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 대기업 노바티스(Novartis)가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를 예고했다. 바스 나라시만(Vas Narasimhan)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언제나 다음 ‘훌륭한 자산’을 찾아야 하며, 대형 M&A는 절대 끝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 2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제네릭(복제약) 경쟁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최근 1년간 35곳이 넘는 회사를 사들였다. 특히 10월 26일에는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Avidity Biosciences를 약 120억 달러(약 16조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Avidity의 파이프라인에는 2030년 이전 출시가 예상되는 선도 후보물질 3종이 있으며, 이 중 2개는 연매출 수십억 달러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나라시만 CEO는 “노바티스의 연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200억 달러에 근접하고 있어, 성장을 가속화할 대규모 딜을 집행할 충분한 ‘파이어파워’가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실적 — 매출 상승•순익 급증
올해 3분기 노바티스의 매출(고정환율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39억 달러로 25% 뛰었지만,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44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적 발표 직후 28일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주가는 장 초반 3.4% 하락했다. 다만 연초 이후로는 17% 상승하며 스위스 마켓 인덱스(SMI) 상승률 8%를 크게 앞질렀다.
실적 성장을 견인한 품목은 유방암 치료제 ‘키스칼리(Kisqali)’,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 백혈병 치료제 ‘스켐블릭스(Scemblix)’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케심프타(Kesimpta)’다. 네 품목은 모두 ‘두 자릿수대 고성장’을 기록했다.
CEO 직접 인용 “과학적 혁신과 기술이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이번 거래(Avidity 인수)는 노바티스 전략과 완벽히 부합한다.” — 바스 나라시만 CEO
가이던스 — 10분기 연속 상향 행진 멈춰
노바티스는 최근 10개 분기 연속으로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해 왔으며, 올해만 두 차례 전망치를 올렸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분기 역시 추가 상향을 예상했으나, 회사는 연매출 ‘한 자릿수 후반(High Single Digit)’ 성장과 조정 영업이익 ‘10%대 초반(Low Teens)’ 성장이라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 엔트레스토(Entresto), 프로막타(Promacta), 타시그나(Tasigna)는 미국 시장에서 특허 만료(LOE·Loss of Exclusivity)를 맞으며 매출에 -7%p 영향을 줬다. 또한 미국 내 가격 조정에 따른 매출 공제 요인이 -2%p로 집계됐다.
미국 약가 정책 — ‘MFN’ 협상 촉각
시장 참여자들은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과 관세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화이자(Pfizer)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미국 정부와 ‘MFN(Most Favoured Nation, 최혜국 대우) 협정’을 체결해 3년간 관세 유예를 받는 대신 미국 내 약가를 해외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MFN 협정이란 미국 내 특정 의약품 가격을 해외(주로 선진국) 평균 가격에 연동해 낮추는 제도다. 정부는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대신, 제약사는 일정 기간 관세 혜택을 얻는다. UBS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노바티스도 MFN 체결 가능성이 있다”며 2026년 이후 실적 영향을 가늠하고 있다.
나라시만 CEO는 “우리는 올 초부터 백악관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 가격이 조정되더라도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외 선진국이 혁신에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해당 국가 공공시장에 신약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가 설명 — ‘제네릭 경쟁’과 특허 만료
제네릭(Generic)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효능을 가진 복제약을 뜻한다. 오리지널 대비 가격이 낮아 환자 접근성을 높이지만, 제약사에는 매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구개발(R&D) 강화와 함께 M&A를 통해 특허 공백(Patent Cliff)을 메우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노바티스의 공격적 M&A는 대형 제약사들이 현금 여력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형적 행보”라며 “국내 기업들도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Assets)을 보유할 경우 글로벌 빅파마의 조기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 MFN 정책이 확산되면, 해외 약가 인상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둘러싼 글로벌 제약사의 협상력, 국가별 의료 재정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신약 출시 지연이나 시장 선택적 출시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CNBC 원문을 토대로 한국어로 전문 번역·가공됐으며, 모든 수치는 미국 달러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