최소 12% 이상씩 성장했다. 2024년 말 기준 8,980만 개로, 2021년 말 6,010만 개보다 49%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유사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로쿠는 과거 넷플릭스가 2011~2016년 펼쳤던 글로벌 확장 전략을 따르고 있다. 이미 라틴아메리카·프랑스·영국 등 주요 시장에 진출했지만, 전면적인 세계화는 아직 시작 단계다.
주가 하락과 매출 증가는 P/S(주가 대비 매출 비율)을 2.8까지 낮췄다. 이는 애플(6.8), 넷플릭스(10.7), 스포티파이(6.8)보다 크게 저렴하다. 로쿠가 향후 흑자 전환과 글로벌 확장을 이룬다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은 높다.
※ 용어설명: P/S 비율은 시가총액을 연간 매출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3. 파이버―‘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플랫폼
파이버는 “세상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사명 아래,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중심이던 프리랜서 시장을 온라인화하고 있다. 미국 프리랜서 중개 시장 규모만 연간 2,470억 달러에 달하지만, 파이버의 2024년 매출은 3억 9,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성장 여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2024년 파이버는 순이익 흑자를 냈을 뿐 아니라 장기 부채도 모두 상환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P/S 2.4배, 자유현금흐름(FCF) 11.5배, 2025년 예상 PER 8.7배라는 역사적 저점에 머물고 있다.
※ FCF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자본적 지출을 뺀 값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다.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에 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반영한다는 격언을 고려하면, 시장이 언젠가 파이버의 가치를 재평가할 가능성은 높다.
4. ‘더블다운’ 광고와 주의점
기사 말미에는 모틀리풀(Motley Fool)의 ‘더블다운(Double Down)’ 추천 서비스 광고가 등장한다. 과거 엔비디아·애플·넷플릭스 사례를 예시로 들며,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홍보성 자료와 보도 기사를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5. 디스크로저(공시) 및 이해상충
존 매키 전 홀푸즈마켓 CEO(아마존 자회사)는 모틀리풀 이사회 멤버다. 기사 저자 앤더스 바이런드는 아마존·파이버·인텔·넷플릭스·로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모틀리풀은 AMD·아마존·애플·파이버·인텔·넷플릭스·로쿠·스포티파이를 보유·추천하며, 2025년 5월 만기 인텔 30달러 콜옵션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나스닥닷컴은 “본문의 견해와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것이며, 반드시 나스닥의 관점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덧붙였다.
6. 기자의 시각
로쿠와 파이버는 팬데믹 특수 이후 ‘실적은 성장, 주가는 역주행’이라는 전형적 괴리를 보여 준다. 이는 이익 창출 시점과 시장 기대치의 불일치가 만든 결과다. 두 기업은 각각 스트리밍 광고·글로벌 기기 판매, 프리랜서 매칭·구독 모델이라는 장기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 투자자라면 밸류에이션과 사업 확장 속도를 면밀히 비교해 분할 매수·장기 보유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