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발 — 뉴질랜드 중앙은행(Reserve Bank of New Zealand, RBNZ)이 25bp(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3.00%로 낮추면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키위달러(뉴질랜드 달러)는 급락했고, 단기물 스왑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RBNZ는 이날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결정했으며, 동시에 향후 몇 달 안에 추가 완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RBNZ는 금리 인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에서 “국내외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예상해 온 25bp 인하 자체는 대다수 이코노미스트의 전망과 일치했으나, 매우 비둘기파적인 어조가 투자자 심리를 흔들었다.
시장 반응*1
발표 직후 뉴질랜드 달러는 1.2% 하락해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0.5822달러를 기록했다. 2년 만기 스왑금리는 장중 2.96%까지 하락하며 2022년 초 이후 최저치로 후퇴했다.
“가계와 기업의 신중한 소비·투자 행태가 경제 성장을 추가로 약화시킬 수 있다.” — RBNZ 통화정책 성명 중
금리 전망과 내부 표결*2
RBNZ는 기준금리 하단 전망치를 기존 2.85%에서 2.55%로 낮췄다. 6인으로 구성된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가운데 2명은 이번 회의에서 50bp 인하를 주장했음이 공개돼 추가 인하 가능성을 부각했다.
2024년 8월 이후 누적 250bp의 공격적 인하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은 “미·중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심화돼 소비·투자 수요가 2025년 2분기에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Abhijit Surya 캐피털이코노믹스 APAC 선임이코노미스트는 “50bp 카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앙은행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 방증한다”라고 분석했다.
경제 지표와 물가 상황
RBNZ는 연간 CPI(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중앙은행 목표 범위(1~3%) 안에 머무르고 있으며, 3분기에는 3.0%까지 일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랜 고금리는 2024년 경기침체를 초래했고, 실업률 상승과 정부의 긴축적 재정정책이 맞물려 경기 회복 속도를 제약하고 있다. RBNZ는 “중기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대로 둔화된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다”라고 명시했다.
시장 예상: 두 차례 추가 인하?
금융시장에서는 10월, 11월 회의에서 각각 25bp씩 인하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파생상품 가격은 금리 최저치가 2.57%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암시한다. 이는 발표 전 예상치(2.76%)보다 낮은 수준이다.
스티븐 톱리스 BNZ(뉴질랜드은행) 리서치본부장은 “성명서가 예상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이어서, BNZ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인하를 새롭게 전망한다”고 밝혔다.
ANZ은행 역시 10월·11월 두 차례 인하를 예상하며 기존 ‘11월·내년 2월’ 전망을 앞당겼다. ANZ는 “RBNZ의 스탠스가 시장 컨센서스보다 훨씬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배경: 강·약 달러, 스왑금리란?*3
스왑금리는 금융기관들이 고정금리를 서로 교환할 때 기준이 되는 수익률로, 중앙은행 정책금리 전망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다. 통상 스왑금리 하락은 시장이 향후 금리 인하를 기대함을 의미한다. 이번 2년물 스왑금리 급락은 RBNZ가 제시한 완화적 가이던스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다.
한편, ‘키위달러’라는 별칭은 뉴질랜드 국조(國鳥) 키위에 유래한다. 뉴질랜드 달러는 상품가격 변동과 관광수입 의존도가 높아 통화가치 변동성이 큰 편이다.
향후 일정과 정책 시사점
RBNZ는 통화정책보고서에서 2025년 4분기 평균 기준금리를 2.71%로, 2026년 1분기는 2.55%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4분기 2.92%, 1분기 2.85%)보다 각각 21bp, 30bp 낮은 수치다.
RBNZ가 2021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총 525bp를 인상하며 팬데믹 부양책을 조기에 거둬들인 것은 1999년 기준금리 제도 도입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긴축이었다. 그러나 고금리의 역효과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2024년에 경기침체가 불가피해졌고, 2025년 들어서도 성장률은 미약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무역 긴장, 재정 긴축, 고물가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RBNZ의 통화정책 기조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깊게 완화로 선회할지에 글로벌 자금 흐름이 주목되고 있다.
*1: 스왑금리와 환율은 실시간 변동 수치이므로, 보도 시점 이후 달라질 수 있다.
*2: 50bp(basis point)는 0.50%포인트를 의미한다.
*3: 용어 설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으로, 중앙은행 공식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