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핵심 인플레이션 3.1% 정체에도 기준금리 인하 전망 흔들려

[오슬로] 노르웨이의 8월 연간 핵심 소비자물가상승률(core inflation)이 전월과 같은 3.1%를 기록해 겉으로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세부 지표는 물가 압력이 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노르웨이 중앙은행(노르게스뱅크)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의문을 던졌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인베스팅닷컴 등 해외 주요 매체에 따르면, 노르웨이 통계청(SSB)이 이날 발표한 8월 데이터에서 핵심 물가상승률은 전월(3.1%)과 동일했으나, 정부의 보육료(day-care) 보조금 확대가 없었을 경우 물가가 추가로 0.4%포인트 가파르게 올랐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SSB는 성명을 통해 “지난달부터 적용된 보육료 추가 보조금이 물가 지표에 즉각적인 하방 압력을 주었다”며, 이를 제외할 경우 실질 핵심 물가는 3.5%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핵심 물가란 계절적 변동이 크고 정책 판단에 방해가 되는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뺀 물가지표로,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2.0%)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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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반응 또한 즉각적이었다. 발표 직후 노르웨이 통화인 크로네(crown)는 오전 10시 9분(그리니치표준시) 1유로당 11.61크로네로 절상돼, 발표 직전 11.66크로네 대비 강세를 보였다. 이는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높아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시장 해석이 반영된 결과다.

“전체적으로 오늘 수치는 예상보다 강했다… 이는 노르개스뱅크가 다음 주에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 핸델스방켄(Handelsbanken) 보고서 중

스웨덴계 투자은행 핸델스방켄은 고객 메모에서 “기저효과를 제거한 핵심 물가는 중앙은행 예측치(3.1%)를 크게 상회하는 3.5% 수준”이라며 “이는 인하 시그널을 주기엔 부담스러운 수치”라고 분석했다.

노르게스뱅크는 오는 9월 18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있다. 해당 기관은 2.0%의 물가안정 목표를 제시해 왔으며, 올해 6월 물가 완화 조짐을 근거로 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그 이후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고, 원유·가스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물가 압력이 재점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문가는 “노르웨이 경제는 유럽 내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며 “원유 및 가스 수입국인 이웃 국가와 달리,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내 성장과 재정수지에 긍정적이어서 통화정책 대응이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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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변수로는 중앙은행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할 분기별 지역 네트워크 보고서(regional network report)가 꼽힌다. 해당 보고서는 전국 기업 300여 곳의 경기 체감지수를 조사해 통화위원회가 선호하는 실물경제 선행지표로 평가된다.

노르웨이 최대 증권사 중 하나인 DNB 카네기는 “내일 발표될 지역 네트워크 결과가 예상보다 호조를 나타낸다면, 노르게스뱅크는 시장이 기대하는 9월 인하를 연기할 명분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 및 시사점

이번 결과는 정책 신뢰성조기 완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세계 중앙은행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가가 목표치를 꾸준히 상회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인하를 단행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다시 자극해 1970년대와 같은 2차 유가발(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면, 금리 동결 혹은 추가 인상은 이미 높은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대비 240% 선)와 주택가격 둔화를 통해 소비를 압박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북해 원유 생산에서 나오는 막대한 국부펀드(미화 1조4천억 달러 이상) 덕분에 재정 여력은 충분하지만, 민간부문이 감당해야 할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이 95%에 이른다는 점이 정책 당국의 딜레마로 지목된다.

결국 9월 통화결정은 1) 추가 경기 지표, 2) 국제 유가 흐름, 3) 크로네 환율 등 세 갈래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크로네 약세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물가를 높이는 경로가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환율 안정을 이유로 섣불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약하자면, 명목 핵심 물가는 3.1%로 안정돼 보이나, 조정치가 3.5%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은 ‘9월 인하’ 시나리오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 잔여 일정인 지역 네트워크 보고서, 그리고 18일 금통위 결과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글로벌 완화 싸이클의 속도를 어떻게 재조정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