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빈 뉴섬(Gavin Newsom)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 제시한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합의 제안을 두고 “역겨운 정치적 공갈”이라 규정하며 주 정부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UCLA가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반(反)유대주의가 확산됐다는 이유로 연방 연구‧의료 자금 5억8,400만 달러를 동결했다. 이어 학교 측에 10억 달러를 납부하면 동결을 해제하겠다는 조건부 합의안을 전달했다.
◇ UCLA 기금 동결과 ‘몸값’ 요구
UCLA가 속한 캘리포니아대학교(UC) 시스템은 “합의안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하면 공공대학 재정이 완전히 붕괴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대학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방치한다면 연방 지원금을 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뉴섬 주지사 측은 X(옛 트위터) 계정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최고의 공립대 시스템을 무릎 꿇리기 위해 법무부(DoJ)를 무기화했다”
며 “캘리포니아는 이같은 ‘1억 달러짜리 정치적 셰이크다운(shakedown)’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용어 해설
• DOJ(Department of Justice)는 연방 법무부를 뜻하며, 연방 법 집행을 책임지는 행정부 기관이다.
•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는 ‘돈을 내면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부정 청탁 또는 거래 관행을 의미한다.
◇ ‘반유대주의’ vs ‘표현의 자유’ 공방
연방 정부는 UCLA 등 여러 대학이 친팔레스타인 시위 과정에서 유대인 및 이스라엘계 학생에 대한 차별을 방관, 민권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전쟁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호도한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자유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중동 지역 분쟁 이후 미국 내 반유대주의·반아랍 정서, 이슬람 공포증이 동시에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슬람 혐오 조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 UCLA 시위, 손배소 및 최근 합의 사례
UCLA에서는 2024년 친팔레스타인 농성장에 대한 폭력적 공격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 파장을 일으켰다. 학교 측은 2025년 8월 초 해당 사건과 관련된 학생‧교수 일부에게 61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콜롬비아대(2억2,000만 달러)와 브라운대(5,000만 달러)도 연방 정부와 각각 합의에 이르렀고, 하버드대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다.
UC 이사회는 “연방 기금 5억 달러 이상이 동결된 상태에서 10억 달러까지 부담한다면, 연구와 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망과 파장
법조계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특정 대학에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 수정 1조(언론·표현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면서 소송전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유대인 학생 보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공립대학의 연구·의료 혁신을 볼모로 잡아 정적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주 정부·의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관계자는 “학생과 연구진의 권익 보호, 그리고 다양성·포용성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연방 정부와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