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이자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사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가 2025년 2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및 기회 포착을 위해 파생상품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조정 EPS를 동시에 달성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ICE는 4~6월 분기 동안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25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81달러를 기록해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1.77달러)를 상회했다.
거래소 산업은 일반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호황을 누린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조정하거나 헤지(위험 회피) 거래를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복합적인 변수는 향후 가격 변동성을 높이며 리스크 관리 수요에 불을 지폈다.
주요 사업부문별 실적
ICE가 공개한 세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에너지 부문 평균 일일거래량(ADV)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동일 기간 금리·금융 파생상품 ADV는 30% 급증했으며, 전체 ADV는 전년보다 26% 늘어나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에너지 부문 매출은 5억9,500만 달러로 27% 뛰었으며, 이는 LNG(액화천연가스)·원유·정제제품 등 주요 상품 선물·옵션 수요가 고르게 증가한 결과다. ICE 경영진은 “
관세 협상 및 무역 논의가 마무리되면서 미국産 에너지 구매를 포함한 장기계약이 늘어날 것
”이라며 천연가스·전력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CEO 제프 스프레처(Jeff Sprecher)는 컨퍼런스콜에서 “7월 들어서도 에너지·금리 파생상품 거래가 여전히 견조하다”며 3분기 초반 흐름을 소개했다. 이어 “연간 교환·파생상품 관련 반복성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기존 ‘한 자릿수 초반’에서 4~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변동성 지수(VIX)란?
기사에서 언급된 변동성 지수(Volatility Index, 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산출하는 지표로, 미국 S&P500 지수 옵션 가격을 활용해 향후 30일간 시장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 불안 심리를 수치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공포 지수’라고 불리며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된다. 이번 분기 초 VIX는 4월 중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무역 협상 기대감으로 완화됐다.
IPO 시장 회복세가 상장 수수료 수익 견인
2분기 동안 미국 IPO(기업공개) 시장은 4월 잠시 주춤한 뒤, 5~6월에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스프레처 CEO는 “2025년 상반기 NYSE IPO 금액이 약 90억 달러였고, 7월에도 45억 달러가 추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신규 상장사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과 LNG 생산 기업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이 포함됐으며,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가 12억 달러 규모 IPO를 통해 7월 31일(현지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덕분에 ICE의 상장(리스팅)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소폭 증가했다. IPO 거래 재개로 인한 상장 수수료 확대가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수·합병(M&A) 및 데이터 사업 강화 움직임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ICE는 항상 전략적 인수 기회를 모색하지만, 현재 시장에 떠도는 M&A 루머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ICE가 에너지 데이터·분석 기업 엔버러스(Enverus) 인수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금융·상품 시장 전반에서 데이터·애널리틱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CE가 거래소 운영뿐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망 및 기자 해설
ICE는 글로벌 교역 재편과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리면서 천연가스·전력 파생상품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자 관점에서 보면, ① 미·중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산 LNG 비중 확대가 예상되고, ② 유럽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축소 노력 역시 ICE 거래량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연준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리·국채 파생상품 ADV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ICE의 반복성 매출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데이터·분석·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통한 추가 수익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동성 둔화 국면 진입 시 파생상품 거래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경쟁 거래소·핀테크 플랫폼과의 수수료 경쟁 심화는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요약하면, ICE는 거래소·데이터 사업의 이중 모멘텀을 통해 변동성이 완화되더라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M&A 전략과 IPO 시장 동향이 주가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