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외교장관이 자국 중앙은행 총재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지 서명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2026년 1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은 앤나 브레만(Anna Breman) 신임 뉴질랜드 준비은행(Reserve Bank of New Zealand, RBNZ) 총재가 다른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과 함께 제롬 파월(Jerome H. Powell) 연준 의장을 지지하는 성명에 서명한 것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2026년 1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본부 개·보수(renovation) 비용 수사와 관련해 파월 의장을 형사 기소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를 금리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실(pretext)”이라고 규정했다.
앤나 브레만 RBNZ 총재는 유럽, 영국, 캐나다, 호주의 주요 중앙은행장들과 함께 “연방준비제도와 그 의장 제롬 H. 파월에 대한 전적 연대(in full solidarity)“를 표명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해당 성명은 파월 의장이 정직성(integrity)을 가지고 행동했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RBNZ 대변인은 브레만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굳건히 믿었기 때문에 성명에 서명했으며, 그녀의 서명이 법적으로 뉴질랜드 정부와는 분리되어 있는 준비은행의 지지를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준비은행은 법률상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올린 글에서 “뉴질랜드 준비은행은 미국 국내정치에 관여할 역할이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피터스 장관은 총재에게 ‘뉴질랜드 차선에 머물러 국내 통화정책에 전념하라’고 촉구했으며, 만약 성명 서명과 관련해 외교·무역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Trade)로부터 조언을 구했다면 동일한 권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BNZ 대변인은 피터스 장관의 해당 게시물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거부했다.
배경: RBNZ의 최근 혼란과 신임 총재의 배경
스웨덴 출신의 경제학자 앤나 브레만은 2025년 12월 1일자로 뉴질랜드 준비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브레만 총재의 임명은 준비은행이 겪은 난항 이후 이루어졌다. 이전 총재인 에이드리언 오르(Adrian Orr)는 2025년 초 정부의 중앙은행 예산 삭감 제안과 관련된 이견으로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이어 준비은행 이사회 의장인 닐 퀴글리(Neil Quigley)도 오르의 돌연 퇴임 처리와 투명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사임했다.
뉴질랜드는 미국의 공식 동맹국은 아니지만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로, 양국 관계는 최근 수년간 신중하게 관리되어 왔다. 피터스 장관은 과거 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까운 친구는 대립적이고 무례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중요 용어 해설
중앙은행의 독립성(central bank independence)이란 정부의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운영하여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법률상 독립성은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여 인플레이션 기대와 금리 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준비은행이 ‘법률상 정부로부터 독립(statutorily independent)’이라는 표현은 뉴질랜드 의회 법령에 의해 운영상·정책결정상 정부 개입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는 의미다.
연대 성명의 의미는 다국적 중앙은행 수장들이 특정 상황에서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해당 인물이나 제도의 독립성을 방어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내려는 목적이 있다. 다만 이러한 국제적 연대 표명은 서명한 각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외교적·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 분석 및 향후 영향
이번 사안은 정책적·정치적 교차점에 위치해 있어 단기적·중장기적 영향 면에서 다층적이다. 첫째, 국내 정치적 영향이다. 외교장관의 공개적 비판은 중앙은행의 행위가 국내 정치적 해석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준비은행의 대외적 발언이나 국제 협력 참여에 대해 국내 정치권의 감시와 논쟁이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둘째, 시장 반응 측면이다. 중앙은행 총재가 해외 동료들과 연대 성명에 서명한 행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의 수호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내부 갈등의 표면화는 단기적으로 뉴질랜드 달러(NZD)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예측 가능성과 독립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국내 정치권과의 마찰이 심화되면 통화와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셋째, 정책 신뢰도의 문제다. 준비은행이 법적으로 독립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공적 비판이 이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와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에 대해 재고하려 할 수 있다. 이는 뉴질랜드의 금융 비용(예: 국채 금리 상승)과 자본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물가·금융안정 관리에서 추가적인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기간 내에 준비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정치적 압박이 누적될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도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향후 몇 주 내에 정치권과 준비은행 간의 추가 발언, 의회 청문회 가능성, 그리고 준비은행의 대국민·대외 설명 노력이 시장의 반응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결론
앤나 브레만 총재의 연대 성명 서명과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의 공개 비판은 중앙은행 독립성과 외교·정치적 민감성 간의 균형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사례는 중앙은행의 국제적 연대 표명이 국내 정치적 반발을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준비은행이 법률상 독립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의 긴장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을 부각시킨다. 향후 상황 전개는 준비은행의 투명한 소통과 정치권의 신중한 대응 여부에 달려 있으며, 시장은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 포지셔닝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