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LONDON (Reuters) —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메트세라(Metsera)를 약 1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뉴욕에 본사를 둔 이 글로벌 제약사와 덴마크의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 간 치열했던 바이오텍 인수전이 막을 내렸다고 보도됐다. 이 인수는 최근 급성장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이 됐다는 평가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메트세라는 금요일 늦은 밤 화이자의 상향 제안을 수용했으며,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은 미국 반독점(antitrust)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배제됐다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는 토요일 성명을 통해 인수전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사는 11월 8일자 보도를 본문 수정 없이 반복 게재한 것이라고 원문은 명기하고 있다.) 이번 결과로 화이자는 수익성이 큰 비만 치료제 시장으로 진입할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메트세라의 후보물질이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 실적 반영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경쟁사 엘리 릴리(Eli Lilly)에 빼앗긴 우위를 만회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바이오텍 인수전의 급반전
화이자는 9월에 사실상 우선협상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였으나,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주 기습적으로 조건 없는(unsolicited) 제안을 내놓으며 판세가 급변했다. 감량 치료제 자산을 둘러싼 이 경쟁은 화이자가 과거 사내 개발 실패를 만회하고 비만 치료 포트폴리오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메트세라는 성명에서 화이자의 최종 제안이 주당 86.25달러 현금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요일 종가 대비 3.69%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현금 65.60달러와, 조건부 가치권(CVR)에 해당하는 최대 현금 20.65달러가 포함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토요일, 추가 인상 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경쟁적인 절차를 거쳐 면밀히 검토한 결과, 노보 노디스크는 메트세라 인수를 위한 제안을 추가로 상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노보 노디스크 성명
노보 노디스크는 또한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자체적으로 진전시키고 있으며, 사업 개발 및 인수 기회를 계속 모색해 전략적 목표 달성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노보 노디스크의 마지막 불발 제안이 메트세라의 ‘최대 가치’에 해당했다고 전하면서, 이번 거래는 노보에 “사활을 건 딜”은 아니었고 ‘볼트온 인수’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적·규제 리스크가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
인수전이 격화되며 메트세라 주가는 지난주 급등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 직전부터 금요일 종가까지 약 60% 상승해, 시가총액 87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한때는 노보 노디스크가 우위를 점한 듯 보이기도 했다. 노보는 엘리 릴리에 내준 비만 치료제 분야의 예전 우위를 되찾으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메트세라는 금요일 성명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제안이 화이자와의 합병안보다 “법적·규제 리스크가 용납하기 어려울 만큼 높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노보와의 거래 리스크를 논의하기 위해 연락해 왔다는 점을 거론했다. FTC는 이번 주 초 노보와 메트세라에 서한을 보내, 양사 간 거래가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공식 성명에서 자사 제안의 구조가 “반독점법을 준수한다”고 반박했다
화이자는 별도 성명에서 메트세라와 개정 합의에 도달해 기쁘다며, 11월 13일로 예정된 메트세라 주주총회 직후에 신속히 합병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왕좌의 게임”을 방불케 한 인수전과 가격 논쟁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코트니 브린(Courtney Breen)은 100억 달러라는 가격이 메트세라 향후 실적에 대한 낙관 가정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브린은 화이자가 2040년까지 110억 달러 매출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는 메트세라의 현행 전망치의 거의 두 배라고 평가했다. 또한 GLP-1 계열 치료제의 장기 가격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점을 들어, 마진 압박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트세라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개정된 화이자 제안 승인을 권고했다. 메트세라는 현재 적자 상태이며, 후보물질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한편, 화이자와 노보의 경쟁은 9월 화이자의 73억 달러 제안에서 시작해 현재의 100억 달러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화이자 전 R&D 수장 존 라마티나(John LaMattina)는 로이터에, 2000년 화이자가 워너-램버트를 900억 달러에 적대적 인수해 콜레스테롤 치료제 ‘리피토’를 확보하려 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 규모는 더 작지만, 화이자는 메트세라의 파이프라인이 자사의 미래에 핵심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존 라마티나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메트세라 지배권을 둘러싼 이번 경쟁이 이례적으로 치열했다고 평가한다. 메트세라의 초기 단계 비만 치료제는 아직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차기 10년대 초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1,5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하며, 메트세라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이건 ‘왕좌의 게임’ 급의 승부다.” — 피터 콜친스키, RA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메트세라 상위 20대 주주), 최종 입찰 수락 전 발언
메트세라의 실험적 비만 치료제로는 GLP-1 주사제인 MET-097i와, 췌장 호르몬 아밀린을 모방하는 MET-233i가 있다. 리어링크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라이징어는 두 후보물질의 합산 매출 피크가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 설명: GLP-1, 아밀린, CVR는 무엇인가
GLP-1은 인크레틴으로 알려진 호르몬 계열에 속하며, 식욕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경로를 표적하는 약물은 체중 관리와 대사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위 배출 지연과 포만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모방하는 치료제는 GLP-1과의 병용 잠재력으로 주목받아 왔다
CVR(Contingent Value Right, 조건부 가치권)은 특정 마일스톤 달성 등 조건 충족 시에만 추가 대가가 지급되는 권리를 뜻한다. 이번 거래에서 화이자의 제안은 기본 현금(주당 65.60달러)에 더해, 정해진 조건이 충족될 경우 최대 20.65달러의 추가 현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는 규제 승인이나 개발 성공의 불확실성을 가격 구조로 분산하려는 인수·합병에서 흔히 쓰이는 장치다
기자 노트: 이번 딜의 의미와 관전 포인트
분석 — 이번 100억 달러 합의는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에서 전략적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FTC의 견제가 노보 노디스크 제안을 위축시켰다는 점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실제 거래 성사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GLP-1 장기 가격에 대한 회의론과 마진 압박 가능성은 밸류에이션 리스크로 남는다. 화이자가 제시한 CVR 구조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해 대금 일부를 조건부로 전환한 점에서 합리적다. 궁극적으로는 메트세라의 임상 성과와 규제 로드맵이 딜의 경제성을 판가름할 관건이 될 것이다
By 리샤브 자이스월, 사브리나 발레, 매기 픽 | 출처: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