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이터) 일본의 농림중금은행(Norinchukin Bank)이 2025 회계연도 1분기(4~6월) 동안 580억 엔(미화 약 3억9,3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4,120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과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적 개선은 금리 변동에 따른 보유 외국 국채 평가손의 일부가 회복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중금은행은 2023년 말 기준 약 3조 엔에 달하는 미실현 손실(unrealised loss)을 외국 국채 포트폴리오에서 안고 있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측은 그중 상당 부분을 실현 손실로 인식하면서 2025년 3월 종료 회계연도 전체에서는 1조8,000억 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즉, 평가손을 실제 매각·상각해 손실을 확정하면서 연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미실현 손실과 실현 손실의 차이
미실현 손실은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로 발생하는 잠정적 손실이다. 반면 실현 손실은 자산을 매도하거나 만기 보유가 어려워져 장부에 확정 반영된 손실을 뜻한다. 이번 사례처럼 금리 상승기에 장기채를 대량 보유한 금융기관은 평가손이 급증할 수 있으며, 이를 현실화할 경우 자본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농림중금은행이 주로 농·수·임업 협동조합의 자금을 예치받아 운영하는 특수은행이라는 점에서, 해외 국채 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리 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23년 중 5%대까지 치솟으면서 채권 가격이 20% 이상 하락한 것이 손실 확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환율 요인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6일 기준 달러/엔 환율은 147.55엔으로, 전년 대비 엔화가치가 상당폭 절하됐다. 달러 표시 자산을 엔화로 환산할 때 평가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해 1분기 손익 개선에 일부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향후 금리·환율 환경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자본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농림중금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이나 보유자산의 듀레이션 조정 등을 통해 금리 리스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해외 금리가 다시 한 번 급등한다면 농림중금은행뿐 아니라 해외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일본계 기관투자가 전반이 자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증권업계 관계자
농림중금은행은 현재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헤지 전략 강화로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금융당국 역시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