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2분기 연간 물가상승률 2.7%… 시장 전망치 소폭 하회

[웰링턴] 뉴질랜드 통계청(Statistics New Zealand)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뉴질랜드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며 1분기(2.5%)보다 빨라졌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시장 컨센서스였던 2.8%를 소폭 밑도는 결과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뉴질랜드준비은행(Reserve Bank of New Zealand·RBNZ)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통계청은 지방정부 세금(local government taxes)주택 임대료(housing rental prices) 상승이 물가 압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레이트(rate)’라 불리는 재산세가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임대료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분기별(전 분기 대비)로는 CPI가 0.5% 상승해, 1분기 0.9% 상승률보다는 둔화했다. 로이터가 사전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0.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RBNZ는 지난 5월, 2분기 연간 인플레이션을 2.6%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가 이를 소폭 상회했다. 중앙은행은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3.25%를 동결했는데, 이는 2024년 8월부터 시작된 완화 사이클 동안 총 225bp(1bp=0.01%p) 인하 후 첫 ‘일시 정지’였다.

뉴질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성장과 물가에 미칠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러한 외부 변수는 뉴질랜드 통화정책에도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5년 3월 분기 대비 높아졌지만 RBNZ 목표 범위 1~3% 안에 머물렀다. 이는 4개 분기 연속 목표 내 진입”이라고 니콜라 그라우든(Nicola Growden) 뉴질랜드 통계청 물가·디플레이터 담당 대변인은 밝혔다.

통계청은 또 비교역재(non-tradeable) 물가상승률이 3.7%로 2021년 2분기 이후 최저치라고 덧붙였다. 비교역재는 수입·수출이 어려워 국내 요인이 가격을 좌우하는 상품·서비스를 뜻한다.


전문가 해설: ‘비교역재 물가’와 ‘bp’란 무엇인가?

‘비교역재(non-tradeable)’는 항공권처럼 국경을 넘어 거래되기 힘든 상품·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품목은 환율이 아닌 국내 수요·공급, 세금, 인건비 등 로컬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교역재(tradeable)’는 국제 유가처럼 글로벌 가격 변동이 직접 반영되는 항목이다. 한편 ‘bp(basis point)’는 금리 변동을 0.01% 단위로 세분화한 표기로, 중앙은행의 미세 조정을 정교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시장 전망 및 통화정책 함의

연간 2.7%라는 수치는 RBNZ의 목표 상단(3%)에 근접하지만, 동시에 경제 전반의 둔화 신호로 인해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다수 경제학자의 시각이다. 분기별 물가가 예상보다 낮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 및 노동시장 완화가 이어진다면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후자에 조금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또한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 역시 하반기 추가 완화를 시사하고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은 완화 기조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뉴질랜드달러(NZD) 환율도 이러한 기대를 반영해 발표 직후 소폭 약세를 보였다.환율 변동은 수입물가와 수출경쟁력에 직결됨

글로벌 요인과 뉴질랜드 경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세계 교역 둔화, 중국 성장률 하향 등 대외 수요 위축은 교역재 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최대 수출품인 유제품 가격이 회복될 경우 농업 부문 소득 개선으로 소비 심리가 일부 회복될 여지도 남아 있다.

요약하면, 현재 물가 흐름은 중앙은행 목표 범위 내에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경기 모멘텀이 약한 만큼 통화정책 완화가 재개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시장은 8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25bp 인하를 유력 시나리오로 가격에 반영하는 중이다.

향후 발표될 노동시장지표소매판매 지표가 중앙은행의 결정을 가늠할 수 있는 추가 단서가 될 전망이다. 물가·성장·고용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RBNZ의 정책 기조를 좌우할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