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방준비은행(이하 뉴욕 연은)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소비자기대조사(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에서 장기(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2.9%로 집계돼 전달의 2.6%에서 상승했다. 이는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3.0%에서 3.1%로 높아졌고,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3%로 변동이 없었다. 단기간 주춤하던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이 통화 당국의 정책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 연은은 “상·하위 소득 계층 모두 장기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으며, 이는 최근 관세 인상과 공급망 불안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전역 가구를 대상으로 월간 실시되며, 물가·임금·주택 가격·신용환경 등 광범위한 항목에 대한 기대치를 파악한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배경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대규모 관세 부과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관세(타리프·Tariff)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부 생필품·중간재 가격이 이미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기대 인플레이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연준 내부 위원들은 “관세 효과가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반면, 다수 위원은 “관세 조정이 단계적·비선형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지속적·구조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노동·신용 지표도 혼조
물가 전망 외에 가계 재무 건전성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현재 재무 상태와 1년 뒤 재무 상태 모두 전월 대비 ‘개선’을 선택한 비중이 늘었다. 주택 가격은 향후 1년간 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시장에선 긍정·부정 신호가 교차했다. 1년 뒤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1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가 고용 불안 심리가 완화됐으나, 임금 상승 기대는 소폭 둔화됐다. 신용환경 측면에선 ‘현재 대출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됐지만, 1년 후엔 대출이 쉬워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증가했다.
전문가 시각: “2% 목표 방어, 연준 딜레마 커져”
시카고대 대니얼 설리번 교수거시경제학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2.9%로 올라서면 연준이 명목 2% 목표를 방어하기 위해 긴축적 스탠스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고용지표가 아직 견조한 만큼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고,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난도가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인플레이션 갭(inflation gap)의 방향성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PCE 물가 상승률은 6월 기준 2.6%로, 3개월 연속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 여기에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오르면 “실물·심리 지표가 동시에 목표치를 상회”하는 구간에 진입하게 돼 정책 대응 시나리오가 복잡해진다.
용어 해설
Tariff(관세)란 해외 상품 수입 시 부과하는 세금으로, 해당 상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단기적으론 세수 확보와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론 소비자 부담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은 경제주체가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를 뜻한다. 실제 물가와 달리 심리·채권금리·임금 협상 등 다양한 경로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돼야만 장기 평균 2% 물가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향후 전망·시사점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인플레이션’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병목효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3% 안팎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점도표를 통해 중립금리 수준과 장기 물가 전망을 재조정할 수 있다. 시장은 “최대 25bp 추가 금리 인상”과 “긴 호흡의 동결” 시나리오를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 국채 장단기 스프레드, 인플레이션 연동채(BEI) 등 실시간 물가·금리 지표가 연준 결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라면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를 때 달러 강세·유가 반등·원자재 ETF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KOSPI 대형 수출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부담, 원·달러 환율 변동성 증폭에 대비한 헤지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은 향후 관세 정책 철회 여부, 글로벌 수요 회복 속도, 연준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세 축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