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 슈브뢰(Kepler Cheuvreux)는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데 실패한 사건을 두고,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큰 기회를 놓친 결과”라고 평가했다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임상 실패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주가 급락 폭은 알츠하이머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있던 수준을 감안하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2025년 11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에번스(David Evans)를 포함한 케플러 슈브뢰 애널리스트들은 고객 노트에서 그간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 치료 잠재력에 대해 “임상이 성공할 경우 이론적으로 막대한 업사이드가 있으며, 시장의 기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는 견해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명백히 높은 불확실성과 판독(readout) 위험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리는 본 건을 양호한 위험 대비 보상(risk/reward)으로 보았다. 다만 이번 결과는 분명한 부정적이었다.”
이와 같은 분석은, 기대치가 낮은 상태에서 성공 시 비대칭적 상방이 가능하다는 ‘옵셔널리티’ 관점에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에게 이번 결과가 타격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월요일 장에서 나타난 노보 노르디스크 주가의 급락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가치가 지금까지 주가에 반영돼 온 수준과 비교할 때 “크게 과도”했다고 짚었다. 케플러 슈브뢰는 “알츠하이머 관련 자산이 노보 주가에서 차지해 온 몫은 단 한 번도 5%를 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실패를 반영한 컨센서스 실적 전망치의 하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상 경과와 시장 파장
이번 평가는 노보 노르디스크가 세마글루타이드의 이전 버전을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을 종료하면서 나왔다. 회사는 수천 명의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인지 기능 저하(cognitive decline)를 유의미하게 늦추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임상은 체중 감량을 넘어 GLP-1 계열 약물의 적응증을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신호등으로 주목돼 왔다.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세마글루타이드는 이 경로를 표적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최근 비만·당뇨 치료에서 강력한 효능을 보이며 시장을 재편해 왔지만,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에서의 임상적 유효성은 아직 초기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과학적 가설에 도전장을 던지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셈이다.
주가 영향과 밸류에이션 관점
케플러 슈브뢰는 “월요일 주가 하락 폭은 노보 밸류에이션에서 알츠하이머 자산에 배정돼 온 가치에 비해 지나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약물이 노보 주가에서 차지해 온 비중은 5%를 넘은 적이 없다. 이번 실패로 인한 실적 컨센서스 조정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가 이미 상당 부분 이뤄져 있었음을 시사하며, 투자자들이 감정적 매도 대신 사실 기반 재평가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노보 노르디스크는 비만과 당뇨라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성장 분절에서 오젠픽(Ozempic)과 위고비(Wegovy)로 경쟁우위를 구축해 왔다. 다만 경쟁 심화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새로운 적응증 확장이 중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알츠하이머 임상 실패는 장기 성장 스토리의 한 축을 약화시킨다. 그럼에도 알츠하이머 기대치가 주가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실적 추정치의 구조적 하향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음 촉매: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알약 위고비”
케플러 슈브뢰는 투자자들이 다음 핵심 촉매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체중감량용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애널리스트들이 “Wegovy in a Pill”, 곧 “알약 형태의 위고비”라 부름)의 잠재적 승인과 이후 출시가 2025년 말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출시 모멘텀은 컨센서스가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최근 극도로 위축된 시장 심리를 반전시킬 수 있는 노보의 가장 중요한 단기 기회다.”
경구 제형은 주사제 대비 투약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처방 채택률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복약의 간편함, 효능·안전성 프로파일, 공급 역량, 보험·급여 환경 등이 확산 속도를 좌우한다. 이러한 변수들은 회사의 ‘톱라인 성장’과 함께 마진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케플러 슈브뢰의 평가는, 제품 포트폴리오 내 채널 믹스 변화가 밸류에이션의 핵심 동인이 될 수 있음을 함축한다.
용어 설명과 맥락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에 결합해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이는 기전을 갖는 약물로, 당뇨·비만 치료에 널리 쓰인다. 인지 기능 저하는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 능력이 시간에 따라 악화되는 현상을 말하며, 알츠하이머병 진행의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이번 임상은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수천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를 통해 유효성 신호를 탐색했지만,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낮은 선반영과 높은 잠재 상방의 조합은 투자 심리 개선의 촉매가 되기 마련이나, 이번 사례는 ‘가설 검증 실패’로 귀결됐다. 반면, 케플러 슈브뢰가 강조한 것처럼 주가 반응이 본질가치 훼손을 넘어서 과도했다면, 펀더멘털 대비 가격 괴리가 단기 변동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는 향후 데이터·규제 촉매가 등장할 때, 주가 민감도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
정리하면, 노보 노르디스크의 알츠하이머 임상 실패는 투자심리 전환에 있어 “놓친 기회”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파이프라인이 역사적으로 주가 기여도가 5%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 컨센서스 하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의 미국 승인 및 출시라는 가시적 촉매가 2025년 말까지 대기하고 있으며, 케플러 슈브뢰는 이를 “컨센서스가 과소평가한, 심리 반전의 핵심 카드”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건은 과학적 검증의 엄격함과 밸류에이션의 현실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데이터 중심 접근과 리스크 대비 보상 재점검에 나설 필요성을 재확인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