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 희귀질환 공략 위해 오메로스와 최대 21억 달러 규모 라이선스 계약 체결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미국 시애틀 소재 바이오테크 기업 오메로스(Omeros)와 최대 21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희귀 혈액·신장 질환 치료제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것으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10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오메로스의 실험적 신약 ‘잘테니바트(zaltenibart)’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개발·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이 약물은 MASP-3 단백질을 저해하도록 설계됐으며, 체내 보체(補體·complement) 대체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면역 과활성으로 인한 세포 손상을 막는 새로운 기전을 갖는다.

계약에 따라 오메로스는 선급금 3억 4,000만 달러와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21억 달러까지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장 초반 오메로스 주가는 100% 이상 급등해 9.90달러를 기록했으며, 거래량도 평소 대비 수 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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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체 대체 경로 — 희귀질환 치료의 차세대 표적

“보체 시스템은 선천 면역계의 핵심 구성 요소로, 침입 병원체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30여 종의 혈중 단백질 복합체다.”

잘테니바트가 저해하는 MASP-3PS-MASP(Mannan-binding lectin-Associated Serine Protease) 중 하나로, 보체 대체 경로 활성화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대체 경로는 비특이적 방어선이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적혈구 파괴, 혈전 형성, 신장 모세혈관 손상 등을 일으켜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대표적 질환이 바로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이다. PNH는 면역계가 자기 적혈구를 파괴해 빈혈·혈전·신부전 등을 유발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환자 수가 적어 신약 경쟁이 비교적 덜하지만 치료제 가격은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노보 노디스크와 오메로스는 잘테니바트가 기존 C5·C3 억제제 대비 더 우수한 빈혈 개선·투여 편의성·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고 밝혔다.


거래 구조와 향후 임상 계획

오메로스는 2025년 4분기 거래 종결 이후에도 임상 3상 데이터 관리·규제 업무를 노보 노디스크와 공동 수행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PNH를 시작으로 여러 희귀 혈액·신장 질환에 대한 글로벌 임상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임상 현황은 다음과 같다:*

PNH 3상 — 2025년 상반기 본격 환자 모집
• 면역 글로불린 A 신장병(IgA Nephropathy) 탐색적 2상 준비
•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C3 사구체병(C3G) 전임상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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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발표 자료 기준


오메로스의 파이프라인 다각화 전략

오메로스는 잘테니바트 외에도 나르소플리맙(narsoplimab)의 승인을 올 4분기 내 목표로 하고 있다. 나르소플리맙은 조혈모세포 이식 후 합병증인 이식 관련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A-TMA) 치료제로,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 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이번 계약에도 불구하고, 오메로스는 잘테니바트와 직접 관련 없는 MASP-3 저해제의 소분자화(preclinical) 프로그램에 대해 일정 권리를 유지한다. 즉, 표적은 같지만 제형·적응증이 다른 후보물질을 향후 자체 개발하거나 제3자와 공동 연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노보 노디스크의 장기 성장 포트폴리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비만 치료제에서 세계 1위지만, 희귀질환 영역에서도 공격적인 M&A와 라이선싱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2023년 레오 파마(LEO Pharma) 희귀 피부질환 프로그램을, 2024년 다이치산쿄(Daiichi Sankyo) 항체-약물 복합체(ADC) 일부 권리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 거래는 ‘희귀 혈액질환 포트폴리오’의 시작점이라는 평가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PN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6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잘테니바트가 성공적으로 승인된다면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러한 판단은 ‘투여 횟수 감소·표적 선택성·약가 경쟁력’ 등 차별화된 장점에서 비롯된다.


전문가 해설 & 전망

분석가들은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비만 중심의 매출 편중을 완화하고, 고수익·고성장 영역인 희귀질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계약금 규모(3억 4,000만 달러) 역시 사례 대비 상위권에 해당해, 회사가 잘테니바트의 임상 성공 확률과 시장성을 높게 평가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다. 알렉시온·애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솔리스티즈(Solistop)은 1차 치료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로슈(Roche)·앱비(AbbVie) 등도 보체 억제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임상 디자인, 투약 편의성, 안전성 및 약가 정책이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환자·의료계 입장에서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제약사 간 경쟁이 의약품 가격 및 급여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규제 당국 역시 ‘희귀질환 우선 심사·신속 승인’ 제도를 적극 활용하되, 안전성 검증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ASP-3 Mechanism Illustration


이번 라이선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노보 노디스크는 2025년 4분기부터 잘테니바트 글로벌 임상을 주도하게 된다. 성공적인 상업화가 이뤄질 경우, 양사는 희귀질환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