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9일(현지시간)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며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 주최의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인공지능(AI) 랠리로 급등했던 기술주에서 차익을 실현하면서 매도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엔비디아(NASDAQ:NVDA)는 실적 발표(27일)를 앞두고 3.5% 급락해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포인트 상승하며 가까스로 플러스를 지켰으나, S&P500 지수는 37포인트(0.6%) 하락, 나스닥종합지수는 315포인트(1.5%) 급락했다. 장중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으나, 장 막판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상승폭을 반납했다.
• 스톡 로테이션(stock rotation) 현상 확산
최근 시장에는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수비적 업종에서 경기민감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스톡 로테이션’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릴리 이코노미스트는 “전체 지수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로테이션이 나타난 지난주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드문 현상”이라며 “2000년대 닷컴버블 말기에 유사한 패턴이 포착됐던 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그 당시에도 대형주에서 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했으나 지수 자체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 제임스 릴리,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어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AI 버블 가능성”을 경고한 점도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거론된다.
• 잭슨홀 심포지엄(Jackson Hole Symposium) 기대감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22~24일 열리는 이 행사는 매년 전 세계 중앙은행장과 경제학자들이 모여 통화·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주제는 “전환기에 있는 노동시장: 인구구조, 생산성, 거시정책”이다.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83%로 반영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매슈 루제티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전보다 다소 완화적인(비둘기파) 어조를 나타내겠지만, 즉각적인 인하를 명시적으로 약속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여유(슬랙)에 대한 언급이 늘어날 경우 9월 인하 기대에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파적 방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7월 미국 단독주택 착공은 전월 대비 2.8% 증가했고, 건축허가는 0.5% 늘어 주택시장 침체 우려를 다소 완화했다. 그러나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소비자의 주택 구매 의지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 리스크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일부 유럽 정상들이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푸틴 회담을 주선하겠다”며 3자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안에 안보보장 세부안을 문서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도네츠크 및 루한스크주, 일명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지역) 반환 문제에서 입장 차가 커 즉각적인 휴전이나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실적 발표(earnings) 및 개별 종목 동향
홈디포(NYSE:HD)는 2분기 기존점포 매출 1% 증가를 기록했으나, ‘고티켓(high-ticket)’ 제품 수요 둔화를 언급했다. 주가는 3% 상승 마감했다.
인텔(NASDAQ:INTC)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20억 달러 규모 지분을 매입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 설립을 지원할 것이라는 뉴스에 7% 급등했다.
사이버보안 기업 팔로알토 네트웍스(NASDAQ:PANW)는 AI 기반 솔루션 수요 확대를 근거로 2026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해 주가가 급등했다.
이번 주 중 로우스(LOW)·월마트(WMT)·타깃(TGT) 등 대형 유통업체와 바이두(BIDU)·워크데이(WDAY)·아날로그 디바이시스(ADI)의 실적도 예정돼 있어 미국 소비경기 행보를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 국제 유가 동향
브렌트유 10월물은 3시46분(동부) 기준 배럴당 65.92달러로 1%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61.92달러로 1.2% 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기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날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보좌관이 “인도가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행태가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로 1%가량 반등한 바 있다.
• 용어 설명
잭슨홀 심포지엄은 연준 캔자스시티지점이 1978년부터 주최해 온 고위급 경제 컨퍼런스다. 와이오밍주 로키산맥 자락의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려 이름이 붙었다. 글로벌 중앙은행 총재·경제학자·재무장관 등이 한자리에 모여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며, 이 자리의 연설 내용은 금융시장이 ‘연준의 향후 행보’를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활용한다.
스톡 로테이션은 특정 업종·자산군에 집중되었던 투자자금이 다른 업종·자산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장기간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중·소형 경기민감주로 이동하면 대형 기술주는 하락하고 다른 종목군은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처럼 금리·경기·지정학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시장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주목하며 ‘9월 금리인하 여부’와 ‘AI 버블 논란 속 기술주 방향성’을 가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로테이션 추세와 개별 실적 발표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