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 2분기 매출 18% 증가… CEO 교체·실적 경고 여파로 시장가치 급락

코펜하겐발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YSE:NVO)가 2025년 2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준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애초 금융시장 컨센서스를 다소 밑도는 수치로, 최근의 대규모 실적 경고와 최고경영자(CEO) 교체 결정으로 촉발된 투자심리 악화를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블록버스터 체중 감량 주사제 ‘웨고비(Wegovy)’의 호조로 한때 시가총액이 약 6,500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유럽 최정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수 주 사이 약 95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가 증발했다. 현 시점 시가총액은 약 2,120억 달러로 축소됐다.

회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연간 가이던스를 재확인하며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 내놓은 2025년 매출 전망 하향 조정과 대조적이다. 당시 노보 노디스크는 시장 확대 속도 둔화·경쟁 심화·제조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며 장기 로드맵을 재설계했고, 동시에 라스 프루어고르 칼센 요르겐센 CEO를 퇴임시키고 30년 차 내부 인사 마지아르 ‘마이크’ 도우스타르를 차기 수장으로 낙점했다.

프루어고르 칼센 요르겐센 현 CEO는 성명에서 “우리는 상업 부문의 실행력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비용 구조에서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퇴 전날까지 조직 정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우스타르 신임 CEO는 8월 7일부로 공식 취임한다. 그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NYSE:LLY)와의 체중 감량 치료제 ‘패권 경쟁’이다. 릴리는 ‘제프랜드(Zephyrand)’와 같은 차세대 GLP-1 계열 주사제 개발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이에 대해 노보 노디스크는 “복합화·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전략 로드맵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시장에서는 ‘컴파운디드 카피캣(compounded copycat)’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미국 일부 약국·조제 전문 업체가 원제 의약품의 유효성분을 개량 혼합(Compounding)해 저렴한 대안품을 생산·판매하는 형태다. 규제 여건에 따라 합법·불법 여부가 갈리는 회색지대로, 오리지널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브랜드 보호 측면에서 커다란 위협이 된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주(州) 단위 규제기관과 지속적 협의를 진행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 발언
“우리는 글로벌 생산 인프라 증설과 특정 성분 특허 연장 전략을 병행해 어느 누구도 모방약으로 시장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분간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차세대 경구형 GLP-1 후보·당뇨병 및 비만 동반질환 영역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망 제약규모의 경제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2026년 이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 시각·시장 반응

유럽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노보 노디스크의 2분기 18% 매출 성장은 표면적으로 양호하지만, 과거 30% 안팎 고성장세와 비교하면 둔화가 뚜렷하다”며 “경쟁이 본격화되는 2026년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일라이 릴리가 준비 중인 다중 기전 치료제가 상용화될 경우, ‘웨고비’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실적 발표 직후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코펜하겐 증시에서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CEO 교체 발표 직후 단기 급락을 경험한 뒤 일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장기 가이던스 신뢰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 포인트: 체중 감량제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웨고비·오젤픽(Ozempic)을 필두로 GLP-1 계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특허 만료·복제약 등장·규제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될 경우 영업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편 덴마크 정부·연기금 등 주요 장기 투자자는 “혁신 신약 개발 능력과 글로벌 공급망을 감안할 때 중장기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단기 변동성이 커진 만큼, 위험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덧붙여졌다.


용어 해설: GLP-1·컴파운디드 카피캣

GLP-1(Glucagon-Like Peptide-1) 작용제는 인슐린 분비 촉진과 포만감 증대를 통해 혈당 관리체중 감소 효과를 유도하는 주사제 혹은 경구제다. 웨고비와 오젤픽 모두 이 기전을 활용한다. 컴파운디드 카피캣은 정식 허가를 받은 완제품이 아닌, 의약품 원료를 혼합·변형해 개별 환자 맞춤 처방 형태로 판매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규제가 엄격한 한국과 달리,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선 일정 조건 하에 합법적 유통이 가능해 오리지널 제약사 매출을 잠식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조제약 시장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될 경우, 소송·규제청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향후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 흐름은 ① 웨고비 생산 증설 속도, ② 신임 CEO 리더십, ③ 경쟁사 파이프라인 진척 등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맞춰 새 경영진의 구체적 비용 절감 방안과 연구개발(R&D) 청사진이 공개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