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드햄 “디즈니, ABC 폐국하고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이전해야”

월트디즈니가 지상파 방송사 ABC를 매각하기보다 과감히 폐국하고, 해당 채널의 모든 콘텐츠를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증권사 니드햄(Needham)은 24일(현지시간) 자사 고객 메모에서 “방송면허 관련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BC를 아예 종료하는 편이 낫다”라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니드햄은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보인 개입 행태로 인해 방송면허를 보유하는 것은 디즈니 주주들에게 비용 대비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미국 방송·통신 규제를 담당하는 연방기관이다.

메모는 “FCC의 강력한 개입이 이어질 경우 디즈니가 ABC를 운용하면서 감당해야 할 규제 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를 완전히 제거하고 스트리밍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면 시장에서 더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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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키멜 쇼’ 중단 사태가 불 붙인 표현의 자유 논란

디즈니가 지난주 자사 채널에서 방영 중이던 ‘지미 키멜 라이브(Live with Jimmy Kimmel)’를 일시 중단한 것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보수 성향 시청자들은 키멜이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 암살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FCC 브렌던 카(Brendan Carr) 위원장은 “키멜의 발언을 조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연방법은 ‘정부가 비판적 보도를 이유로 방송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

“FCC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는 반박도 적지 않다.

소비자 반발도 거셌다. 일부 이용자들은 “디즈니+ 구독을 취소하겠다”며 항의했고, 실제로 구독 해지가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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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생중계가 잡고 있는 ‘지상파의 마지막 끈’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의 콘텐츠 담당 부사장 폴 버너(Paul Verna)는 “이번 사태로 밥 아이거(Bob Iger) CEO가 전략을 재고할 수는 있어도 단기간 내 ABC 매각·분사·폐국이 실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생방송 스포츠 프로그램은 여전히 막대한 광고·구독 수익을 창출한다”며 지상파의 잔존 가치를 강조했다.

실제로 ABC는 NFL·NBA 등 주요 스포츠 리그 중계권 협상에서 전국 단위 시청자 접근성을 보장하는 ‘지상파 카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반의 트렌드는 빠르게 스트리밍으로 이동 중이며, ABC 역시 시청률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니드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여름 ABC의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자는 방송·케이블 통합 240만 명(닐슨 기준)에 그쳤다. 이는 2010년대 중반 800만 명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다.


■ 정치·시사 풍자 프로그램, 트럼프 시절 이후 ‘고위험 콘텐츠’로 분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언론과 빈번히 충돌했으며, 최근 복귀 후에도 방송사·언론인을 상대로 소송과 규제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니드햄은 “이 같은 정치적 변수는 ABC 라이선스의 재무적 예측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파라마운트(Paramount)는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의 심야 토크쇼를 전격 취소했다. 파라마운트는 “법적 문제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콜베어는 취소 이틀 전 파라마운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체결한 $1,600만 합의를 두고 “거대한 뇌물”이라고 비난했었다.

ABC도 지난해 12월 앵커 조지 스테퍼너폴로스(George Stephanopoulos)의 ‘E. 진 캐럴(E. Jean Carroll) 성추행 배상 판결’ 관련 발언을 이유로 제기된 트럼프의 $1,500만 명예훼손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디즈니의 선택지에 대한 전문가 시각

1) 매각: 과거 넬슨 펠츠(Nelson Peltz) 등 행동주의 투자자는 “저평가된 ABC를 분리 상장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매수 후보군이 제한적이고, 규제 승인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2) 분사·스핀오프: 주주에게 ABC 지분을 배분하는 방식이지만, 디즈니가 여전히 콘텐츠 공급 계약을 유지해야 해 규제 리스크는 크게 줄지 않는다.

3) 폐국 및 스트리밍 전환: 니드햄이 권고한 시나리오다. 장기적으론 비용과 리스크를 모두 최소화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스포츠 중계권 협상력 약화 및 시청자 이탈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본지디즈니가 2027~2028년 갱신되는 주요 스포츠 계약을 고려할 때, 최소한 그 시점까지는 ABC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다만 규제·정치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스포츠 패키지를 ESPN+ 등 스트리밍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원포인트 전략’이 유력해질 수 있다.

디즈니는 니드햄 보고서 관련 질의에 “즉각적인 입장은 없다”고만 밝혔으며, ‘지미 키멜 라이브’는 23일 밤 정상 방송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