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미국·브라질 디자인 스튜디오 폐쇄…런던·일본 거점 축소로 글로벌 조직 재편

닛산자동차(Nissan Motor Co., Ltd.)가 미국 캘리포니아와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전면 폐쇄하고, 영국 런던과 일본 아쓰기 거점의 조직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디자인 조직을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Re:Nissan’ 전략의 일환이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현 회계연도(2025 회계연도) 말까지 재편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향후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닛산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디자인 조직을 다섯 개 허브로 통합한다. 구체적으로는 로스앤젤레스, 런던, 상하이, 도쿄, 그리고 일본 아쓰기다. 그중 로스앤젤레스 ‘Studio Six’는 북미 지역의 주요 디자인 허브로 승격되며, 런던 스튜디오는 르노(Renault)와의 협력 아래 아프리카·중동·인도·유럽·오세아니아 시장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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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닛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리소스를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 닛산 디자인 조직 내부 관계자*익명 인터뷰


‘Re:Nissan’ 전략이란 무엇인가?

‘Re:Nissan’은 2024년 4월 CEO 자리를 맡은 이반 에스피노사(Ivan Espinosa)가 2025년 5월 공식 발표한 중장기 수익성 회복 계획이다. 해당 전략은 2027 회계연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350만 대에서 250만 대로 줄이고, 생산 거점을 17곳에서 10곳으로 축소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포함한다. 이번 디자인 조직 개편은 이러한 대규모 변화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특히 디자인 부문은 자동차 브랜드의 감성적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다. 닛산은 주요 디자인 역량을 소수 거점에 집중함으로써, 전동화(Electrification)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등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디자인 허브’와 ‘디자인 스튜디오’의 차이

디자인 스튜디오는 주로 지역별 소비자 트렌드와 디자인 언어를 탐구하는 소규모 크리에이티브 조직을 의미한다. 반면 디자인 허브는 콘셉트카 기획, 디지털·물리 모델링, 크리에이티브 전략 수립 등 제품 전 개발 단계에 걸친 전담 기능을 갖춘 종합 디자인 센터를 뜻한다. 이번 개편에서 캘리포니아와 상파울루의 ‘스튜디오’가 폐쇄되는 대신, 로스앤젤레스 ‘Studio Six’가 북미 허브로 격상된 것은 이러한 차별화 전략의 대표 사례다.


잠재적 고용 영향 및 지역사회 파장

닛산은 구체적인 인력 감축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폐쇄·축소가 디자이너·모델러·엔지니어 등 수십에서 수백 명 단위의 직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첨단 디자인 인력을 흡수하려는 테슬라, 리비안, 루시드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에게는 인재 확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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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고용 소실에 따른 세수 감소지역 경제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닛산 측은 ‘Re:Nissan’ 계획을 통해 확보한 비용 절감 효과를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드카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시각: 왜 지금 구조조정인가?

자동차 산업은 탄소중립 규제 강화, 배터리 원자재 가격 변동, 중국업체의 가격 경쟁 등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고정비 축소핵심 역량 집중 전략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추세다. 포드(Ford),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주요 업체 역시 비슷한 디자인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왔다.

닛산의 이번 결정은 경쟁사 대비 느린 전동화 전환 속도를 만회하려는 공격적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도쿄 등 핵심 거점에 통합된 디자인 허브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제품 통일성(Brand Consistency)개별 시장 특화(Localization)를 동시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닛산이 디자인 조직 축소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둘째, 글로벌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레거시 인력과 신규 디지털 인력 간 협업 체계가 원활히 구축될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셋째, 르노와의 연합(Alliance) 관계가 디자인 협업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Re:Nissan’ 전략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닛산의 영업이익률이 2027 회계연도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신흥국 통화 변동성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 요인으로 남는다.


요약하면, 닛산은 디자인 조직을 다섯 개 핵심 허브로 통합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전동화·소프트웨어 혁신에 집중하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에 그칠지, 아니면 닛산 브랜드 재도약의 기폭제가 될지는 향후 2~3년간의 실적과 신차 출시 속도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