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화이자(Pfizer)가 인수를 추진하던 미국 비만 신약 개발사 메트세라(Metsera)를 대상으로 약 90억 달러 규모의 ‘기습 인수 제안(패키지 딜)’을 단행했다. 이는 기존 화이자 측 협상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조치로, 새 최고경영자(CEO)와 새 이사진 체제 아래에서 기업 전략이 한층 공격적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비만 치료제 시장 재탈환을 목표로 하는 노보 노디스크가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나왔다. 글로벌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은 1,500억 달러(약 202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선점하려는 ‘총성 없는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 기존 리더십 교체와 주주 압박
노보 노디스크는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Ozempic)의 개발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라이 릴리의 경쟁 약물 제프바운드(Zepbound)와 마운자로(Mounjaro)가 임상 효능 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시장 주도권이 이동했다.
“우리는 경영진에게 더 공격적이고 야심찬 전략을 요구해 왔다”(미카엘 바크, 덴마크 개인투자자협회 회장)
지난주, 노보 노디스크의 최대 주주인 노보 노디스크 재단 측이 이사회 장악력을 높인 이후 이러한 기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 인수 배경과 시장 판도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 새 CEO 마이크 더우스타르(Mike Doustdar)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전 CEO 라스 레비엔 쇠렌센(Lars Rebien Sorensen)은 “속도전을 통해 경쟁 우위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메트세라 인수 제안은 지난달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를 최대 50억 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밝힌 데 이은 한 달 새 두 번째 대형 M&A다.
■ 화이자 맞대응 가능성 및 협상 구도
화이자는 9월 메트세라 인수를 공식화했으나, 노보 노디스크의 상향 제안으로 협상 결렬 위험에 직면했다. 업계 전문가는 “화이자가 가격을 재상향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본 거래가 확정되려면 메트세라 이사회 및 규제기관 승인이 필수다
■ 주가 반응
코펜하겐 증시에서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소식 직후 3% 하락했으며, 반대로 메트세라 주가는 20% 이상 급등했다. 벨뷰자산운용의 폴 메이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대담한(daring)’ 제안은 노보 노디스크가 내부 파이프라인 약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 주요 용어 설명
- GLP-1 수용체 작용제: 위고비·오젬픽·마운자로 등 비만·당뇨 치료제의 기전인 포만감 유도 호르몬 기반 약물군이다.
- 파이프라인: 제약사가 임상 또는 연구 단계에 보유한 후보 물질 목록을 의미한다.
- 듀오폴리 시장: 소수(2개) 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한 형태로, 현재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이에 해당한다.
■ 덴마크 투자자·분석가 시각
덴마크 헬스케어 투자펀드 ‘Global Health Invest’의 클라우스 헨리크 요한센 CEO는 “쇠렌센 의장 체제에서 새로운 승부 근성이 느껴진다”며 “화이자를 제치려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반면, Jyske Bank의 애널리스트 헨리크 라우스트센은 “가격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쟁사 견제를 통한 전략적 가치는 크다”고 진단했다.
■ 규제·정치적 변수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GLP-1 약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쇠렌센 의장은 “정부와 적극적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업계는 연구·생산 설비에 대한 대규모 선행 투자가 특허 만료 시점을 감안할 때 ‘공격적 M&A’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 전문가 통찰
비만 치료 시장은 생활습관병 증가·고령화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규제완화 및 보험 적용 범위 확대가 맞물려 장기 성장성이 높다. 필자는 노보 노디스크가 내부 파이프라인 한계를 외부 기술 확보로 보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했다고 판단한다. 다만 인수 가격이 이미 높게 형성돼 있어, 향후 수익성을 담보하려면 임상 성공 확률 제고와 생산 원가 절감이 필수적이다.
“성장 유지 위해선 리스크 감수가 불가피하다” (토마스 베어트 헨릭센, 덴마크 일간지 ‘Berlingske’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이번 딜 성사 여부에 따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지형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듀오폴리 구도’가 단기간 유지될지, 혹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부상할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 향후 관전 포인트
- 화이자의 재제안 또는 법적 공방 가능성
- 규제기관 승인 과정에서의 조건 및 일정
- 노보 노디스크·일라이 릴리 간 임상 데이터 경쟁 추이
- 미국 정부의 약가 정책 변화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