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재너스 헨더슨 그룹이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Trian Fund Management)와 벤처투자사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로부터 총 72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2025년 10월 2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재너스 헨더슨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후 최대 규모의 M&A 시도로 평가된다. 제안 소식이 알려지자 재너스 헨더슨의 미국장 프리마켓 주가는 전장 대비 17% 급등하며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제안 세부 내용에 따르면, 트라이언과 제너럴 캐털리스트는 재너스 헨더슨 보통주 전량(트라이언이 이미 보유한 지분 20%를 제외한 잔여 지분)을 주당 46달러에 현금으로 취득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전일 종가 대비 두 자릿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총 거래 규모는 약 72억 달러로 산정된다.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는 2020년 10월 최초로 재너스 헨더슨 지분 20%를 매입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트라이언은 재너스 헨더슨 이사회에 두 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제안과 관련된 이해 상충을 피하기 위해, 재너스 헨더슨은 특별위원회(special committee)를 구성‧운영하면서 트라이언 측 이사 2명을 심의 과정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트라이언은 재너스 헨더슨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알리 디바지(Ali Dibadj) 최고경영자(CEO) 체제 아래 추진해온 구조조정 성과를
주주들이 현 시점에 실현(crystallise)할 수 있도록 돕겠다
”고 강조했다. 또 향후 장기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회사 가치를 추가로 제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트라이언 측은 로이터의 추가 질의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코멘트를 거절했다.
시장 배경 및 업계 지형 변화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블랙록(BlackRock)·뱅가드(Vanguard) 등 대형 패시브 운용사의 저비용 인덱스 상품이 급격히 성장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액티브 운용사의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규모의 경제·상품 다각화를 확보하기 위한 M&A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인수 제안은 그 연장선에서 재너스 헨더슨의 전략적 선택지를 넓혀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너스 헨더슨은 2017년 5월, 영국계 헨더슨 그룹과 미국계 재너스 캐피털의 합병으로 탄생했으나, 당시 시너지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병 이후에도 자금 유출(net outflow)이 이어지면서 운용자산(AUM)은 정체 혹은 감소세를 나타냈고, 이에 따라 트라이언은 2020년부터 적극적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펼쳐 왔다.
주요 숫자로 본 재너스 헨더슨
※ 2025년 3분기 기준 (회사 공시)
• 운용자산(AUM): 4,570억 달러
• 직원 수: 약 2,300명
• 글로벌 거점: 24개국
• 상장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 및 호주증권거래소(ASX)
• 시가총액(인수 제안 직전): 약 61억 달러
합병 제안 후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제안가 수준이 최근 12개월 주가 평균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트라이언이 이미 지배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만큼, 기업 가치 재평가(valuation rerating) 가능성과 독립 경영 유지 여부가 향후 협상 과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경쟁사 일부는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자사도 방어적·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실제로 글로벌 운용사 인수합병 건수는 2023년 38건에서 2024년 52건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 들어서도 이미 40건 이상이 발표됐다.
해외 전문용어 해설
액티브(Active) 운용은 펀드매니저가 특정 벤치마크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종목·섹터를 적극적으로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이다. 반면 패시브(Passive) 운용은 대표지수(S&P500, 코스피200 등)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펀드·ETF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패시브 상품은 운용 방식이 단순해 보수가 낮고, 액티브 상품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요구돼 보수가 높다.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는 지분을 취득해 경영진 교체·구조조정·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트라이언은 디즈니, P&G 등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대표적 행동주의 펀드다.
편집자 시각
전통적 액티브 운용사들이 직면한 구조적 어려움은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결국 규모 확대와 비용 절감,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트라이언‧제너럴 캐털리스트의 인수 제안은 재너스 헨더슨이 생존과 성장 사이에서 택한 또 다른 모멘텀으로 해석된다. 실제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통합 가속화 흐름은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인수 이후에도 고객 자산 유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펀드 라인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장기 로드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재무적 후원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영역으로, 조직 문화 통합과 인재 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