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국립공원과 같은 보전 지역에서의 사업 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일부 인기 관광지에 대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입장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가속화를 위해 보수 성향의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가 제시한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다.
2025년 8월 2일,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럭슨 총리는 성명을 통해 “보전법(Conservation Act)을 개정해 관광·농업·인프라와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컨세션(concessions·정부 사용 허가)을 대거 허용하겠다”고 밝혔 다.
럭슨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립정부는 2023년 총선에서 집권한 뒤 ‘침체 국면’에 빠진 뉴질랜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 산업 활성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번 조치 또한 그 연장선으로, 정부는 관광객 1인당 지출을 높이는 동시에 행정 규제를 덜어 민간 투자를 유치한다는 이중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전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몇 년간 베네치아·바르셀로나·교토 등에서 주민들이 관광객 급증에 따른 생활 불편과 환경 악화를 이유로 시위를 벌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보전 구역의 3분의 1에서 경제 성장을 촉발해 전국적인 고용과 임금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다.” ―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 성명 중
현재도 트레킹 가이드 투어, 스키 리조트, 가축 방목, 통신·에너지 시설 건설 등 다양한 사업 활동이 보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허가를 받는 데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관련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토의 약 34%가 보전부(Department of Conservation) 관리 아래 있다. 럭슨 총리는 “이 광활한 토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20~40뉴질랜드달러(NZ$)(약 12~24달러)의 입장료가 부과된다. 반면 뉴질랜드 국민과 영주권자는 기존처럼 무료 입장이 유지된다.
보전 담당 장관 타마 포타카(Tama Potaka)는 “관광객은 국내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그 점이 변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가운데 하나를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용어와 제도 해설
- 보전법(Conservation Act) – 1987년 제정된 환경 보호 기본법으로, 자연유산 보전과 공공 이용의 균형을 추구한다. 사업 허가(컨세션)를 통한 상업 활동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 컨세션(Concession) – 정부·지자체가 공공 부지나 시설을 민간에 일정 기간 사용·운영하도록 허용하는 제도. 통상 사용료와 보전 의무가 뒤따른다.
기자 해설·전망
뉴질랜드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관광업은 GDP의 5.5%, 고용의 8%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0~2022년 국경 봉쇄로 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가 규제 완화와 차등적 입장료 정책을 병행함으로써 재정 수입 확보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사업 허가 속도가 빨라지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입장료가 ‘관광지 과밀’을 해소하기엔 부족할 수 있으며, 원주민 마오리 공동체와의 권익 조정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뉴질랜드 재무부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0.5%로 추정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관광 규제 완화를 통한 1차 산업 의존도 완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환율 주: 1미국달러 = 1.6903뉴질랜드달러(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