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의 장기 베팅과 체중감량 약의 과학적 가능성, 그러나 시장은 인내심을 잃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체중감량 효과를 가진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오젬픽·웨고비)와 관련해 장기적인 연구와 적응증(적응증: 특정 질환에 약물이 사용되는 공식 허가 범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빠른 성과를 요구하면서 지난 18개월간 이 회사 주가에 큰 압박을 가했다.

Obesity pill race

2025년 12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주가 급락과 이에 따른 경영진 교체라는 회사 역사상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선도적으로 개발한 GLP-1 계열 약물의 임상·상업적 성과를 통해 기대했던 재무적 이익을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등을 돌렸다. 반면 의학·과학계는 해당 약물의 추가적 잠재력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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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원래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를 위해 개발된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다. 그러나 약물이 식욕 억제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 의사들이 오프라벨(off-label)로 대규모 처방했고, 현재는 비만 치료 적응증을 확보해 노보노디스크에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원을 제공하고 있다.

관련 허가와 적응증 확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8월 웨고비(Wegovy)에 대해 간질환(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을 치료하는 적응증을 승인하면서

“Wegovy promotes weight loss and potentially other mechanisms not fully understood.”

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세마글루타이드는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의 심혈관계 질환자에서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용도로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당뇨병 환자의 만성 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치료에도 허가를 받았다(당뇨 환자 만성 신장질환 관련 승인 언급은 2025년 1월 보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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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약물과 적응증 확대 사례

미국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제품명: Mounjaro·Zepbound)은 GLP-1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장 호르몬인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를 표적으로 삼는다. 이 약은 비만 성인의 중등도에서 중증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 적응증까지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Novo Nordisk CEO interview

GLP-1 계열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 중독성 행동

관찰 연구들은 GLP-1 계열 약물이 식욕뿐 아니라 알코올·담배·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갈망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한다. 이는 보상 회로(reward pathway)에서 도파민 신호를 변화시켜 유혹에 직면했을 때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알츠하이머스 약물발견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의 집행이사 로라 니센바움(Laura Nisenbaum)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뇌 기능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잠재력을 이해하려는 관심이 있다.”

며, 뇌의 염증과 에너지 사용 양상이 정상 인지 기능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이 기분·행동·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경계·정신신경학적 적응증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연구 근거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가 과식 충동, 음주, 니코틴 중독, 오락적 약물 사용, 통제 불능의 쇼핑 행동을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소비 억제(anticonsumption)” 약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주리대 및 세인트루크스 연구팀의 연구가 제시했다. 또한 소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저용량 세마글루타이드가 9주간의 치료에서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음주량과 갈망을 유의하게 줄였다는 결과가 보고돼, 관련 적응증을 위한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 정당성을 부여했다.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의 ‘부분적’ 실망

그러나 2025년 11월 발표된 노보노디스크의 2년간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결과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후기 단계 임상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저하를 늦출 수 있는지를 평가했으나, 주요 목표(주요 유효성 지표)를 달성하지 못해 회사는 1년 연장에 해당하는 후속 연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임상결과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가운데,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완전한 실패로 보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신경정신의학부 부교수 이반 코이체프(Ivan Koychev)

“해당 인구집단에서는 약물이 부정적 결과를 보인 것”

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 측정에서는 알츠하이머 관련 단백질들이 줄어드는 등 약물이 질병 관련 단백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징후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신 염증 표지자의 감소도 관찰돼, 질병 초기 단계에 이 항염증 효과를 적용하면 치매 위험을 상당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용어 설명: GLP-1·GIP·오프라벨·바이오마커

여러 전문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면,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장 호르몬 계열을 말한다. GIP는 GLP-1과 함께 작용하는 또 다른 장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 오프라벨(off-label)은 의약품이 허가된 적응증 외에 의사의 판단으로 투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오마커(biomarker)는 질병의 존재·진행 또는 치료 반응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생물학적 지표이다.


시장의 반응: ‘과학의 장기전’과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투자자

과학계의 가능성 제기는 계속되지만, 투자자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노보노디스크를 외면해왔다. 코펜하겐 증시 상장 이후 최대의 연간 낙폭을 기록하며 올해(연초 대비) 주가가 50% 하락했고, 한때 2024년 중반 1,000 덴마크 크로네를 상회하던 주가는 현재 약 320 크로네 수준으로 거래된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미국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맹추격, 저가 복제약을 만드는 컴파운딩(compounding) 약국들의 등장, 그리고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만료(2031년 및 2032년 예정)라는 구조적 요인이 꼽힌다. 제프리스(Jefferies) 분석가들은 11월 말 노보노디스크가 향후 5년 이내 특허 만료 구간에 진입하면서 실질적 ‘해자(moat)’가 사라진다고 지적하며 Underperform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미국 행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과 높은 수입 관세 위협은 노보노디스크뿐 아니라 유럽 제약사 전반에 걸쳐 추가적인 역풍으로 작용했다.

다만 골드만삭스의 제임스 퀴글리(James Quigley) 이끄는 애널리스트팀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이들은 최근 노보노디스크에 대해 Buy 등급을 유지하면서 비록 단기 실적 추정치는 크게 조정됐지만, 비만 치료 시장의 진화 과정에서 볼륨(처방 증가) 기회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웨고비(Wegovy)·카그리세마(CagriSema)·경구용 웨고비(oral Wegovy) 등 제품군이 시간이 지나며 추가적 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실제 처방 상승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시장이 이에 대해 충분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향후 경제·시장 영향 분석

노보노디스크의 사례는 제약업의 본질적 특성인 ‘장기 연구 투자’와 공개시장 투자자들의 ‘단기 성과 요구’가 충돌하는 전형적 사례다. 단기적으로는 경쟁 심화와 특허 만료가 매출과 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복제약과 컴파운딩 제품의 등장은 시장점유율 및 가격 경쟁력을 낮추어 매출 성장률 둔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적응증 확장(예: 간질환,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 만성 신장질환 등)과 경구 제형(oral Wegovy) 등 제형 다각화가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규제 당국의 추가 허가, 대규모 예방적 임상 결과(예: 알츠하이머 예방 시도) 등이 긍정적 결과를 보일 경우, 제품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하고 가격 결정력을 일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리스크(미·국내 약가 인하 정책, 수입 관세 등)와 경쟁 리스크(릴리 등의 신약·적응증 확대, 복제약 출현)를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보다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용 구조 조정, 시장별 가격 전략 최적화가 중장기적 가치 회복의 핵심 전략으로 보인다.

결론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은 비만·당뇨병 치료를 넘어서 간질환·심혈관·신장질환·중독성 행동 등 다양한 의학적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상적 유효성 입증과 적응증 확대에는 시간과 대규모 임상 근거가 필요하고, 특허 만료 및 경쟁 심화 등 상업적 리스크도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노보노디스크의 향후 성과는 과학적 성과가 상업적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장기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