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체중 감량 주사제 ‘웨고비(Wegovy)’의 저가 복제(compounded) 판매를 둘러싼 미국 내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며 지식재산권 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텔레헬스 플랫폼 힘스앤허즈(Hims & Hers, 이하 힘스)의 이름은 아직 피소 명단에서 빠져 있어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주에만 미국 전역 14개 소규모 약국·텔레헬스 업체·체중 감량 클리닉을 추가로 고소했다. 이로써 노보 노디스크가 제기한 소송은 40개 주, 130건을 넘어섰다. 회사 대변인은 “추가 법적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힘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 6월 힘스와의 직접 판매 제휴를 돌연 종료하면서 “힘스가 지식재산권 침해와 환자 안전 위협 우려를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곧바로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 제소가 이뤄지지 않아 ‘침묵 전략’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컴파운딩(compounding)’이란 무엇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공급 부족(shortage) 상황에 한해 약국이 유효성분을 직접 조합해 맞춤형 복제약(compounded drug)을 제조·판매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를 ‘컴파운딩’이라 부르며, 산업적으로는 대량제조(mass production)가 아닌 환자 개인별 처방 범위에서만 합법이다. FDA는 2024년 5월 22일부로 “웨고비의 대규모 컴파운딩 제조 중단”을 최후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힘스는 “노보 노디스크가 공급하지 않는 비표준 용량을 맞춤 조제해 환자별 최적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힘스 측 대변인은 “의료진과 환자가 플랫폼 내에서 임상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것이 미래 의료”라고 강조했다.
시장·투자자 반응
“노보가 소송 수위를 높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힘스 제소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의아해한다.” — 에밀리 필드,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바클레이즈(Barclays)의 에밀리 필드 애널리스트는 “소송 강도를 보면 노보가 힘스와도 법정 공방을 준비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TD 코웬(TD Cowen)의 마이클 네델코비치 애널리스트는 “컴파운딩 법령은 애매모호해 최종 해석은 결국 법원이 내릴 것”이라며 장기전을 전망했다.
법적 쟁점 — ‘그림자 속 협상’
UC 로스쿨 샌프란시스코의 로빈 펠드먼 교수는 “기업은 종종 소규모 업체를 상대로 ‘경고 사격’을 실시해 대형 경쟁사를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는 법의 그림자 속에서 전개된다.”는 그의 분석대로, 노보가 군소 업체를 우선 겨냥해 판례를 축적한 뒤 힘스를 상대로 유리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허 소송 전문 로펌 Kroub, Silbersher & Kolmykov의 개스턴 크라우브 파트너도 “지금은 ‘헤비급 챔피언십’을 앞둔 스파링 단계”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보가 군소 업체와의 소송에서 법원 해석을 끌어내 힘스와의 분쟁에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식재산권 변호사 조시 거번은 “노보와 힘스가 과거 판매 제휴를 맺었던 사실은 향후 소송에서 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계약 관계가 있었다면 노보 측 주장의 정당성을 법원이 더 엄격히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① 환자 안전 리스크
웨고비는 체중·대사 조절을 위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로, 오프라벨·복합 조제 시 부작용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FDA의 공급 부족 예외조항이 사라진 지금, 규제 불확실성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② 비즈니스 모델 영향
텔레헬스 기업들은 약가 인하·접근성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소송 리스크가 커지면 판매 중단→매출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힘스의 경우 주당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③ 업계 파급효과
노보 노디스크와 동종 약물을 보유한 릴리(Eli Lilly) 등 경쟁사도 유사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대형 제약사 vs 텔레헬스·컴파운드 약국 구도가 업계 전반의 규제·법무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결론
노보 노디스크는 웨고비 복제 논란에서 법적·상업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송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가장 영향력이 큰 파트너 출신 힘스를 아직 직접 제소하지 않은 전략적 공백이 시장에 의문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업체로 전선을 넓혀 법원의 가이드라인을 선점하는 것이 노보의 장기 포석”이라면서도, 힘스와의 관계를 고려한 합의 가능성 또한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