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25년 8월 10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bir Sultan | Via Reuters
2025년 8월 1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일요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새로운 군사 작전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전쟁을 끝내기 전까지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전이 지난주 발표한 범위보다 더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안보각료회의가 가자시티뿐 아니라 ‘중앙 캠프(central camps)’와 무와시(Muwasi) 지역까지 하마스 거점을 해체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작전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이스라엘이 두 지역 모두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유엔에 따르면 반백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해당 캠프들은 8일 발표 당시 목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 내부에서는 “가자시티만 겨냥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네타냐후가 이에 대응해 확대 방침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안전지대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과거 ‘안전지대’로 지정된 곳도 폭격을 피하지 못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트럼프와의 통화
총리실은 늦은 밤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확고한 지지”에 감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우리의 목표는 가자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가자를 해방하는 데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표”를 언급하며, ① 영토 비무장화 ② 이스라엘군의 ‘상위 안보 통제’ ③ 비(非)이스라엘 민간 행정체 수립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네타냐후는 또 “가자지구 내 구호 물자 배포 지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는 “굶주림은 없었고, 다만 부족은 있었다”고 말해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는 전쟁 기간 외신 기자의 현장 접근이 제한된 점을 인정하며 “더 많은 외국 기자를 들여보낼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는 여전히 수천 명의 무장 대원을 보유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로부터 벗어나길 애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미국, 이스라엘 두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지지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보유해, 반대 결의가 나오더라도 차단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집단적 처벌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러시아는 “무모한 전면 확대”를 경고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라메시 라자싱험 국장은 “이제 기근이 임박한 수준이 아니라, 이미 굶주림이 현실이다”라며 참상을 전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가자에서 사용될 수 있는 군수품 수출을 중단하자, 네타냐후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메르츠 총리는 ARD 방송에서 “이스라엘과 비판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정의 기조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 구호 식량 찾다 사망자 속출
가자지구 모라그 (Morag)·네차림(Netzarim) 통로와 남부 테이나(Teina) 지역, 그리고 지킴(Zikim) 검문소 인근 등에서 식량을 구하려던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31명이 사망했다고 병원과 목격자들이 전했다. AP 통신은 현장을 목격한 이들이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군중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모라그 통로에서만 15명이 숨졌으며, 중앙 가자지구 어우다(Awda) 병원은 “경고 사격 후 군중을 향해 조준 사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중앙 가자 구호소 근처에서 군과 관련된 사고는 없었다”고 부인했고,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 역시 “당일 자사 구호소 인근에서 사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GHF는 유엔 주도 구호 시스템의 혼란을 대체하기 위해 5월 설립됐지만, 개소 이후에도 민간인 사망과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 어린이 기아 사망 100명 넘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지상 작전으로 대부분의 주민이 난민이 됐으며, 영양실조로 숨진 어린이가 1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어른 사망자는 6월 이후 117명으로 집계됐다.
전쟁 자체로 인한 사망자는 6만 1,400명으로, 절반가량이 여성·어린이라고 보건부는 전했다. 유엔과 독립 분석가들은 해당 수치를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로 보고 있다.
■ 이스라엘 내부 반발…총파업 촉구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발생한 인질 50명 중 20명이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가족들은 “작전 확대가 인질의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다음 주 전국 노동파업을 촉구했다.
예루살렘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도 “이번 결정은 인질을 더 이상 살려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밀리 로스차일드)며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 낯선 용어 풀이
1 무와시(Muwasi): 가자 남서부에 위치한 비옥지대로, 난민 임시거주지로 쓰여 왔다.
2 모라그·네차림 통로: 과거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던 구역에 조성된 군 통제 보급로로, 현재 군·구호차량 이동로로 활용된다.
3 GHF(Gaza Humanitarian Foundation): 미국 자금 지원을 받는 민관 합동 구호 단체로, 유엔 시스템의 혼선을 보완하기 위해 2025년 5월 출범했다.