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클라우드 보안 시장 주목]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넷스코프(Netskope)가 상장 전 투자자 관심을 끌어올리며 공모가 범위를 올렸다.
2025년 9월 1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넷스코프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주당 17~19달러로 공모가 밴드를 재조정했다. 이에 따라 최대 9억8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를 조달하고, 시가총액은 약 73억 달러(약 7조3000억 원)로 높아질 전망이다.
넷스코프는 총 4780만 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공모가 상단(19달러) 기준으로 계산한 조달 금액은 908억 달러가 아닌 9억 800만 달러다. 이는 지난주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에서 밝힌 주당 15~17달러, 65억 달러 가치 산정보다 한 단계 상향된 수치다.
회사는 8월 제출한 예비등록서에서 나스닥 시장에 “NTSK“라는 종목 코드로 데뷔하겠다고 공시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위축됐던 기술 기업들의 상장 열기가 다시 불붙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사이버보안 빅딜과 IPO 열풍
올해 테크 업계 최대 인수합병(M&A) 가운데 상당수가 사이버보안 부문에서 발생했다. 구글은 3월 이스라엘의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에 인수했고,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는 7월 아이덴티티 보안 전문기업 사이버아크(CyberArk)를 250억 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사모펀드 서머 브라보(Thoma Bravo)가 지원한 세일포인트(SailPoint) 역시 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재상장하며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았다.
주요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은 공모 시장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그마(Figma)와 서클(Circle)은 상장 직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공모가 대비 세 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규 관세 정책으로 한때 상장 계획을 보류했던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도 지난주 뉴욕 증시에 입성해 첫날 15% 급등했다. 온라인 티켓 재판매 플랫폼 스텁허브(StubHub) 역시 9월 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 넷스코프의 실적·경쟁 구도
넷스코프는 올해 상반기 1억7000만 달러(약 227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 증가세를 바탕으로 성장 스토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클라우드 액세스 보안 브로커(CASB) 및 보안 서비스 엣지(SSE) 영역에서 입지를 넓혀 왔다.
이번 IPO 서류에서 넷스코프는 주요 경쟁사로 팔로알토 네트웍스, 시스코, 브로드컴을 명시했다. 모두 방화벽·네트워크·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을 공급하는 글로벌 대형 기업으로, 플랫폼 확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사용자가 어느 위치에서 접속하든 동일한 수준의 보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용어 해설: 클라우드 액세스 보안 브로커(CASB)
‘CASB’란 기업이 사용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과 내부 네트워크 사이에 위치해, 접근 제어·데이터 암호화·위협 탐지 등을 수행하는 중간 보안 계층을 뜻한다. 최근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전문 기자 해설
넷스코프는 SASE(Secure Access Service Edge) 시장 확대의 직접적 수혜주다. 현재 SASE 구축 단계에 있는 대기업 고객에게는 다중 벤더 통합 비용과 관리 복잡성이 큰 부담인데, 넷스코프는 CASB·SWG(보안 웹 게이트웨이)·ZTNA(제로 트러스트 네트워크 액세스)를 단일 플랫폼으로 제공함으로써 해당 문제를 완화한다. 상장 이후에도 공격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이 지속된다면, 팔로알토·시스코·브로드컴이 활약해온 엔터프라이즈 보안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상반기 기준 누적 결손액이 커서 중단 없는 매출 성장과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이 관전 포인트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 국면에 들어선 만큼,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다시 높아지고는 있으나 거시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넷스코프는 나스닥 거래 개시일을 이달 말로 잠정 확정했다.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최근 사이버보안 업계 M&A 및 기술주 IPO에 대한 시장의 열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