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북미 폭염 전망…미 천연가스 선물가 2주 만에 반등

[원자재·에너지 마켓] 10월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천연가스 선물(티커: NGV25) 가격이 16일(현지 시각) 전장 대비 1.97% 오른 2.067달러에 마감했다. 전일 연중 최저권까지 밀렸던 가격이 하루 만에 2% 가까이 튀어 오르면서 단기 저점 탈출을 시도한 셈이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반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늦여름 폭염’ 전망이다. 민간 기상 예보업체 Atmospheric G2는 9월 21~25일 북미 전역, 특히 중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6~30일에는 미국 동부 3분의 2 지역에서도 ‘평년 이상’ 더위가 예상되면서, 전력 수요 급증→천연가스 발전 확대→가스 재고 축적 지연이라는 연쇄 반응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천연가스는 전력 발전 연료 비중 40% 내외를 차지한다. 따라서 기온이 급등하면 냉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그만큼 가스 소모량도 동반 상승한다.

주목

“여름철 한낮 기온이 화씨 90도(섭씨 32도)를 넘어설 경우, 매 1도 상승마다 가스 발전 수요가 하루 2~3억입방피트(BCF)씩 늘어날 수 있다”

는 것이 전력업계의 ‘경험칙’이다.


① 공급 측면: 사상 최고 수준 생산이 약세 요인

반면 공급 지표는 여전히 ‘베어리시(약세)’하다. EIA(미 에너지정보청)은 10일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STEO)에서 2025년 미국 천연가스 일평균 생산량 전망치를 106.63BCF로 상향했다. 이는 한 달 전 추정치보다 0.2% 높다. 실제로 16일 기준 미 본토(48개 주) 건식가스 생산량은 106.0BCF/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블룸버그NEF(BNEF)가 집계했다.

채굴 설비 지표도 완만한 상향 추세다.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미국 가스 시추 리그 수는 118기로 전주와 같았으나, 8월 초 기록한 124기에 육박한다. 작년 9월 기록한 94기(4년 반 만의 저점)와 견주면 25% 이상 늘어난 셈이다.

주목

② 수요·재고: ‘겨울 앞둔 비축률’이 관건

최근 일주일(9월 5일 종료) 미국 가스 재고는 71BCF 증가해, 시장 컨센서스(68BCF)와 5년 평균(56BCF)을 모두 웃돌았다. 그 결과 총재고는 전년 대비 1.3% 낮지만, 5년 평균 대비 6.0% 높은 ‘여유 구간’에 속해 있다. 유럽연합(EU) 저장고도 9월 14일 기준 충전율 81%로, 5년 평균(87%)보다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안정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전력 부문 지표는 가스 강세론에 힘을 보탠다. 미국 전력협회(EEI)는 9월 6일로 끝난 주간 미 본토 전력 생산량을 83,003GWh로 집계,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52주 누계 전력 생산도 2.97% 늘어난 4,264,559GWh로 파악됐다.


③ LNG 수출: 글로벌 가격 차(差)·지정학 변수 주목

견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흐름도 주가 부양 재료다. 16일 기준 미 LNG 터미널 순유입량은 15.2BCF/일로, 전주 대비 4.0% 증가했다(BNEF 추산). 이는 가스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지만, 올해 들어 EU·아시아 현물가격이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병존한다.

한편 LNG는 배관 수송이 불가능한 지역 간 거래를 가능케 하는 ‘유동성 안전판’이다. 그러나 액화·기화 과정에서 막대한 설비투자와 에너지가 소요돼, ‘배관가스 파이프라인가스’ 대비 20~30% 비용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다.


④ 전문가 시각: 단기 ‘날씨 프리미엄’ vs 중장기 ‘공급 과잉’

시카고선물거래소(CME) 소속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기온·허리케인·노동절 이후 계절적 수요가 가격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2025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급 과잉과 저장률 상단이 완충 장치로 작용, 가스 선물 가격 상단을 2.5달러 선으로 제약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美 니콜스에너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라 마이어스 박사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획기적 기술개선에 따른 셰일가스 생산성 향상이 구조적 공급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가속·전력저장 배터리 확대 등 정책 변수까지 감안하면, 천연가스 가격이 3달러를 상단으로 하는 ‘신(新)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⑤ 용어 풀이

· BCF(Billion Cubic Feet) : 10억 입방피트, 천연가스 업계에서 생산·재고·수출입량을 표시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위다.
· 건식가스(Dry Gas) : 천연가스에서 수분·불순물을 제거한 순수 메탄에 가까운 가스를 말한다. LNG·발전용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LNG 순유입(Net Flows) : 가스전을 떠난 후 액화시설에서 실제로 선적·수출되는 양을 뜻한다.


[기자 해설]

이번 급등은 ‘기상 변수’가 주도한 전형적 단기 랠리로 볼 수 있다. 가스 시장은 타 원자재 대비 ‘수요 탄력성’보다 ‘공급 탄력성’이 높은 구조다. 즉, 생산(공급)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가격은 주로 날씨·저장률·지정학에 좌우된다. 전문가들이 의심하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① 공급량이 꾸준히 늘고 ② 재고가 역사적 평균을 웃도는 상황에서, ③ 일시적 폭염만으로 상승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추가 관전 포인트는 유럽·아시아 스팟 가격이다. 만약 북반구 겨울이 ‘평년 이하’로 온화하다면, 미천연가스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반대로 혹독한 한파가 재현될 경우, 비축률이 다소 높은 현재 상황에서도 패닉 바이잉이 촉발될 위험이 상존한다.

결국 투자자는 ‘기상 예보 ↔EIA 주간 재고 ↔천연가스 생산지표’를 병행 모니터링하면서 스프레드 전략·옵션 헤지 등을 활용하는 방어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옵션 미결제약정(OI)·암묵적 변동성(IV) 확대 여부를 점검해, 단기 과열 국면을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널리스트로서 필자는 ‘고효율 가스 발전+수소 혼소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천연가스 수요 곡선을 재편할 잠재 변수라고 본다. 향후 3~5년 내 가스 터빈에 15~20% 수준의 수소가 혼입되면, 현재 탄소배출 감축 목표에도 긍정적이며 가스 가격 변동성도 일정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