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공지: 11월 7일자 기사 10번째 문단을 수정해, 폭스바겐(VW) 중국 총책임자의 발언이 ‘폭스바겐 개별 회사’가 아닌 자동차 업계 전반이 첫 칩 물량을 받았다고 밝힌 내용임을 바로잡았다고 전했다.
베를린/도쿄 (로이터) – 자동차 업계 경영진에 따르면, 넥스페리아(Nexperia)가 일부 핵심 칩의 선적을 재개하기 시작했으며, 독일 정부는 회사 지배권을 둘러싼 갈등이 완화(de-escalation)되는 조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중국 자본에 소유된 넥스페리아는 자동차와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단순하지만 보편적으로 쓰이는 칩을 연간 수십억 개 생산한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촉발된 기술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암스테르담과 베이징 간 분쟁이 격화되면서, 이 칩들의 공급망은 수 주 동안 심각하게 얽혀왔다.
“지금 시점에서 네덜란드와 중국 간 긴장 완화와 협상 재개는 매우 환영할 만하다.”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의 연방 경제부 대변인은 이같이 말하며, 단기 개별 허가가 신속히 업계에 전달돼 넥스페리아의 칩 선적이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낙관적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며, “몇 시간 안에 배송이 재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태의 발단은 9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중국 모회사인 윙텍(Wingtech)이 유럽 내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려 한다며, 이는 유럽 경제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은 중국에서 패키징조립·검사 포함되는 완제품 칩의 대외 수출을 중단했다.
다만 중국은 지난 주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담 이후 예외(면제)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선별적 허용을 통해 공급 차질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아우모비오·폭스바겐·혼다, 공급 움직임 확인
독일의 자동차 부품사 아우모비오(Aumovio)는 공급망 압박으로 직격탄을 맞던 업체 가운데 하나였으나, 중국발 넥스페리아 칩의 선적을 확보했다고 금요일 로이터에 확인했다. 이는 네덜란드의 관리 조치 이후 중국이 가동한 수출 통제에서 예외 승인을 받은 첫 사례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의 랄프 브란트슈테터(Ralf Brandstaetter) 중국 담당 이사는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에, 자동차 업계 전반이 첫 칩 물량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과의 합의 이후, 중국 상무부가 신속히 반응해 단기 특별 허가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특히 미·중 관계에 달려 있다.”
혼다(Honda) 역시 공급 재개 조짐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가이하라 노리야 혼다 부사장은 “현재 기준으로 중국에서 선적이 시작됐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다만 향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후반부터 차질을 빚은 공장의 생산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다는 지난주 멕시코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미국과 캐나다 사업장 운영도 조정했다.
해결 지연 시 자동차 생산 차질 우려
넥스페리아는 아직 공급 재개를 공식 확인하진 못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상무부가 예외를 발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제품 흐름이 곧 재개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모회사 윙텍은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아우모비오와 ZF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은 예외 신청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해결이 지연될 경우 일시 휴업(무급휴직) 등 생산 거점 대응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주요 완성차들은 3분기에도 험난한 한 해를 보내면서도 2025년 가이던스를 신중히 유지했다. 다만, 공급업체 네트워크에 잠재적 칩 부족 징후가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태는 차량용 반도체의 특정 공급처 집중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켰다.
용어와 맥락 해설
– 긴장 완화(de-escalation): 분쟁이나 갈등의 강도가 낮아지는 국면을 의미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네덜란드의 관리 조치와 중국의 수출 통제 간 대립이 예외 허가라는 안전밸브로 일부 완화되는 흐름을 가리킨다.
– 예외(면제) 허가: 일반적 수출 통제를 적용하지 않고, 특정 거래에 한해 단기·개별 허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하에서도 산업 필수품의 공급을 ‘핀셋’ 방식으로 유지할 때 사용된다.
– 패키징(packaging): 반도체 칩을 보호용 패키지에 조립하고 검사하는 공정으로, 최종 출하 전 품질과 신뢰성을 좌우한다. 넥스페리아 칩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패키징된다는 점이, 이번 수출 통제의 실효성을 높인 요인이다.
– 유럽 경제안보: 특정 핵심 기술·부품에 대한 대외 의존 저감과 공급망 회복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는 개념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넥스페리아 통제는 이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문적 시사점
첫째, 이번 예외 허가에 따른 선적 재개는 단기적 공급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하나, 허가 갱신 주기와 정무적 변수에 따라 언제든 변동할 수 있다. 폭스바겐이 언급했듯,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은 미·중 관계의 안정성에 크게 좌우된다.
둘째,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과 기업들의 듀얼 소싱·버퍼 재고 확대 필요성은 재확인되었다. 단순 부품일수록 가격 민감도가 커 다변화가 지연되기 쉬운데, 이번 사례는 저부가 부품도 체계적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완성차 업계가 2025년 가이던스를 유지한 것은 단기 충격 흡수 능력을 시사하지만, 공급업체 레벨의 병목이 누적될 경우, 생산 계획의 하방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현금흐름 방어와 운전자본 최적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환율 참고: $1 = 0.8575 유로.
기자: 레이철 모어, 크리스티나 아만, 다니엘 러신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