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멕시코 시박 공장 2026년 3월 가동 중단…글로벌 재편 가속화

닛산자동차(이하 닛산)가 멕시코 중부에 위치한 시박(Civac) 공장의 차량 생산을 2026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통합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전략의 일환이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시박 공장에서 생산되던 물량은 같은 나라 북서부에 위치한 아과스칼리엔테스(Aguascalientes) 복합 단지로 이전된다. 닛산은 “현재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안에 이전 작업을 마무리해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닛산 멕시코 공장


■ 일본 내 거점 축소와 병행되는 멕시코 재편

닛산은 이달 초 일본 내 오파마(Oppama) 공장2028년 3월, 자회사 닛산샤타이(Nissan Shatai) 쇼난 공장2027년 3월까지 각각 폐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멕시코 시박 공장 폐쇄 결정은 “17개 생산 거점을 10개로 축소”한다는 전사적 계획을 해외에서 처음으로 구체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닛산 글로벌 제품·전략 책임자인 이반 에스피노사(Ivan Espinosa) 최고경영자*1는 성명에서 “

오늘 우리가 발표한 결정은 어렵지만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더욱 효율적·경쟁력·지속가능한 제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멕시코는 닛산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으로 남을 것”이라며 현지 고용과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닛산 CEO 이반 에스피노사


■ 시박 공장의 역사와 상징성

시박 공장은 1966년 가동을 시작해 일본 외 지역에 설립된 닛산 최초의 조립공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녔다. 6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누적 생산량은 650만 대를 넘어섰으며, 닛산 ‘히트 모델’로 꼽히는 치르치(Chirche)·센트라(Sentra) 등이 여기서 생산됐다.

전문가들은 시박 공장 폐쇄가 단순 양적 축소가 아니라 노후 설비 투자를 대신해 고도화된 시설을 갖춘 아과스칼리엔테스 단지로 라인을 집중함으로써 배터리 전기차(BEV)·하이브리드 등 신차종 대응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본다.


■ 글로벌 생산 능력 100만 대 축소 목표

닛산은 2020년 이후 진행해 온 중기 재무·사업 계획에서 연간 생산 능력을 350만 대→250만 대*2로 100만 대 줄이고, 고정비를 대폭 절감하겠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미국·중국 등 핵심 시장 내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전동화 라인업 확장, 마케팅 효율화, 현지 맞춤형 모델 투입 등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SUV·픽업트럭 강화 ▲리퍼비시(refurbish) 전략으로 불리는 중고차 가치 제고 프로그램 도입 ▲딜러 네트워크 디지털 전환 등을 추진 중이며, 중국에서는 현지 합작사 둥펑닛산과 함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 1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선제 조치’

닛산은 30일 장 마감 후 2025 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시장은 영업이익 1,000억 엔 중반 수준을 예상한다. 구조조정 비용 반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공장 통폐합이 단기적으로는 퇴직금·설비폐기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을 유발하지만, 2027년 이후 영업이익률을 5%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용어·배경 설명

  • *1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의 글로벌 제품·전략 담당 CEO로, 과거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공동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 *2 생산 능력(Production Capacity): 특정 기간 내 차량을 제조할 수 있는 최대 물량. 설비 효율 및 가동률에 따라 실적치와 차이가 발생한다.
  • OTC:NSANY: 미국 장외시장(OTC)에서 거래되는 닛산 ADR 티커다. ADR은 해외 기업이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 증시에 상장할 때 발행하는 주식예탁증권을 의미한다.

이번 멕시코 재편 결정은 “품질·비용·납기(QCD) 3박자” 개선을 위한 닛산 내부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화 흐름이 가속화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노후 설비를 유지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닛산이 멕시코·일본 등 전 세계 거점을 어떻게 최적화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와 파트너 기업을 위한 공정 전환(Just Transition) 방안을 얼마나 마련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